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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제주설화의 연못

섭지코지 선녀바위

강용준 2013. 12. 12. 13:38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신양리 해안에 돌출되어 있는 섭지코지는 코지(곶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코의 끄트머리 처럼 삐죽 튀어나온 지형으로 아름다운 해안절경이 이곳에 펼쳐진다.

이 빼어난 절경 때문에 이곳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해안은 해수면의 높이에 따라 물 속에 잠겼다 나타났다 하는 기암괴석들로 절경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 높이 30미터, 둘레 15미터의 우뚝 솟은 선녀바위가 눈에 띈다.

옛날 이곳은 물이 맑고 해안절경이 아름다워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던 곳이었다.

선녀들은 틈만 있으면 내려와 목욕을 하며 즐기다 가곤 하였다.

하루는 용왕의 막내아들이 이곳에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를 보게 되었다.

‘아니, 저 여인이 누구지?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니!’

선녀를 본 용왕의 막내아들은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어쩔 줄 몰랐다.

막내아들은 결국 그 아름다운 여인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는 것을 알고 용왕에게 선녀와 혼인하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렇지만 용왕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어찌 하늘나라의 선녀와 혼인할 생각을 하느냐? 안 되는 일이니라.”

용왕이 허락할 수 없다고 하자 막내아들은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그 아름다운 선녀를 잊어보려고 애썼지만 잊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 허락하여주시옵소서. 저는 꼭 그 여인과 혼인을 해야만 하겠습니다.”

 

용왕은 안 된다고 아들을 만류했지만 아들이 간곡하게 간청하는 터라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세웠다.

“그러면 백일 동안만 기다리도록 해라. 네가 백일 동안 그 여인을 보지 않고 잘 참고 견디면 혼인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

용왕은 시름시름 앓는 막내아들이 애처로워 어쩔 수 없이 선녀와 혼인시켜 줄 것을 약속한 것이다.

용왕의 막내아들은 날이면 날마다 그 선녀만을 생각하며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용왕과 약속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내아들은 그 아름다운 선녀를 보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 딱 한 번만 보고 오자. 한 번쯤 본들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래서 막내아들은 아무도 몰래 살짝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으로 가 그 선녀를 보게 되었다.

보름달이 훤히 비치는 밤에 목욕을 하는 선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선녀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막내는 날이 밝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둥근 해가 떠오르자 겁이 덜컥 난 막내는 집으로 달려갔다.

‘내가 다녀온 것을 아무도 모르겠지? 밤에 몰래 다녀왔으니 괜찮을 거야.’

그는 아무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며 백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에도 막내는 선녀가 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막내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백일째 되던 날,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면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파도가 높이 일고 비바람이 휘몰아쳐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

“안 되는 일이니라,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날씨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용왕의 막내아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비바람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비바람은 더욱 거세어지면서 점점 높은 파도가 일어 온 세상을 다 집어삼킬 듯이 날뛰었다.

그러더니 천둥소리와 함께 노여움에 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네 이놈! 너의 잘못은 네가 잘 알겠지? 백일을 기다리지 못하다니?

그러고서 무슨 큰일을 하겠다는 것이냐?”

“잘못하였사옵니다. 제발 용서하여주시옵소서.”

막내는 빌고 또 빌었지만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었다.

막내는 이곳에 내려온 선녀에게 반하여 선녀를 따라 하늘로 승천하려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게 된 것이다.

결국 거센 비바람 때문에 선녀도 하강하지 못하였다.

용왕이 이르기를

“너의 정성이 부족하여 하늘이 뜻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니라. 너의 마음을 거두도록 하거라.” 하였다.

이리하여 사랑을 이루지 못한 막내는 매우 슬퍼하였다.

그는 너무 슬퍼한 나머지 울다가 이곳 섭지코지에서 선채로 바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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