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문학의 옹달샘 56

나에게 희곡이란

희곡은 내 인생의 탈출구이자 종교 ‘인생은 태양에서 와서 태양으로 가는 여정이다.’ 대학교 문학개론 강의 시간에 들은 말인데 그 말이 내 인생의 나침판이 되었다. 태양에서 와서 지구라는 정거장에 한 백년 머물다 태양으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지금 나는 생명체가 사는 유일하고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그냥 머무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시간과 공간에서 많은 상황과 환경과 인간을 만난다. ‘인생은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규정하고 나니 인생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맞닥뜨리는 현실 문제들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우리가 한 곳에 머물든 떠나든 거기에는 늘 새로운 시간과 상황이 공존하기에 동일한 일상은 없다. 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일상이라 또 다른 내일의 세상이 기다려진다. 세계는 인종..

문학의 옹달샘 2022.06.15

제주랩소디 한라일보/제주의 소리 기사

문화n라이프 책과 사람 [이 책] 강준 장편소설 '제주랩소디' 삼대에 걸친 인연 속 제주 개발 이면 진선희 기자sunny@ihalla.com 입력 : 2021. 10.22. 00:00:00 한라일보 제주 부동산 붐을 일으킨 중국자본의 실체과 제주도 개발의 이면을 그린 장편 '제주랩소디'를 펴낸 강준 소설가. 1년간 한라일보 인터넷 연재 두목회·하나도 프로젝트 등 중국 자본 실체 좇는 인물 그려 "누게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던 땅을 중국 사름들 드나들멍 열 배 스무 배로 올령 사켄허니 동네 사름덜 눈깔이 뒤집혀 분 거우다. 여길 떠나믄 어디강 무신 거 허영 먹엉 삽니까?" 하나도라는 섬에 사는 여인은 푸념하듯 이런 말을 뱉는다. 중국 자본은 제주도 관광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프로젝트라는 명분으로 그 섬 전체를..

문학의 옹달샘 2021.10.22

강준 장편소설 제주랩소디

작가의 말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젊은 시절 동네에 중국 음식점을 하던 화교 친구가 있었다. 제주에 처음 정착한 중국 난민선 해상호의 선주가 그의 외조부라 했다. 제주 화교는 해상호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 제주의 전통 있는 중국 음식점은 입도 3세대인 선주의 후손들이 대를 잇고 있다. 이 소설은 그 우 사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고 외국인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중국인에 의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섬이 중국 자본에 의해 침식되면서 토착민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 토호 세력과 위정자들이 개입하면서 각종 부조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세 젊은 친구는 저마다의 꿈을 꾸며 성장하지만 서로 다른 입장으로 얽히게 되면서 애증의 전선..

문학의 옹달샘 2021.10.13

2021년 여름에 읽을만한 소설

황시운 『그래도 아직은 봄밤』 인간 실존의 문제를 얘기하는 작가의 시선은 날카로우며 뭉클하다. 탄탄한 구성과 상처받은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가 공감을 준다. 작가 자신의 처지를 대비시킨 「매듭」은 단연 뛰어나다. 단편 하나하나가 신선하며 완성도가 높다. 김숨 『듣기 시간』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마저 파편화된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인터뷰. 치매 걸린 할머니의 과거를 찾아가는 증언 형식의 소설이 새롭다. 감각적이며 소름 돋을 만큼 치밀한 묘사, 묵음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진지하며 감동적이다. 정인 『누군가 아픈 밤』 과거의 아픈 기억을 통해서 현재를 재구성하여,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인간 삶의 이면을 파헤치는 작품들이다. 조곤조곤한 문체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김이정 『네 눈물..

문학의 옹달샘 2021.08.06

혐오의 집단화와 '비판적 개인'의 공감의식

2021년 6월 24일 제주해비치호텔 앤드 리조트에서 열린 제16회 제주포럼 문학세션 '경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라는 주제로 고명철(문학평론가, 좌장), 은희경(소설가), 장이지(시인)가 현장 발제를, 루민(중국, 소설가), 가토 아쓰코(일본, 문학평론가)가 화상으로 발제를 했다. 다음 글은 은희경 소설가의 발제 전문이다. 지속 가능한 평화, 포용적 번영 혐오의 집단화와 비판적 개인의 공감의식 은희경 1 팬데믹 이후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난민 수용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배타적 태도라든가 전 세계적인 극우 지도자들의 출현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세계는 점점 보수화되고 편견과 갈등은 심화되었다. 거기에다 코로나라는 재난이 ..

