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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세상이야기

잘못 쓰이는 제주 지명 새별오름과 화북

강용준 2019. 12. 10. 08:54

 

 

 

 

잘못 쓰이는 제주 지명 새별오름과 화북

  

 제주 지명은 일제 강점 시대를 거치면서 아름다운 우리 지명이 한자어로 바뀌어 많이 변했다. 이는 한글을 말살하려는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제주라는 뜻은 물 건너() 마을()이란 뜻이다. 한자어로 바뀐 제주지명 중에 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름이 애월이다. 애월(涯月)물가의 달이라는 뜻이다.

 고려 시대에 애월현으로, 조선 시대에는 제주목을 중심으로 좌면과 우면으로 나누면서 서면(西面) 또는 우면(右面)에 속했다. 18세기 중반 이후 신우면으로, 1914에 제주군 신우면이라 했다. 1936 에야 애월면으로 바꾸었다

 이 애월읍 관할 지역에 들불 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이 있는데 이 새별오름을 옛 사람들은 새벨오름, 새빌오름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 오름 일대와 산 전체가 억새 천지나 예전에는 새(띠) 천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오름 마을  쇠나 말을 기르는 집안에서 이 오름의 여린 새를 베어다 촐()을 먹였고, 한 해 걸러 초가지붕을 일 때 이곳의 이운 새를 베어다 이용했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이 새를 벤다고 해서 새빌오름또는 비다의 표준어 베다를 써서 새벨오름이라 불렀다. 어린 시절 이곳을 드나든 옛 어른들의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 벨을 벌판이라는 벌로 생각하여 새벌오름이라 했다가 언제부터 베다의 벨을 별()로 생각하여 새별오름이 되고 샛별오름으로 진화(?)되었다.

 고려사에는 새벽별인 효성악(曉星岳)으로, 조선시대 제주군읍지에는 샛별인 신성악(晨星岳)으로 표현되었다하니 이는 한글이 문자로 통용되지 않던 시절이라 우리말을 한자로 바꿔 표현함에서 잘못 기록한 것이다.

한국지명유래집에는 한술 더 떠 저녁하늘에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 있다고 하여 새별오름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새벨오름 주변에는 이달봉, 누운오름, 가메오름 등이 있어서 외롭지도 않은데 억지로 가져다 붙인 표현이다. 새빌오름이 더 정겹고 역사성이 있다.

 

 제주의 지명 화북도 잘못 바뀐 이름이다화북(禾北)의 본 이름은 벨뒤포다화북은 고려 시대 삼별초 난이 있기 전부터 육지와 왕래하는 포구였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에 나오는 포구도 화북포구요 제주에서 말을 육지로 보낼 때 물 때에 맞춰 이용한 포구도 화북이다.

 이 당시에는 벨뒤포로 불렸다벨은 벼랑을 의미하고 뒤는 앞의 반대인 뒤다. 옛날 마을 앞산을 남산(南山)이라 했고, 한수 뒤쪽 산을 북한산(北漢山)이라 했다. 남산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많다.

 이 벨뒤는 별(벼랑)이라는 뜻과 뒤(), 즉 북쪽(바닷가)에 벼랑이 있는 봉우리란 뜻에서 벨도오름, 베리오름, 별도봉(別刀峰)이라는 말이 생겼고 그 아래 마을을 벨뒤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지금은 옆쪽의 사라봉과 함께 제주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지만 별도봉에는 옛날 자살 바위로 오명을 남긴 절벽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1914년 일제 강점기에 행정개편을 하며 마을 이름을 한자로 바꾸었다. 이때부터 벨뒤포가 화북리(禾北里)가 된 것이다.

 벨을 벼랑이 아닌 베, ()로 뒤를 북()으로 바꾼 말인데 벼뒤라는 의미의 엉뚱한 지명이 되었다. 필자가 과문한지 몰라도 화북에 벼농사를 지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아름다운 우리 오름과 마을 이름이 한자어로 바뀌면서 이처럼 와전되었는데 올바른 이름을 바로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