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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강용준 2023. 4. 15. 11:08

극단세이레 공연 <외할머니> 한 장면

탄 원 서

 

탄원인 : 강용준

소 속 : 극작가(제주문인협회)

주 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광로21

연락처 : 010- 4690-0000

피탄원인 : 사단법인 한국극작가협회 제5대 이사장 ooo 외 3

 

존경하는 재판장님

보조금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 사단법인 한국극작가협회 제5대 이사장 ooo 외 3인에 대한 무죄 선처를 바라고자 탄원서를 올립니다.

 

불철주야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사법부와 재판장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국가의 문화 재정에서 차지하는 민간단체 보조금 규모가 3분의 1을 넘어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조금 관리가 소홀하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문체부는 2010민간단체의 보조금 관리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때에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는 9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단체의 자생력을 위해 지자체별로 자체부담금을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많게는 50%까지 보조단체에 자부담을 지우게 했습니다.

이것이 예술 환경의 현실을 무시한 악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1백만 원을 지원받기 위해 같은 액수를 부담해야 하는 법은 예술인들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만들 우려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비현실적 상황에 전국단위 예술단체의 시정요구가 봇물을 이루자 문화체육부는 2015년부터 훈령을 개정하여 개인 예술가들에겐 자부담이 없어졌고 단체들도 10% 미만에서 부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에게 자부담금을 부담시키는 일이란 비현실적입니다. 정해진 법은 지켜야 하겠지만 책을 발간하는데 제일 많은 경비가 드는 게 인쇄비인데 지원비로 인쇄비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규정입니다. 비영리단체라는 단체의 특성상 회원들의 회비를 받아 운영을 해야 하지만 가난한 젊은 작가가 대부분인 사단법인 한국극작가 협회는 운영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래서 편법으로 한국극작가협회의 전문지인 <한국희곡>의 필자나, 협회의 사업에 참가한 회원들에게 원고료나 비용 등을 지급하고 부담금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를 돌려받는 일은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사단법인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집행부가 되면 후원금, 협찬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집행부가 사익을 편취하기 위해서 그런 방법을 택했겠습니까. 규정에서 금지한 인쇄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학 장르 중에서도 미약한 희곡분야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이 죄라면 죄일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간과 열정과 호주머니를 털면서 봉사한 사람들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도 지역에서 36년 동안 연극과 희곡을 쓰고 활동하면서 한국희곡작가협회 때부터의 활동을 잘 봐 왔습니다. 그들은 제5기 집행부가 구성되기 이전부터 협회에 임원과 편집위원으로 일하면서 더 많은 회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협회 명칭도 사단법인 한국극작가협회로 개칭하였습니다. 그래서 연극의 대본인 희곡만이 아니라 드라마, 방송, 뮤지컬 작가들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협회의 발전에 이바지 해왔습니다.

년간지였던 <한국희곡>을 계간지로 발행하면서 많은 노력을 해왔으며, 한국희곡명작선집 발간을 통하여 극작가들의 어려운 희곡집 발간에도 앞장섰습니다. 또한 매년 극작워크숍을 통하여 우수한 신인 극작가를 양성하는데도 많은 열정을 바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극작엑스포를 창설하여 희곡의 대중화와 극작가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많은 기여를 한 사람들입니다.

이처럼 이들은 대한민국의 희곡문학, 연극과 예술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들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연극계와 문학계의 척박한 현실을 혜량하여 무죄 판결로 선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3411

 

탄원인 : 강용준

(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