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문화숲에 이는 바람

김민경의 나우제주 방송출연

강용준 2023. 3. 13. 12:05

 

jibs 제주방송 김민경의 NOW JEJU

방송일시: 2023. 3. 10 () 3(시간:10:00~10:30) 생방송

출연: 강용준 제주문학관 명예관장(희곡 작가, 강준 소설가)

 

진행/제작: 김민경 아나운서

작가: 고은정

 

1. 김민경의 나우제주는 처음 방문해주셨습니다. 애청자 여러분들에게 본인 소개와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일을 하고 있는 강용준입니다. 30여년 희곡을 써오다 지금은 소설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동명 선배작가가 있어서 필명은 강준으로 쓰고 있습니다. 물론 제주문학관에 상근하면서 문학관련 단체 방문객들에게 문학관을 소개하고 행사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합니다.

 

2. 지난 2, '36회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시상식에서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강용준 명예 관장님은 제주 최초의 연극 단체인 '극단 이어도'를 창단했고, 대표를 역임하면서 40여 편의 작품을 연출하시고, 또한 '제주문학관'을 개관하는데 앞장섰다는 공적을 인정받으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극단 이어도를 창단하고 20년간 대표를 맡으면서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행정에서 재정적 지원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주머니를 털어서 연극을 제작하던 시절이었죠, 이번 상은 그 시간들을 잘 견디고 함께 이겨내 준 동료, 후배들, 그리고 묵묵히 격려와 후원을 아끼지 않은 지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들에게 상의 영광을 바칩니다.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은 정신이 온전하면 정년과 은퇴가 없습니다. 부지런히 정진해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3. 제주문학관이 지난 202110월에 개관했습니다. 제주지역의 첫 문학공간이자, 제주문학인들의 숙원사업이었는데요. 제주문학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국에는 1백 개가 넘는 문학관이 있습니다. 대부분 유명 작가를 기리는 개인문학관이며 사립문학관입니다. 거기에 비해 제주문학관은 종합문학관이며 공립문학관. 그리고 제주 문학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독특한 문학관으로 다른 문학관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구비문학과 고전문학, 제주말로 된 제주어문학, 유배문학을 포함한 유림문학, 4·3 문학, 해녀들이 만든 바당문학은 한국문학의 대표적 콘텐츠 문학관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들을 바탕으로 한 많은 전시와 행사, 교육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국내외의 문학인들이 꼭 와 봐야하는 명소로 자리 매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방문과 행사 참여를 기다립니다.

 

4. 강용준 명예관장님은 희곡작가이시면서 필명 강준으로 소설가로도 활동하십니다. 언제부터 문학과 인연이 있으셨고 첫 등단은 언제였나요?

 

저는 대학교를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어요. 소설가 황순원, 시인 조병화 선생님에게 문학을 배웠죠. 당시 국문과에는 전국문예백일장에 입상한 문학 인재들 많이 모여 있어서 시와 소설로는 경쟁이 안될 것 같아서 희곡을 택했어요. 당시 대학가는 연극 붐이 일었거든요. 그래서 대학 연극부에 가입하고, 일반 극단에 견습생으로 들어가서 연극을 배웠죠.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와서 극단을 만들어서 제가 쓴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죠. 공연을 통한 등단은 1979년이었고 글재주가 무뎌서 습작기간만 15년이 되는 1987년 월간문학 지를 통해 등단을 했어요. 그리고 20년 연극 활동을 하다가 제자에게 물려주고 희곡작품만 썼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젊은 작가들에게 감으로 밀리는 걸 느꼈습니다. 연극은 젊은이의 예술이거든요. 작품을 써도 공연을 하겠다고 나서는 극단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장르를 소설로 바꿔서 첫 장편소설을 발표한 게 2014년이니까 소설가로 등단한지도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5. 그동안 집필하신 작품들도 궁금합니다. 어떤 작품을 주로 발표하셨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희곡작품은 주로 제주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에요. 제주에서 문학하는 사람들은 복 받은 거예요. 남들이 쓸 수 없는 독특한 소재, 일테면 바다, 역사, 신화 등 많잖아요. 제주 작가는 그걸 써야 독특한 개성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대표작을 꼽으라면 4·3을 다룬 폭풍의 바다, 해녀를 다룬 좀녜등이 상도 많이 받고 자주 공연 된 작품이죠. 작년에 공연된 돗추렴, 해경무렵도 제주민의 생활을 다룬 작품입니다. 소설은 조선 불교를 중흥시킨 보우대사를 주인공으로 한 붓다, 유혹하다, 중국의 동북공정문제를 소재로 한 사우다드,화교들의 제주 정착과 투기문제를 다룬 장편제주랩소디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간 희곡집 8, 소설집 4, 칼럼집 1권을 냈습니다.

