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2024/01 3

고삐

고삐 김영순 세상에 함부로 놓아선 안 되는 게 있다 아버지는 그것을 가족에 대한 예의라 하셨다 서늘한 고삐의 행간 일기장에 고여 있다 말이 보는 세상이 네가 보는 세상이다 너무 꽉 잡지도 말고 느슨하게도 말고 언제든 잡아챌 수 있게 손안에 쥐고 있어라 사람이 만만해 뵈면 제 등에 태우지 않는다 몇 걸음 걷다가 내동댕이치더라도 고삐는 절대 놓지 마라 방향타가 될 터이니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작가의 산실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왜 조용한 집을 놔두고, 낮선 곳에서 글을 쓰는가?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작가마다 취향과 습관이 다 다르다. 어떤 작가는 자기 집 안방에서 글을 쓰는 서재로 갈 때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외출복 차림으로 간다고 했다. 나는 집을 떠나야 글이 된다. 노마드 처럼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색다른 정보를 얻고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 즐거움이 내겐 자극이 된다. 이것이 집을 떠나는 이유다, 사슬처럼 얽힌 인간관계와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일들에 얽매어서는 작품에 집중할 수도 없다. 십여 년을 전국에 있는 문학 레지던시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인제의 만해마을과 증평의 21세기 문학관은 각자 나름의 운치와 특장을 지닌 창작실이었다. 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