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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시를 읽는 벤치

고삐

강용준 2024. 1. 9. 13:27

 

김영순 시집(2023.10)

 

                             고삐

                                               김영순

 

세상에 함부로 놓아선 안 되는 게 있다

아버지는 그것을 가족에 대한 예의라 하셨다

서늘한 고삐의 행간

일기장에 고여 있다

 

말이 보는 세상이 네가 보는 세상이다

너무 꽉 잡지도 말고 느슨하게도 말고

언제든 잡아챌 수 있게

손안에 쥐고 있어라

 

사람이 만만해 뵈면 제 등에 태우지 않는다

몇 걸음 걷다가 내동댕이치더라도

고삐는 절대 놓지 마라

방향타가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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