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오솔길 세상이야기

머리를 기르니

강용준 2010. 7. 17. 14:02

어느 날 젊은 시절 사진첩을 보다가

 장발을 한 내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 시절에는 장발이 유행이었고 경범죄위반으로 경찰서에 잡혀가

강제로 잘리고 벌금을 문 씁쓸한 경험이 떠올랐다.

 

그런데 교단에 서면서 국가의 충성스런 공무원인 양

내 머리는 늘 단정하게 가꾸어졌다. 

머리뿐만 아니라 넥타이 정장의 규격화된 생활에

의식마저 경직되어 갔던 건 아니었는지...


이런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구가하는 작가가

하나의 틀 속에 갇힌다는 게 ...

 

이발관에 가지 않은 지는 꽤 됐다.

이발관 특유의 냄새가 싫었고,

면도를 위해 뜨거운 물수건을 얼굴에 덮어 쓰는 게 고통스럽고,

살 떨리는 면도사의 일거수에 촉각 세우고 긴장해야 하는 게

싫어서다.


그래서 요즘도 미용실을 이용한다.

그런데 한군데 오래 다니다 보니 그것도 틀이 있어서 재미 없다.

머리카락으로 죄가 들어온다 해서 어느 종교에서는 아주 밀어버리기도 하고

옷감으로 감추기도 하는데...

 작년 말부터 머리를 기르고 있다.

 

단정할 때는 말이 없더니

머리카락이 길어지니 인상이 달라 보인다 한다.

조금 길어졌을 뿐인데 사람들은 호들갑스런 반응을 보인다.

 

지저분하다는 솔직한 평도 있었지만

대부분 부드럽게 보인다고 긍정적인 평을 해준다.

보인다는 것이 이토록 본질을 앞서는 것이로구나.

 

심성도 이렇게 부드러워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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