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울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 시를 읽는 벤치 2015.10.16
햇살에게 햇살에게 정호승 이른 아침에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하루종일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를 읽는 벤치 2015.03.14
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 지는 건 쉬위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 시를 읽는 벤치 2014.04.22
'나는 아무것도'의 이야기 ‘나는 아무 것도’의 이야기 오정국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머리 위로 구름이 흘러왔다. 책갈피를 펼치면 왜 여기에 밑줄을 쳤을까 싶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깜깜한 밤이 오고 불붙은 기차가 벌판 끝으로 사라졌다 한사코 철망을 넘어와서 흔들리는 장미들 장.. 시를 읽는 벤치 2013.06.15
감각 감각 랭보 푸른 여름날 저녁 무렵이면 나는 오솔길로 갈 거예요 밀잎에 찔리며 잔풀을 밟으며 꿈꾸는 사람이 되어 발치에서 그 신선한 푸르름을 느낄 거예요 바람이 내 머리를 흐트러뜨리도록 내버려 둘 거예요 나는 말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끝없는 사.. 시를 읽는 벤치 2013.03.19
고인돌 고인돌 / 염창권 죽음이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시를 읽는 벤치 2012.10.26
천마산 물소리 천마산 물소리 오태환 내 그대의 물소리 안으로 들어가리 상수리나무 물푸레나무 푸른 그늘 사이사이 저렇게 달빛이 환해서 그대 물소리의 내장內臟까지 찬란히 비쳐 보이는 밤이면 그대 물소리의 붉고 고운 실핏줄 조심조심 헤치며 내 그대의 물소리 안으로 들어가리 들어가서 그대 물.. 시를 읽는 벤치 2012.09.20
달과 꽃 달과 꽃 고진하 복잡한 달의 사생활을 누가 알랴만 어쩌자고 오늘은 메밀밭에만 애틋한 시선을 던지나 사위는 온통 캄캄한데, 메밀밭에만 흰 소복 뒤집어 쓴 달의 정령들 피어나, 깊은 속울음을 속울음을 꾹꾹 참고 저리도 눈부신가 그 속울음 터지면, 막무가내 터진다면 눈물꽃처럼 그렁그렁한 가을 열매의 꿈도 찢어지고 무슨 고요도, 여분도, 눈부신 사랑의 영토도 산산조각 나겠구나 잠시 달이 머물다 가는 이룰 수 없는 연정의 종점 같은 눈부신 메밀밭... 시를 읽는 벤치 2012.09.13
바다에 몸이 달아 바다에 몸이 달아 존 메이스 필드 내 다시 바다로 가리. 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가리. 필요한 건 배 한 척과 길잡이 별하나. 박차고 가는 바퀴, 바람의 노래, 흔들리는 흰 돛대와 물에 어린 회색 안개 동트는 새벽이면 그 뿐이니. 내 다시 바다로 가리. 달리는 물결이 날 부르는 소리 거역.. 시를 읽는 벤치 2012.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