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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제주설화의 연못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산방덕

강용준 2011. 12. 6. 09:31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산방덕


제주에서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대정 쪽으로 가다보면 눈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산방산이다.

이 산은 한라산 백록담의 둘레와 비슷하다 하여 백록담의 전설에서는 사냥꾼에게 화가 난 옥황상제가 뽑아 던진 산이라고 전해진다.

이 산방산 중턱 천연동굴 속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이는 절개를 지키려했던 여인이 변해서 된 바위라고 전해진다.


옛날 산방산 근처에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나이가 들도록 자식이 없었다.

이들은 천지신명께 매일 정성을 다하여 자식 점지를 기원하며 치성을 드렸는데 하루는 부인이 꿈에서 산속을 해매다 깊은 굴 속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가다 잠이 깼다.

하도 이상해서 부인은 남편에게 꿈 얘기를 하자 남편도 같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 부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는 하늘이 우리에게 자식을 점지하신 것이라 믿고 당장 산방산 중턱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턱을 올라 굴 입구에 다다랐을 때 꿈속에서처럼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동굴 속에서 포대기에 싸인 여자 아이가 울고 있었다.

부부는 산방산에 절을 하고 애기 이름을 산방산 신령의 덕으로 얻었다 하여 산방덕이라 지었다.

산방덕은 원래 산방산을 지키는 여신이 환생한 것이다.

산방덕은 커가면서 용모가 수려하고 부모에 대한 효심이 뛰어나 동네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으면서 자랐다.

한편, 이웃 마을에 고승이라는 총각이 살았다. 고승은 부지런하고 마음씨도 고와서 아들이 없는 산방덕네의 집안일을 거들어주었다.

산방덕은 믿음직한 고승을 좋아했고 고승도 산방덕을 누이처럼 아끼며 좋아했다. 그러다 부모가 죽고 외톨이가 된 산방덕은 고승과 혼인을 하여 같이 살게 됐다.

산방덕은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잘 했다고 여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산방덕의 미모가 아름답다는 소문이 온 섬에 퍼지고 급기야 사또의 귀에 까지 들리게 되었다.

 산방덕을 찾아 친히 만나본 사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선물을 보내는 등 산방덕의 환심을 사려고 무진 애를 썼다.

산방덕은 선물이 도착할 때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외간 남자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며 선물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사또는 순순히 물러서질 않았다. 

남편을 없애버려야 산방덕이 마음을 바꾸리라 생각한 사또는 아무 죄도 없는 고승을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워 잡아가버렸다.

영문을 모른 산방덕은 남편의 방면을 위해 노력했으나 이내 그것이 사또가 자기를 차지하기 위한 계략인 것을 알아차렸다.

산방덕은 사또를 찾아가 죄 없는 남편을 풀어달라고 간청을 했다.

사또는 고승을 풀어줄 테니 자기의 수청을 들라고 요구했다.

산방덕은 꾀를 내어 남편을 한 번만 만나보고 나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사또는 산방덕의 말을 믿고 면회를 시켜 주었다.

산방덕은 울면서 사정 얘기를 했다.

“저 때문에 죄 없는 당신이 고생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고승이 산방덕을 달래며 말했다.

“죄라면 당신이 아름다운 게 죄요. 욕심 많은 사또는 당신이 한 번 몸을 허락한다고 해서 나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나를 살리기 위해서 괜한 수고는 하지 마시오.”

산방덕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 말 없이 가버린 산방덕이를 괘씸하게 생각한 사또는 고승을 멀리 귀양 보내버렸다.

울며 지내던 산방덕이에게 사또가 찾아왔다.

“너는 본시 혼인을 잘못했다. 너처럼 출중한 미인이 산속에 묻혀 사는 게 아깝고, 더구나 시골 촌놈과 같이 산다는 걸 내가 아는 한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쩌란 말씀입니까?”

“내 첩이 된다면 널 육지로 데려갈 것이고, 너는 비복들을 거느리며 호강을 하게 될 것인데 너의 생각은 어떠냐?”

“저는 이미 혼인한 몸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이제 그만 잊어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귀양지로 가다 바다에 뛰어내려 자진을 했다.”

산방덕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으나 사또는 물러가지 않고 자기의 욕구를 채우려 했다.

“좋습니다. 이제 남편이 세상에 없다고 하니 전 자유의 몸입니다. 하오나 지금 저의 몸은 불결하여 사또를 모시기 어려우니 열흘만 시간을 주십시오.

하오면 마음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단장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사또를 모시겠습니다.”

사또는 만날 날을 약속받고서야 관아로 돌아갔다.

산방덕은 인간의 세상은 혼자 절개를 지키며 살기가 어려움을 알았다.

남편이 죽은 이상 이 세상에 낙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방덕은 산방산으로 올라갔다. 인간으로 환생한 것을 후회했다.

산방굴에 도착한 산방덕은 한쪽에 좌정을 하고 떠나온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눈을 감자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애증의 장면이 떠오르며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몸은 이내 바위로 변하여 산신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그녀의 눈물인 양 천년세월 동안 하염없이 바위에서 물이 떨어져 흐른다.

사람들은 그것을 산방덕의 눈물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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