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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문화예술판이 심각하다

강용준 2009. 9. 24. 12:37

2010년 예술문화 판이 심각하다.

강용준(희곡작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심성 감세정책이 이루어지고 국세가 적게 걷히다 보니 그 몫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국고보조금, 지방교부세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급한 청년실업과 4대강 개발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4대강과 관련이 없는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다.

거기다 금년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고,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각종 지출이 늘어남으로써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 일률적으로 예산지원을 감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상황이 힘들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예술로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서구에서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 음악이며 문학이었고 예술행사였다.


언젠가 그 당시 도백에게 도립극단의 창설을 건의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도백은 일 년에 3억을 투자할 테니 그만한 액수를 벌어들일 수 있냐고 되묻는 것이다.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대화상대가 되지 않았다.

경제 논리로 문화예술 정책을 펴는 그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문화적인 마인드가 없는 도백이 집권하는 지자체의 주민들은 불행하다.

해마다 새로운 도로를 뚫고 이상 없는 가로변의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가시적인 성과만 내세우려는 지사에게 문화예술은 쓸모없는, 호사가들의 취미로 치부될 뿐이다.

물질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에 정신적으로 황폐해져가는 주민들의 생활을 그들이 어찌 내다 볼 수 있겠는가?

청소년들의 부적응 행동과 일탈적 사고가 사회문제화 되는 요인과 동기를 알 턱이 없다. 전국 최고의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는 도민들의 가정 파탄의 예방에 관심도 없다.

그게 다 문화지체 현상과 문화정책 부실의 결과인 것을 알 리가 있겠는가.


문화 마인드가 없는 도백은 비전이 없다.

2010년에는 문화예술단체의 지원이 금년도 지원액의 50%로 줄인다고 한다.

실제로 2010년도 민간 경상보조는 금년보다 22억원(46%), 민간행사보조는 4억 5천만원(67%)을 줄인다고 한다.

금년 59억여 원에서 32억여 원으로 26억여 원의 지원금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를 실제 수치로 나타내 보면 한숨만 나온다.

2008년에 1,000만원 지원 받았던 단체가 2009년에 80% 지원으로 800만원 여기에 경제 여파로 다시 10% 감축하여 720만원 지원 받았는데, 2010년에는 50% 감축으로 360만원 지원 받는다는 얘기다.

1,000만원 받아 일 년 책 두 번 발간하던 단체가 책 한 권도 못 낼 처지에 이르게 된다.

부수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공연의 경우는 더욱 타격이 심각할 것이다.


 부족한 것은 수익자 부담을 통해 해결하는 생산성 증대 제도라지만 이는 탁상공론이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요즘 원고료를 주어도 시원치 못할 판에 자기 돈 내며 글 실어 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예술행위를 하지 말라는 소리다.


문화예술 사업에 대한 지원 예산을 삭감하여야 한다면 사업의 성격, 내용, 참여도, 파급효과 등을 엄밀하게 평가 심사하여 등급별 지원율을 정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어떤 단체는 호텔에서 사업을 진행하고도 지원금이 여유가 있는가 하면, 어떤 단체는 그 보다 회원 수가 3배 이상 많고 상위 단체이면서도 그 절반의 지원을 받으면서 산 속에서 1박 2일 행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는 투자다. 무한한 부가가치를 가진 미래를 위한 투자다.

미래의 건강한 사회, 인간다운 복지 사회를 위한 투자다

더구나 국제자유도시를 대비한 제주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문화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거나 타 분야와의 형평성을 내세워 일률적으로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도라는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 귀중한 자산 가치 증대를 위해서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2010년 제주문화예술인들 과연 제대로운 판을 세울 수 있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