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화두 강준(극작가/소설가)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이 『창작과 비평』에 실려 4·3이 처음 공론화되던 해에 나는 제주에서 「극단이어도」를 창단했다. 당시는 유신정권 치하였고 이어서 전두환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검열이 아주 엄중하던 때였으니 현기영 선생이 당한 고초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시대 정신을 천착하는 제주 출신 문인이라면 4·3은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화두다. 평생 글을 쓰더라도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은 두세 편 정도인데 내 희곡에서의 출세작「폭풍의 바다」와 「좀녜」는 모두 4·3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돌이켜 보니 발표한 작품 중 열댓 편 정도가 4·3을 소재 또는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그 아픔의 질곡 속에서 나도 30여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