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선언
최지인
손과 죽음을 사슬이라 부르자. 그들이 손가락을 걸고
있는 모습을 엉켜 있는 오브제라 부르자. 그들은 손가락
을 쥐고 엄지와 엄지를 마주한다. 구부러진 몸이 손을 향
해 있다. 손이 죽음을 외면하는 것을 흔적이라 부르자. 빠
져 나갈 수 없는 악력이 그들 사이에 작용한다. 손이 검지
와 중지 사이 담배를 끼우고 죽음은 불을 붙인다. 타오르
는 숨김이 병원 로고에 닿을 때 그들의 왼쪽 가슴은 기울
어진다. 손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손이 기둥을 잡음으로
써 손은 기둥이 되고 그것을 선(善)이라 부르자. 죽음이 신
의 형상을 본뜰 때, 다리를 반대로 꼬아야 할 때, 무너질
수 있는 기회라 부르자. 사라진 손을, 더듬는 선을, 부드러
운 사슬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들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담
뱃재를 털자. 흩어짐에 대해 경의를 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