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우리는 시인을 개별적으로 만난다.
그리고 단편적인 정신의 편린이거나, 감성의 알갱이들을 무더기로 담은 시집을 통하여 시인의 빛나는 세상과 꿈을 만난다.
한 권의 시집에 담긴 시들은 그것이 감동적이든 감정의 찌거기들이든 어쩔 수 없이 읽어줘야 하는 고통을 수반할 때도 있다.
과거에는 명작이라 해서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엄선한 시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땅에 시인이 꽃처럼 흔한 요즘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리해서 교과서나 명작선집에 실리는 시인은 다소 정치적인 경우가 많아 작품의 품격하고는 별개의 문제였다.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는 시인 안도현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부탁을 받고 2007년 5월부터 일 년간 1주에 한편 씩 배달되었던 총 52편의 시를 묶은 시집이다.
정작 시가 배달 될 때는 그런 사실조차 몰랐지만, 이 시집을 우연히 선물 받고 반 이상이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어서 참 시인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시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야 시인들의 작품이 어떤 내용인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안도현 시인은 작품 하나마다 자신의 감상평을 올렸다.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선 그닥 가슴에 와 닿지 않은 시들도 있었지만 해설을 보고서 겉으로 드러난 시의 모습과 다른 내면을 새롭게 인식한 시들이 많았다.
처음 대하는 시인의 주옥같이 빛나는 시들을 대하면서, 이끼 낀 감성의 거울을 닦아내는 유익한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