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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 콘텐츠 개발의 조건

강용준 2022. 11. 13. 09:28

2022년 11월11일~13일 까지 대구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극작엑스포 행사 중 하나인 제4회 생각나눔 포럼

제주 문화, 콘텐츠 개발의 조건

 

강용준(제주문학관 관장)

 

1. 지역 소재 콘텐츠 화의 조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말 이전에 글로벌리즘이라는 말이 크게 회자 되었다. 환경, 천연자원, 개발, 인구, 인권 문제 등을 전 지구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보는 것이다. 이런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 국가, 지역과의 협동 작업이 필요했다. 여기서 글로컬리즘이라는 말이 생겼다. 글로벌리즘(세계통합주의)과 로컬리즘(지역중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한 대안이었다. 여기서 가장 향토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말이 생겨났다.

여기서 향토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양성 속에 빛나는 독특한 개성을 의미한다. 그 지역만이 갖는 문화의 정체성은 이방인의 눈으로 보면 새롭고 신기로울 것이다. 그 독특함이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그 지역 사람들이 공유해 온 특이한 문화적 자산들이 많다. 그러나 그 자산들을 함부로 콘텐츠화 했을 경우, 변질 혹은 왜곡된 작품을 생산하게 되는 우를 범한다.

그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 ‘뮤지컬 백록담의 경우

 

십여 년 전 제주시에서 거금을 지원하여 만들어진 뮤지컬 백록담은 원래 설문대할망신화를 모티브로 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본을 의뢰받은 작가는 설문대할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자료를 수집하여 보니 조각 난 몇 가지 에피소드 뿐이었다. 결국 작가는 소재를 홍윤애와 조정철의 사랑 이야기로 바꾸었는데, 내용이 전혀 제주적인 것이 아니었다.

 

. ‘뮤지컬 만덕의 경우

 

몇 년 전 다시 제주시에서 제주 브랜드 작품을 만든다고 뮤지컬 만덕을 제주인이 아닌 외부 젊은 작가에게 의뢰했는데, 제주를 모르고 작품을 써서 여러 면에서 왜곡을 했다. 그 하나가 만덕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자신은 귤차를 팔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제주의 귤은 진상품이어서 일반인들은 귤나무 근처에 얼씬도 못했고, 귤을 키우는 사람들은 귤의 개수가 부족하면 곤장을 맞는 둥 관리가 엄격했다. 그런데 무슨 귤로 차를 만들어 팔겠다는 말인가. 당시의 실정을 모른 데서 오는 왜곡이다.

 

. 종합예술극 애랑이 넘실의 경우

 

금년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이 제작한 애랑이 넘실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소재로 한 종합예술극이다. 배비장은 예방으로 임명된다. 예방은 예법, 교육, 행사 관계의 일을 관할하는 직책인데 세금 과징, 관헌 신축 등에 관계하고, 나중에는 목사가 배비장을 대정현 현감으로 임명하는 등 역사를 왜곡한 장면이 있다. 현감은 종6품으로 임금이 내리는 높은 직책인데 목사가 아전을 현감에 임명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 소설 표해록의 경우

 

최부의 표해록을 바탕으로 쓴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뭍사람들과 달리 사내아이를 낳으면 우울해하고 계집아이를 낳으면 기뻐한다는 사실이다. 계집아이는 배를 타지 않아 제명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설명이 잘못 됐다. 여자는 바다에서 일을 하여 재산을 일구기 때문에 재산 밑천이어서 딸을 나면 좋아했다.

최부는 추쇄경차관으로 부임하면서 먼저 제주 지방의 생활풍토부터 살폈다. 제주목, 구의현, 대정현 등 제주 3읍을 순시하고...”

여기서도 구의현이 아니라 정의현이 맞다.

 

지역의 문화 소재를 작품화 할 때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 제주 문화의 특성

 

. 제주문화의 고유성

 

1) 독립주의적 의식

 

제주 문화는 독립주의적인 의식이 강하다. 설화에서 보면 본토와는 다른 정신세계를 가졌다. 이는 섬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태도로 보인다.

