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2011)
Late Autumn
6.4
줄거리
“나랑 만나서 즐겁지 않은 손님은 처음이니까, 할인해 줄게요. 오늘 하루.”
훈은 돈을 갚고 찾아가겠다며 억지로 시계를 채워주지만 애나는 무뚝뚝하게 돌아선다. 7년 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자기만 빼 놓고 모든 것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낯설기만 한 애나. 돌아가 버릴까? 발길을 돌린 터미널에서 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된 둘의 하루. 시애틀을 잘 아는 척 안내하는 훈과 함께, 애나는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2537번, 지금 돌아가는 길입니다…”
이름도 몰랐던 애나와 훈. 호기심이던 훈의 눈빛이 진지해지고 표정 없던 애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를 때쯤, 누군가 훈을 찾아 오고 애나가 돌아가야 할 시간도 다가오는데...
감상평
작가주의 영화의 난해함
‘만추’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인데 영화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감독의 작가주의를 대단히 칭찬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난 내 느낌은 별로 남는 게 없다.
아무래도 1960년대 이만희 감독이 만들어 당대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리메이크 한 작품인데 2011년에 다시 리메이크한 이유가 뭘까?
리메이크는 같은 대본을 놓고 다른 해석과 연출을 한다는 것인데 감수성과 감각적인 것을 내세워 지루하게 끌고 가는 과정이 스피디함을 좋아하는 요즘 관객들이 졸음을 주는 건 당연했다.
우선 스토리나 구성자체가 스테디하고 카메라 기법이 매우 매우 모범적인데다
내면 연기를 보여줘야 할 애나 역의 탕웨이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거 같다.
우선 탕웨이가 풍기는 민얼굴이 남편을 죽이고 7년간 감옥살이를 한 수심과 한에 찬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얼굴형이었다.
게다가 탕웨이의 출세작이었던 색․계에서의 의연하고 긴장감 있는 표정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적어도 ‘만추’라는 제목에 맞게 원숙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현빈 역시 탕웨이에 다가가야 하는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도 흠이었다.
남창이기 때문, 섹스에 환멸을 느낀다하여도 훈이 애나에게 접근해야 하는 필연성이나 3일 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랑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중국 여인인 애나가 훈에게 다가서는 것이 마음에 닿지 않았다.
또한 무용으로 표현된 두 남녀의 사랑의 얘기는 뭘 말하려는 건지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였지만 그 의도를 모르는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눈꺼풀이 덮였을 것이다.
영화평론가들은 이 장면을 작가주의니 뭐니 하고 떠들지만 일반 마니아들에겐 상징이 너무 길고 지루하였고 마치 수학문제를 풀듯 쉽게 영화 내용 속에 용해되지 못했다.
현빈이나 탕웨이를 보고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에겐 그들의 모습만을 보고 분위기에 취했겠지만 시나리오의 스토리 자체나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놓고 볼 때 너무 단순하고 밋밋했다.
'만추', ‘인생은 그렇게 황량하고 쓸쓸한 것이다’라는 걸 말하려고 그렇게 안개의 도시를 배경으로 했었나? 작가주의 영화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텐데...
식견이 부족해서 재미를 찾지 못한 걸까?
하지만 평가는 관객의 몫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