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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나무 가지치기

돗추렴

강용준 2022. 10. 7. 10:38

돗추렴이 제주소재 발굴 창작연극에 선정되어 무대에 오른다.

 

작가의 글

 

육식 본능에 의한 폭력의 양태

 

육식 동물은 다른 동물을 죽여서 음식을 얻기에 거기엔 생명 살상의 폭력이 필수적이다. 고기를 먹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폭력적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

 

돗추렴은 필요한 사람끼리 돈을 염출하여 공동으로 돼지 잡는 일을 말한다.

지금은 양돈업체가 많아서 돼지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거 제주의 시골집에서는 집안의 경조사나 살림살이를 위하여 돼지를 길렀다. 돗추렴하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살육의 공개 현장이다.

 

해체된 고기의 필요한 부분들을 나누어 가지는 일은 원시사회에서 이어오는 전통적 공동체 행사였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도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건들이 또한 이런 약육강식의 폭력적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제주의 4·3 사건도 그런 폭력적 본능-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려는, 공권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개인의 야욕이 빚어낸 폭력사건이다.

사건과 관련된 이웃들은 서로 인척이라는 끈으로 얽혀 있고, 숨겨졌던 애증의 관계가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드러나게 되면서 해결점을 찾기가 무망 해졌다. 사건 당사자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상처는 후세들에게 유산처럼 남는다.

폭력이 남긴 후유증으로 황폐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누어 가지는 대동 행위를 통하여 화해와 상생의 희망을 그려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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