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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소설다운 작품을 읽었다.
소설다운 작품이란 문학성이 풍부하다는 말이다.
이목연 작가를 안 지는 얼마 안 된다.
지난 10월 중순 경 고양시 문학 행사에 갔다가 인사를 나누고 서로 작품집을 교환하였는데,
그 때 받은 소설집이 『꽁치를 굽는다』였다.
처음 만났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인상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뭐 소박한 가정의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첫 작품 「향이 타는 동안」을 읽고는 작품에 흠뻑 빠져 버렸다.
금기로 되어 있는 주지스님을 사랑한 공양주 보살의 이야기가 가슴을 짠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에는 10편의 이야기가 저마다 가슴 저린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연변 조선족 여인이 한국에 가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으려고 위장결혼을 하게 됨으로써 두 남편을 모셔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그린 「꽁치를 굽는다」는 압권이었다.
공사판에서 떨어져 불구가 되어버린 조선족 남편과 형에게 버림받은 좀 모자란 한국인 위장남편. 둘 다 꽁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 집에서 두 남편과의 동거가 가능할까?
물론 가부장적 전통 시대에는 첩을 집에 들이고 사는 집이 있었지만... 주인공이 그러리라고 마음먹는 데서 이 작품은 끝나지만 그 후에 일어날 장면에 대한 상상과 해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뒀다. 일종의 문제 제기인 셈이다.
만약 당장 통일이 된다면 이와 같은 상황은 대부분의 이산가족에 해당되는 현실적 문제가 된다.
이목연의 작품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면서도 갇혀 있는 공간과 상황을 떠나려는 욕구가 느껴진다.
그만큼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픔 속에서도 그 아픔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맞서려는 의욕적인 삶의 모습들이다.
비록 부딪쳐 깨어져 부서지더라도 삶을 적극적으로 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내공을 많이 쌓은 작가라는 것을 느꼈다.
꽁치를 먹어본지도 오래 되었다.
생각하니 입 안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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