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시를 읽는 벤치

비문

강용준 2023. 11. 14. 12:08

김명지 첫 시집

 

           비문 

                                           김명지

 

지금은 그 곳엔

제 몸에 불을 지르며 피어나는 꽃들로

눈길 닿는 곳마다 난리가 났을 테지

 

도솔암 오르는 길목

다투듯 키를 맞춘 사랑들이 무더기로

신열을 고하고 있을 테지

 

비문을 몸속 깊숙이 품은 

마애불이

지긋한 눈빛으로 그 사랑을 독려하고 있을 터

 

우거에 홀로 앉아

먼 그곳

갸륵한 꽃빛을 그리워하며

빈 하늘에 붉은 꽃 한송이 그려 넣을 수 밖에

 

무릇,

세상 모든 사랑은 붉어라

선운사 꽃무릇

--- ---

비문= 비밀문서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고창 선운사 도솔암 오르는 양쪽 길가에는 상사화(꽃무릇)가 지천으로 붉게 핀다.

도솔암 암자 옆 커다란 절벽에는 누군가 조각한 마애불상이 있다.

마애불상 품안에 비밀문서가 있다고 일본제국주의 시절에 불상 품을 파헤친 자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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