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고삐 김영순 세상에 함부로 놓아선 안 되는 게 있다 아버지는 그것을 가족에 대한 예의라 하셨다 서늘한 고삐의 행간 일기장에 고여 있다 말이 보는 세상이 네가 보는 세상이다 너무 꽉 잡지도 말고 느슨하게도 말고 언제든 잡아챌 수 있게 손안에 쥐고 있어라 사람이 만만해 뵈면 제 등에 태우지 않는다 몇 걸음 걷다가 내동댕이치더라도 고삐는 절대 놓지 마라 방향타가 될 터이니 시를 읽는 벤치 20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