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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꽃 향기

영화 은교

강용준 2012. 5. 7. 11:08

 

제작사에서 영화의 흥행성을 위해 노출 수위문제로 나발을 불었다.

헌데 이 영화는 그런 홍보 때문에 오히려 이면에 깔린 존재의 허무를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스토리 전개에 뭉클한 감동을 느끼면서도 극장문을 나서면서는 쓸쓸함과 허전함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

우선 감독들이 쓰는 시나리오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다룬다든가 스토리를 이어가는 방법,

그리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방법이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서툴다는 것이 근래 한국영화를 보면서 갖게 된 선입감이다.

그것은 외국 영화가 여러 명 많게는 십 수 명의 대본 작가가 모여서 토론하고 집필하고 수정하면서 완성시켜 나가지만

한국 영화는 오로지 연출을 맡은 감독 한 사람에 의하여 모든 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영화에 표현된 은교의 장점은 탄탄한 구성력보다 미묘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점이고,

노 시인을 등장시켜 대사 자체가 시적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70 노인이 17살 난 은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늙어감에 대한 처절한 외로움.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에 대한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하여 제자인 서지우와 자기가 사랑하는 은교의 정사 장면은

그것을 몰래 숨어서 바라보는 이적요가 더 측은하게 생각되어 결코 야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건 늙음을 바라보는 감독의 연민같은 시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도입부분에서 이적요가 자신의 나신을 바라보는 장면을 내세운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감독이 늙음에 대해 뭔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그저 쓸쓸함과 외로움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70대의 노인과 17세의 사랑은 결국 파렴치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서지우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닐지라도

세간의 인식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시각을 보여준 것이다.

사랑의 위대한 승리를 생각했다면 은교에게 따스한 시선쯤 보여 줄 수 있을 텐데.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은교를 누워있는 상태에서 시선도 주지 않고 보내는 엔딩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원작에서 처럼 은교가 이적요의 사랑을 알았다면 그렇게 안개꽃을 머리맡에 놓고 떠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존재의 내밀한 욕망은 자연스런 본능인데 그것을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처리해 버린 시선이 아쉽다.


원작 소설에는 이적요가 죽고 남긴 한 권의 노트,

그리고 제자 서지우가 남긴 노트를 가지고 두 사람의 입장과 이를 바라보는 변호사의 입장 등 세 가지 시선이지만,

영화는 오히려 이적요의 입장에서만 조명함으로써 깔끔하게 잘 정리하고 있었다.

서지우가 훔쳐 상을 받게 된 소설의 내용도 은교를 바라보는 이적요의 마음을 담아 한결 개연성을 높였다.

오랜만에 인생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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