이를 설화에서 보면 본토에는 없는 천지왕 본풀이와 여성거인창조주 신화인 설문대할망신화가 제주에는 있다. 또한 고종달형 전설도 제주의 인재를 지키기 위한 설화다.

 

2) 저항(반 이데올로기) 의식

 

제주에 좌정한 당신들은 육지에서 버림 받거나 쫓겨온 신이 많고, 관리들에 대한 배타적 의식이 강하다. 삼승할망, 백주또, 마을 당신들은 육지에서 쫓겨 온 또는 이주한 신들이고 축사현정(逐邪顯正)을 펼친 목사들은 실패한다. 절 오백, 당 오백을 철폐한 이형상 목사의 광정당 전설, 열다섯살 처녀를 뱀에게 제물로 바치는 폐습을 철폐한 서련 판관의 김녕사굴 전설에서 그러한 저항 의식을 알 수 있다.

 

3) 중앙 지향 의식

역사에서 보면 탐라국이라는 독립국가로서의 과거성과 중앙 정부에 예속되고 싶어하는 두 가지 양상의 혼류를 보인다.

탐라국은 BC53년 고후에 의해서 건국된다. 이에 고 씨 3형제가 개국을 알리려 신라에 입조하여 성주, 왕자, 고내의 직함을 받고 돌아온다.

고려 태조 때는 성주 고자견이 태자 말로를 입조시켜 고려와 주종관계를 유지한다.

고려 원종(1270) 때는 고려 정부에 반기를 든 김통정 장군이 삼별초를 이끌고 제주에 들어 와 제주왕국 건설을 시도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최초의 독립국가였다. 그 이후 고려국이 아닌 몽골국의 직접 지배를 1백 년간 받았다.

이러한 외국 종속과 독립적인 통치는 조선 세종 때 성주, 왕자 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면서 본토에 예속된다.

 

. 외래문화 수용의 복합성

 

1) 설화에서 외래문화의 수용 양상

 

삼성신화에서는 수렵문화 사회에서 벽랑국 공주의 내도로 인한 농경문화의 유입 모습을 볼 수 있다. 벽랑국 공주는 커다란 목함에 말과 소, 보리, 조 등 곡식 등을 싣고 들어온다.

백주또 신화에서는 사냥을 하던 소천국에게 육지에서 백주또가 찾아오는데, 백주또는 소천국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수렵문화에서 농경문화로 전환기의 갈등이다.

자청비 신화에서는 농사와 목마의 유래가 드러난다.

 

2) 역사에서 외래문화의 수용양상

 

제주의 문화는 원래 고유의 것이 아니라 외국 문화가 유입되면서 혼재 되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삼별초난이 평정된 후 제주는 1백년 간 몽골의 직접 지배를 받았다. 당시 고려가 한 민족을 통일했지만 제주는 이민족 몽골 민족의 통치 아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피가 많이 섞여서 지금도 몽골에 가서 보면 이웃집 아저씨처럼 모습이 흡사한 사람이 많다. 목마 하는 방법, 어휘, 음식문화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조선조에 와서 제주는 유배의 땅이었다. 그 덕분에 제주 섬사람들은 나라에 죄지은 양반들의 고급문화를 습득하게 된다. 반골 기질과 남성 우월의식 등이 이대 형성되었다. 조선 시대 양반들의 언어가 고스란히 전승되어 오면서 독특한 어휘와 언어구조를 형성했다.

일본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전라도에 부속되어 전라도경찰서장이 제주도사를 겸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킬 당시 제주는 군사 요충지였다. 당시 제주도민은 30만이었는데 한 때 일본군 6만이 주둔하면서 공군 기지인 비행장을 만들고, 해안가 절벽에 굴을 뚫어 소형 전투함, 방공 포대 등을 설치하는데 제주도민을 강제 동원시켰다. 이때 건축, 건설에 사용되는 일본어들이 흔하게 사용되었다.

