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시를 읽는 벤치

돌고래 선언

강용준 2022. 6. 4. 19:30

 

돌고래 선언

 

최지인

 

손과 죽음을 사슬이라 부르자. 그들이 손가락을 걸고

있는 모습을 엉켜 있는 오브제라 부르자. 그들은 손가락

을 쥐고 엄지와 엄지를 마주한다. 구부러진 몸이 손을 향

해 있다. 손이 죽음을 외면하는 것을 흔적이라 부르자.

져 나갈 수 없는 악력이 그들 사이에 작용한다. 손이 검지

와 중지 사이 담배를 끼우고 죽음은 불을 붙인다. 타오르

는 숨김이 병원 로고에 닿을 때 그들의 왼쪽 가슴은 기울

어진다. 손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손이 기둥을 잡음으로

써 손은 기둥이 되고 그것을 선()이라 부르자. 죽음이 신

의 형상을 본뜰 때, 다리를 반대로 꼬아야 할 때, 무너질

수 있는 기회라 부르자. 사라진 손을, 더듬는 선을, 부드러

운 사슬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들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담

뱃재를 털자. 흩어짐에 대해 경의를 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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