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물 받는 건 지혜와 지식으로 녹슨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므로 아주 유쾌한 일이다.
가까운 문우에게서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란 책을 선물받았다.
법정스님이 열반 후, 그의 책을 구하기 어렵다는데, 용하게도 그 귀한 책을 선물 받았으니 기쁨이 두 배였다.
법정의 글은 교과서에 실린 <무소유>라든지 단편적인 몇 편의 작품으로 대했을 뿐 한 권의 책으로 읽기는 처음이다.
자연과 벗하며 차를 즐기고 책을 벗하는 그의 무소유의 생활 철학이 오롯하게 담겨 잇는 책이었다.
그의 글은 촌철살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속세를 벗어나 있으면서도 속세를 속속들이 꿰뚫어 보는 예리한 통찰력이 읽는 내내 가슴을 찌르기도 했다.
이전에 법정의 어느 책에서 읽은 글이지만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開眼)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는 구절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말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 ‘나는 누구인가? 묻는 것’, ‘자신을 비우는 것, 그리고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우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이란 구절이 영혼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바라보는 기쁨’이란 글도 울림이 컸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받쳐 주어야 신선감을 지속할 수 있다.
습관적인 만남은 진정한 만남이 아니다.
좋은 만남에는 향기로운 여운이 감돌아야 한다.
그 향기로운 여운으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사람도 얼마쯤의 거리를 두고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풍경이든 바라보는 기쁨이 따라야 한다‘.
가족을 비롯한 내 주변의 사람들.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 그들의 본질과 가치를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