 

그리고 해방 공간에서 신식 교육을 받은 일본 유학파들이 많이 돌아왔다. 이들 중에 당시 유행하던 이데올로기에 편향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해방공간에서 4·3에 참여하면서 또다시 난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6·25 전쟁 중에 제주는 피난지였고 많은 예술인들이 제주로 피난 왔다. 이들 예술인들에 의해 근대 예술이 싹을 틔웠다. 그러나 이들 피난민들에 의해 제주의 고유 정신이었던 조냥정신, 삼무 정신 등이 파괴되었다.

1970년대에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산업이 개발 중심으로 확대되었고 제주인들에게는 많은 충격을 주었다.

 

3) 외래문화 수용방식의 이중성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어서 지배층은 추종적이다. 이는 삼성신화에서 벽랑공주와의 혼인 장면에 잘 나타나 있다. 이는 유교 문화를 추종하며 신분 상승의 욕구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서민들은 합리적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샤머니즘을 추종한다. 불교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유교와 혼재된 형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잘못된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난을 일으켜 저항하기도 한다.

 

4) 언어생활의 이중구조

 

언어생활에서도 이중 구조를 가졌다. 제주인들은 공식석상이나 외지인들과의 대화에서는 표준어를 쓰지만 사회 생활에서는 제주어를 쓴다. 특히 호칭어와 지칭어의 구별이 뚜렷하며 친한 사람들에게는 삼촌, 할망 등의 온정적 어휘를 쓴다.

 

5) 종교 활동의 이중구조

 

종교 생활에서도 이중 구조가 작용한다. 남편은 향교(유학)에 나가지만 부인은 당(무속)에 출입한다. 마을 부락제는 남성적 유교식 포제를 지내지만, 여성은 무속식 해신제와 당굿을 한다.

제사 때는 조상신(유교)과 문전신(무속)을 함께 모신다.

 

. 여성 중심의 문화

 

제주의 문화는 모계 중심의 문화다. 아들보다 딸이 존중 받는다. 경제적 이유 때문인데 딸은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여 재산을 늘리지만 남자는 밥이나 축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도 여신이 많다. 제주 섬을 만든 설문대 할망, 농신인 자청비, 정조를 지킨 산방덕이. 효성스런 가믄장 아기, 무당의 조상인 백주또, 바다 농사의 신 영등할망, 생명을 주는 삼승할망 등 여성이다. 이어도도 해녀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섬이다.

역사 속 인물도 김만덕, 홍윤애 등 여성이며 민요도 여성의 노동요가 대부분이다.

 

. 괸당 문화와 배타적 의식

 

제주는 몽골, 일본, 프랑스 등 잦은 외세의 침투를 받았다. 도한 탐관오리에 의한 수탈이나 진상품 관리를 위해 곤욕을 치렀다. 또한 외지인들에 의한 사기와 도둑질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친인척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배타적 의식에서 생겨난 것이 괸당 문화다.

 

제주에는 수눌음 문화가 있는데 육지부의 계와 비슷하다. 수눌음에는 노동력을 수누는 경우와 물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이 있다. 수눌음은 주로 동네 단위로 이루어진다.

관혼상제는 친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제사나 명절, 결혼, 상례는 가족이 아니라 이웃이나 친족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빛내서라도 성대하게 치른다. 제주에서는 결혼식을 보통 삼일에 걸쳐서 치른다. 가문잔치 (결혼식 전날, 돼지 잡는 날. 잔치준비- 친척들 역할분담), 잔칫날, 사돈잔치(잔치 다음날). 그래서 제주에서는 지역과 가문을 중시하며 학연, 지연, 혈연의 유대관계가 돈독하다.