 

6. 문학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제주에서 느껴지는 문학적 특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앞에서도 예기했지만 제주 문학은 한국문학의 지류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환경, 역사적 환경에서 기인합니다. 육지와 교류가 많지 않은 섬이기 때문에 고유한 전통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죠. 아다시피 제주는 고려 말 몽골의 100년간의 직접 통치를 받았죠. 거기서 몽골문화가 유입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탐관오리의 학정에 대한 민란이 발생하고, 일본제국주의 시대에는 제주 군사기지에 36천여 명이 주둔하면서 일본문화가 유입되었습니다. 해방공간에서 많은 희생자가 난 4·3사건과 6·25 때는 피난지로서 많은 예술인들이 들어오면서 제주문화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환경과 기반에서 출발한 제주문학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문학인에겐 이런 소재는 풍부한 상상력을 일깨우는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7. 나우제주 애청자 여러분께 들려드릴 한 구절을 선물로 준비하셨어요. 이 자리에서 낭송, 가능하실까요?

 

(장편소설 제주랩소디 첫 단락)

만약 태어나는 모든 인간들에게 배터리처럼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좀 더 혼란스럽고 각박해졌을까 아니면 안정되고 인정이 넘쳤을까? 그러나 인간은 불행스럽게도 자신에게 주어진 생존의 시간을 알지 못한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제우스가 시간의 신 크로노스를 죽임으로써 올림포스의 신들은 불멸의 시간을 살게 되었지만 인간에겐 시간의 지배를 받아 늙고 죽게 되는 운명의 족쇄가 채워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는 인간에게 절대적인 시간을 상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이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아무나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전해지는 카이로스의 모습에서 기회의 속성을 알 수 있다. 앞과 옆머리는 길어서 쉽게 알아볼 수 없고 알아 본 자만이 붙잡을 수 있지만, 뒷머리는 대머리여서 지나고 나면 붙잡지 못한다. 오른손에는 칼,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고 양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재빨리 판단해서 결단하라는 의미다.

인간이 카이로스를 붙잡았을 때 안락과 행운이 따르지만 거기엔 욕망도 꿈틀댄다.

 

 

8. 앞으로 창작하고 싶은 소재나 준비 중인 작품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지상에 발표한 단편 8편을 묶어 가제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이라는 소설집 발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가을 쯤 상재할 계획입니다. 또한 장편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제주 출신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 홍윤애, 김만덕 등이 있는데 이에 못지않은 나라를 구한 인물이 김만일입니다. 제주가 예부터 천사방성, 즉 말의 섬이라고 알려졌는데 이분이 임진왜란과 그 이후에도 제주에서 직접 키운 기백 필의 말을 나라에 바쳐 헌마공신의 직위를 받았어요. 그의 개척정신, 창의적인 말 사랑에 관한 장편을 쓰려고 합니다. 내년 말 쯤 책을 낼 계획입니다.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문화의 우수성과 독특함에 자부심을 느끼고 제주문학을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주문학관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셔서 수준 높은 문학의 향기를 향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