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극단 이어도 (김광흡 작/ 강종임 연출) 미예랑 소극장. 2011.12.17
제주의 소극장연극축제가 벌써 20년째가 됐다.
1991년 상설소극장이 없던 시절 연말을 맞이하여 관객들과 좀더 가까이 하기 위해
제주문예회관소극장을 빌려 시작했던 게 소극장 축제다.
당시에는 극단이어도의 「하나님 비상이에요」(박재서 작/ 임필종 연출),
극단 무의 「찰칵?잉!」(이어령 작/ 김정일 연출), 극단 가람의 「목녀」(전옥주 작/ 이광후 연출)가
이틀씩 연이어 공연되어 연극의 붐을 조성했다.
근래에는 극단이어도와 극단세이레가 자체 소극장을 가지고 소극장연극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소극장 연극축제의 의미가 다소 퇴색하긴 해졌지만 그래도 연말이 되면 연극마니아들은 연극인들의 축제를 기다린다.
소극장 연극의 묘미는 역시 관객과의 거리감 없는 소통이다.
그리고 정극보다는 다소 실험적인 작품이 많기 때문에 젊은 연기자나 신진 연출가들의 등단무대가 되기도 했다.
「동행」은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돌보던 며느리가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자신이 사후 시어머니의 처지를 걱정해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며느리가 입원하여 간호하는 사람이 없는 사이
노모는 길에 나와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내용이다.
희곡 전개 상 결함이나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의 누선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작품이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감정과잉이 되어 관객들보다 먼저 울고,
소리치기 때문에 극적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특히 몇몇 연기자들은
신파에 가까운 과잉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극 내용의 비장감을 오히려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가운데도 며느리(고지선 분)의 차분하면서도 능숙한 연기가 이 작품을 기둥처럼 떠받치고 있어
좋은 연기자를 만난 기쁨을 맛보았다.
연출 상에 있어서 병원 장면이나 마지막 며느리와 노모가 만나는 장면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영혼끼리의 만남으로 설정했으면 휴매니티가 좀더 포근하게
전달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