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담양 2

명옥헌

명옥헌 - 한 시인이 도착했을 때 나비 두 마리가 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여자는 눈이 멀었고 딸은 얼굴이 꽃같이 예쁘다고 했다. 석미화 하지를 훨씬 넘어서였다. 긴 눈썹 그림자를 두른 때문 일까 연못에는 꽃나무의 구불거림이 흘러넘쳤다 바람이 없으면 좋을까 꽃가지에서 빛을 뽑아내는 여자의 눈빛이 아물거렸다 낮달에서 부서지는 딸은 나비를 쫓으며 놀고 있었다 여자와 딸이 서로 간질이는지 간지럼나무는 물가로 들어눕고 있었다 물속으로 멀어지는 구름, 주름 접힌 꽃들, 실가지는 길을 자주 바꿨다, 붉은 꽃그늘이 깔리고, 여자와 딸은 싸온 도시락을 언 제쯤 먹을까, 바람이 불어오면 더 좋을까 물소리가 물소 리와 부딪쳤다 --------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글을 낳는 집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10여 년을 전국에 있는 문학 레지던시를 찾아다니다가 처음으로 전남 담양에 있는 ‘글을 낳는 집’(이하 글집)을 찾아 3개월의 입주를 허락받았다. 대부분 도시와 가까운,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편의 시설이 있는 여타 문학 레지던시와는 다르게 산중에 위치한 곳이다. 차로는 화순온천이 10분 거리에 있고, 산길을 돌고 꺾으면 15분 거리에 대덕면, 창평면, 고서면, 곡성군 옥과면이 있다. 시내버스가 하루 다섯 차례 글집 앞을 지나간다. 고서면을 돌아서면 소쇄원과 가사문학관이 있는 가사문학면이 20분 거리에 있어 선현들의 글향기가 화수분처럼 피어올라 떠다니는 곳이다. 담양은 예로부터 가사문학의 출발지이며 중심지였다. 가사문학의 효시라는 정극인의 상춘곡이 담양에서 만들어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