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영화꽃 향기

광해- 왕이 된 남자

강용준 2012. 9. 19. 10:09

 

요즘의 한국 영화는 소재가 정말 다양해졌다.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소재가 있는 모양이다.

한때 조폭 영화가 판을 치더니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유행했던 적이 있고

요즘엔 장기 밀매와 사채업자 영화가 유행이다.

그런데 역사 소재의 영화는 나올 때마다 흥미롭다.

역사 인물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남다르고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광해군, 그는 왕조중심의 역사관에선 폭군으로 알려졌다.

인목대비를 폐위시키고 이복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인 임금이고

임진란 이후 불타버린 도성을 건축하면서 백성들을 괴롭힌 임금이었기에 왕의 시호도 못 받았다고 교육받았다.

그런데 사실은 광해군은 조선 역사상 가장 주체성이 강하고 외교 능력이 뛰어난 임금이었다.

임진란 때 선조가 의주까지 파천했을 때 장수들을 진두 지휘하여 왜군들을 한강이남 까지 몰아냈고,

모든 임금들과 신하가 명 중심의 모화사상에 빠져 있을 때,

후금(청)과 외교적 담판을 하고자 한 임금이 광해군이라는 걸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았다.

.

그리고 엄청난 납세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하여 경기도에 한정했지만 대동법을 시행했다.

지주와 부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하들의 갖은 간계를 뿌리치고

많이 가진 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대동법의 골자다.

 

여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 의 작가 허균은 혁신 사상가 였다.

이 영화는 광해군의 실정과 폭정을 다룬 영화와는 달리 중전인 유씨 일가를 몰아내고

사대주의에 항변하며 백성의 입장을 이해하는 임금으로 해석했다.

물론 이를 획책한 것은 도승지 허균인데, 왕자와 거지라는 모티프를 활용하여

역할 바꾸기를 통해서 광해군의 입장을 옹호한 것이다.

광대가 왕의 대역을 하면서 허균은 그의 사상을 광대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광해군이 아니라 허균이라고 생각됐다.

 

영화는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광대와 왕의 역할을 동시에 연기하면서 흥미롭게 이어가지만

유승룡의 치밀하고 천재적인 혁신 사상가 허균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허균은 광해군을 배신하고 역모를 꾸미다 죽게 된다.

헌데 마지막 반전 부분, 허균이 광대에게 왕이 되고 싶냐고 묻고 광대가 왕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허균은 자신의 사상을 실현할 기회로 보고 백성을 위하는 정치의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광대를 도망 보내는 것으로 나타나 석연치 않았다.

잘 이끌어오던 스토리텔링이 관객들이 기대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결말을 내린 것이다.

중간 생략된 부분은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뜻인 것 같은데...

 

요즘 한국 영화의 드라마투르기가 탄탄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서 강하게 임팩을 주지 못하는데 아쉬움을 느낀다.

 

150

'영화꽃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개츠비  (0) 2013.05.25
파파로티  (0) 2013.04.29
영화 은교  (0) 2012.05.07
화차  (0) 2012.03.25
댄싱퀸  (0)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