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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기초차지제의 부활인가

강용준 2024. 12. 17. 21:49

 분할 보다 통합이 시대정신이다

 

행정체재 개편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해야 한다. 제주시 47만여 명의 인구를 꼭 두 개로 나누어야 할까? 정확히 말하면 분할이 아니라 두 개의 시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에는 50만 명이 넘는 시()가 단일 행정체재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 기존의 행정체계를 분할하여 두 개의 시를 새로 만드는 것이 미래 사회를 위해 생산적이고 효율적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시가 분할되면 시의원 등 공무원 수는 많아져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다. 공무원 수만 많아지는 게 아니고 그들이 근무하는 공간도 늘어나게 되고, 시청, 교육청, 시의회, 경찰청, 보건소, 소방서 등 행정기관이 신설되어야 한다. 그리고 체육회, 문화예술단체 등 전국적 조직과 연계되어 있는 공공 사회단체가 분할되어야 한다. 제주시가 두 개로 분할되는 게 아니고 동제주시, 서제주시 두 개의 시가 신설되는 것이다. 당장 중앙로를 중심으로 나뉜다면 도로 양쪽에 걸쳐 있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일도, 이도, 아라 등 고유한 동네 이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편 주소가 바뀌고, 제주시 행정상의 모든 장부를 새로 만들거나 고쳐야 하고, 공적, 사적 단체의 현판을 바꾸어 달아야 하고, 분할된 사회단체는 회원과 사무실도 나누어야 하는 등 사회적 경비와 혼란과 후과가 만만치 않다.

지금의 도의회 의원 수 45명도 인구 비례로 따지면 많은 편이다. 여기다 3개의 시의회가 설치되면 도의원 수보다 많은 시의원이 탄생할 텐데 시의회 운용을 위한 막대한 경비는 결국 도민이 부담해야 하는데 경제 자립도가 취약한 제주에서 가당한 일이기는 한가?

그렇다고 도의회, 시의회 나누어 처리해야 할 지역사회의 일이 넘치는가? 자질도 능력도 안 되는 타 지역 의원들이 벌이는 추태를 접하면서 시의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마당에 같은 마을에 시의원, 도의원 따로 두면 그들의 역할을 구분할 수 있는가? 마을의 같은 일을 가지고 정당이 다른 시, 도의원끼리 경쟁을 시켜 갈등을 유발하면 결국 마을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설령 시의회와 도의회의 역할을 적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을의 이기적인 민원은 마을 간의 분열을 획책하고, 결국 공공을 위한 민원은 시의회와 도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이중 필터링의 문제가 생긴다. 이는 4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었을 때 도의회와 시의회, 시의원과 도의원의 갈등을 많이 보아왔지 않는가?

두 개의 시로 분할 한다고 해서 경제 자립도가 확 나아지는 것도, 국비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시민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다. 또한 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동서 갈등이 반드시 생겨날 수 있고, 한정된 예산 등 경쟁이 첨예하게 벌어질 것이다.

 

 지금은 분할이 아니라 통합이 시대정신이다. 지방자치시대에 마산, 진해, 창원이 통합되었고, 대구, 경북이 통합을 진행 중에 있다. 대전, 세종, 충청남북도가 충청광역시로, 서울도 매가 국제도시를 위하여 김포, 구리 등 근교 경기도 지역을 편입 확장하려고 것은 도시가 매머드화 됐을 때의 강력한 이점을 살리자는 취지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어 기초자치제도를 없애고 도지사 단일 체제가 된 것은 분할과 경쟁이 아니라 통합과 집중, 자치의 강력한 이점을 살리자는 취지다. 한 번 분할하면 다시 통합하기 어렵다. 더구나 인구 소멸의 시대에 학생이 없어 학교가 폐교되는 추세인데, 공공기관을 신설하고 공무원만 양산해서 도민의 부담은 어쩌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