문학의 옹달샘 2021.06.25

극작가 강준이 말하는 ‘숙명 같은 제주4.3’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승인 2021.05.13 11:28 제주문학 2021년 봄호 특집...4.3 다룬 희곡·단편소설 8편 조명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제주를 대표하는 극작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강준의 제주4.3 작품을 조명한 기회가 마련됐다. 제주문인협회의 ‘제주문학 2021년 봄호’(통권 86호) 특집으로 실린 ‘4.3과 나의 문학’이다. 봄호 가장 서두에 실린 첫 번째 특집 코너는 강준이 쓴 희곡 7편과 단편 소설 1편을 요약 소개하는 구성이다. 강준은 제주시 애월읍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극단 ‘이어도’ 창단 대표를 역임했다. 월간문학 신인상(1987), 삼성문학상(1991), 한국희곡문학상(1996), 한국소..

문학의 옹달샘 2021.05.14

4.3과 나의 문학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화두 강준(극작가/소설가)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이 『창작과 비평』에 실려 4·3이 처음 공론화되던 해에 나는 제주에서 「극단이어도」를 창단했다. 당시는 유신정권 치하였고 이어서 전두환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검열이 아주 엄중하던 때였으니 현기영 선생이 당한 고초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시대 정신을 천착하는 제주 출신 문인이라면 4·3은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화두다. 평생 글을 쓰더라도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은 두세 편 정도인데 내 희곡에서의 출세작「폭풍의 바다」와 「좀녜」는 모두 4·3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돌이켜 보니 발표한 작품 중 열댓 편 정도가 4·3을 소재 또는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그 아픔의 질곡 속에서 나도 30여 년..

문학의 옹달샘 2021.04.01

전영택 문학상

소설가 전영택은 1919년 창조 동인으로 1920년대 대표적인 작가이다. 대표작으로 당대 하층민들의 삶을 극명하게 조명한 이란 작품이 있고 한국문인협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지낸 분이다. 작가에게 상이란 걷고 있는 길에 대한 격려이자 자기 확인이다.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강준 작가, 한국문인협회 제6회 전영택문학상 수상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승인 2020.08.31 17:47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이광복)가 선정하는 전영택문학상 올해 수상자로 제주 출신 강준 작가가 포함됐다. 한국문인협회는 31일 제6회 전영택문학상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전영택문학상은 협회가 창작 활동에 전념하는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포상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강준 작가..

문학의 옹달샘 2020.10.08

<랭보, 바람구두를 벗다> 서평 기사

욕망과 역사 직시하는 강준의 시선 제주의 소리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승인 2020.08.21 17:39 신작 희곡집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 발간 출처=알라딘. 연극인, 희곡 작가, 이제는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강준(본명 강용준)이 새 희곡집을 펴냈다. 제주 역사 위에서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청어)이다. 강준은 이 책에서 ▲내 인생에 백태클 ▲돗추렴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 ▲게스트하우스 꿈 등 희곡 4편과 창작뮤지컬 를 실었다. 저자는 해녀, 4.3, 만덕 등 제주를 잘 나타내는 소재를 다루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다루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것은 지저분하면서 처절하고 때로는 애틋한 우리의 민낯이다. 에서 주인공 ..

문학의 옹달샘 2020.08.22

<강준 희곡집>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

***작가의 말 동시대 인간들에 대한 변명 200년에 걸친 십자군 원정은 그리스도교의 성지를 탈환한다는 명분의 전쟁이었지만 이슬람을 비롯한 동방 문명에 대한 질투와 선망이 동기였다. 그들은 향료, 보석을 비롯한 동방의 문물을 약탈해 가면서 한센병(나병)과 흑사병(페스트)도 서구로 가져갔다. 그 결과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시작한 페스트는 6천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규모의 사상자는 없지만, 21세기 전 세계를 원정하며 인간 생활을 통제하고 있다. 이 시대 이후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페스트 이후 『데카메론』, 『페스트』 같은 작품들이 나왔듯이,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세계적 명작들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연예술이 위..

문학의 옹달샘 20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