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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시를 읽는 벤치

명옥헌

강용준 2023. 11. 25. 19:23

석미화 시집

 

명옥헌

- 한 시인이 도착했을 때 나비 두 마리가 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여자는

눈이 멀었고 딸은 얼굴이 꽃같이 예쁘다고 했다.

 

                                                                                석미화

 

 하지를 훨씬 넘어서였다. 긴 눈썹 그림자를 두른 때문

일까 연못에는 꽃나무의 구불거림이 흘러넘쳤다 바람이

없으면 좋을까

 

 꽃가지에서 빛을 뽑아내는 여자의 눈빛이 아물거렸다

낮달에서 부서지는 딸은 나비를 쫓으며 놀고 있었다

 

 여자와 딸이 서로 간질이는지

 

 간지럼나무는 물가로 들어눕고 있었다

 물속으로 멀어지는 구름, 주름 접힌 꽃들, 실가지는

길을 자주 바꿨다,

 

 붉은 꽃그늘이 깔리고, 여자와 딸은 싸온 도시락을 언

제쯤 먹을까, 바람이 불어오면 더 좋을까 물소리가 물소

리와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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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 명옥헌, 백일홍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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