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오솔길 세상이야기

영원히 기억될 2020년이여 안녕

강용준 2020. 12. 31. 14:52

2020.12.31

새해가 시작되었을 때 내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부지런히 달려온 열차가 2020년 마지막 정거장에 들어섰을 때

내가 펼쳐든 문학 결산서는 역대급 흑자였다.

 

2월부터 시작된 바이러스 공세가 내 행동 반경과 생각을 위축시켰지만

용케도 포로가 되지 않은 건 크나큰 축복이기도 했고,

이에 대처하는 변화무쌍한 인간 군상을 목격하면서

내 문학의 주름도 조금 깊어진 듯하다.

 

4월도 중순이 되어서야 이천 부악문원 창작실 문이 열렸고

매일 숨이 가쁘게 뒷산을 오르며 체중을 줄이듯 생각들을 정리했다.

7월 말 까지 100여 일 동안 스스로를 가두면서 자발적 격리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두둘겨 패고, 죽이고, 미워했던가?

그래도 살아남은 글자들은 그런대로 한 풍경 속에 용해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지역에 사는 내게 서울의 소위 메이져 문학지에서 원고 청탁이 올 리도 없지만,

그런 대로 중앙의 문학지에 네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니 평가야 어떻든 그만하면 열심히 썼다고 자평한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묶어 여섯 번째 희곡집을 냈고,

생각지도 못한 전영택문학상까지 받았으니

금년에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상종가 문운이 펼쳐진 한 해다.

거기다가 몇 년에 한 편도 힘든 공연작을

한 해 두 편이나 무대에 발표할 기회를 얻었으니

코로나 상황에 고통받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런 때가 있었는가 싶을 만큼 내 생애 최고의 해였다.

 

한 해 동안 격려를 해주신 분,

축하를 해 주신 분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름다운 한 해가 되도록 도움을 주시고 응원 해 주신 분들 덕분이다.

감사드린다.

 

코로나 때문, 아니 코로나 핑계로 만나지 못한 분들,

출판된 책을 드리지 못한 분들께도 너무 죄송하다.

 

내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

내 무관심으로 섭섭함을 느끼신 분들,

마음속에서 나를 죽였거나,

죽임을 당하신 분들한테도 용서의 자비심이 충만하길 빈다.

 

이제 2021년 열차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 여정을 떠날 것이고,

365일이라는 새로운 선물을 싣고 우리는 달려야 할 것이다.

지금 창밖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많은 눈이 새로운 여정을 축복하듯 은혜처럼 내린다.

2021년에도 많은 관심과 격려와 사랑을 기대한다.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도 신의 가호와 은총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20201231

 

강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