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에 출간된 김이듬 시인 시집
십일월
김이듬
차라리 저수지에 몸을 던지겠어
마음이 지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씨앗의 기억으로 자란다면
나는 떠날 수 있기만을 꿈꾸었다
뿌리를 뻗어 이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잎을 통해 햇살을 열망했던 나무가
셀 수 없는 잎사귀들을 멀리 보낸다
추락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활엽수 같아서
손바닥만한 마음을 가졌구나
셀 수 없이 많은
알 수 없이 좀스러운
매년 나는 환희의 나무에 관하여 쓰려고 했으나
몇 번이나 실패했다
이제 내 마음은 낙엽 되어 바스러진다
말라비틀어진 채 나무에 붙어 있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이다
처음 날아본다 나무는
낙엽의 형식으로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갈 수 있다
환희와 슬픔이 섞인 모순적인 마음으로
낙엽은 나뭇잎의 본색이다
겉보기만 화려하지
아무 것도 남는게 없는
내 마음
나는 너를 끊어낸다
낙엽이 물 속에 가득하다
가물가물한 노래의 후렴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