 

질로지만썩문화도 있다. 가난한 시절 빈부간의 격차도 컸다. 그러나 마을의 당제(포제, 해신제)를 지낼 때는 함께 지내는데 제물을 올릴 때에는 각자 자기 형편에 맞게 따로 올린다. 부모와 자식이 한 집안에 살아도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기 싫어 안거리와 밖거리로 따로 살면서 밥도 따로 해 먹는다. 함께 살면 함께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괸당문화는 폐해도 만만치 않다. 끼리끼리 통하기 때문에 정실이 많이 작용하고, 상대방이 잘되는 것을 눈꼴사납게 생각하기 때문 투서가 많다. 이는 유배인의 DNA에서 생긴 반골기질 때문이다. 또한 제주는 남존여비의 유교적 질서를 내세우는 남자와 경제권을 쥔 여성 사이에 갈등이 많아 전국적으로 이혼율이 제일 높다.

 

. 섬이라는 환경

 

절해고도라는 자연적 환경이 제주를 유배지로 만들었다. 제주를 거쳐간 유배인들은 조선 시대에만 광해군, 김정희, 보우 등 2 백명이나 된다. 이들 각 개인의 역사만 다루어도 작품의 소재가 된다.

변방을 다스리기 위해 온 목민관들이 280명이나 된다. 이형상의 남환박물, 김상헌의 남사록, 임제의 남명소승등이 당시의 제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저서다.

바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난파, 물질, 해녀들의 이야기가 해양문학을 만들었다.

 

 

3. 제주 역사와 스토리 콘텐츠

 

. 중앙정부에 대한 저항을 그린 작품

 

고려 시대 삼별초 난을 소재로 한 소설 작품으로 아아 삼별초(오성찬), 삼별초(유현종)이 있고, 강제검, 방성칠, 이재수 등의 민란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변방에 우짖는 새(현기영), 한라산의 노을(한림화)이 있다.

 

. 4·3을 소재로 한 작품

 

소설에서는 1960년대 오영수의 후일담, 곽학송의 집행인, 김석범의 까마귀의 죽음등이 있고 1970년대에는 오성찬의 하얀 달빛, 현기영의 순이 삼촌, 1980년대에는 현길언의 우리들의 조부님, 오성찬의 사포에서, 현기영의 아스팔트, 김석범의 화산도, 고시홍의 도마칼, 한림화의 불턱, 김석희의 띵울림등의 작품이 있다. 1990년대 이후에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4. 제주문화를 원용한 스토리 콘텐츠

 

. 설화에서

 

강림차사 : 신과 함께(영화)

자청비 : 간병인(연극)

가믄장 아기 : (동화/연극)

천지왕 : 천지대왕(희곡)

오백장군 : 동지섣달 꽃 본 듯이(연극)

본풀이 : 목마른 신들(소설)

 

. 역사적 사건

 

대몽항쟁 : 삼별초(소설, 희곡)

목호의 난 : 탐라, 노을 속에 지다(소설)

방성칠난 : 변방에 우짖는 새(소설)

신축민란 : 이재수의 난(영화)/ 날개달린 장수(소설)

해녀항쟁 : 좀녀풀이(마당극)/ 바람 타는 섬(소설)

4·3 사건 : 지슬(영화)/ 폭풍의 바다(연극)/ 순이삼촌(연 극, 뮤지컬, 오페라)

 

. 역사적 인물

 

김만덕 : 거상 김만덕(드라마)/ 만덕(뮤지컬) / 꿈은 누가 꾸 는가(소설)/파도에 길을 묻다(연극)

홍윤애 : 백록담(뮤지컬)/귤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희곡)

보우 : 붓다, 유혹하다(소설)

광해군 : 빛의 바다(연극)

김정희 : 세한도(소설)

정난주 : 난주(소설)

 

. 문화 자원

 

전설 : 이어도(소설)

자연 : 백록담() / 한라산(. 소설)

민요 : 둥그대당실 여도 당실(뮤지컬)

해녀 : 물숨(영화)/ 좀녜(연극)/ 우리들의 블루스(드라마)/

그 외 소설, 동화, 뮤지컬 등

그림 : 탐라순력도(무용극)

고전소설(배비장전) : 살짜기 옵서예(악극)/ 꽃을 든 남자(희 곡)/애랑이 넘실(종합예술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