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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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주의보

폭풍주의보                                김지연 폭풍주의보가 내렸다나는 전의를 가다듬는다창문 굳게 잠근 풍경이안온한 정적에 둘러싸인 한 때빗소리가 자꾸 나를 부른다땅 밑으로만 숨어드는내 연노랑 뿌리는 알맞게 벗겨져도로 위로 번지고 있다밀려오는 폭풍에도 삶에 겨운 자동차 하나와이퍼 세차게 흔들며치고 간다 나른한 꽃병을 집어던지며인정해야만 한다이것 아니면 죽음부서진 꽃잎이 이끌어온 삶, 차마날 버리지 못하는 꽃들아 자동차들이 나를 치고 지나갔다 이제 난상처를느껴야 한다

어머니는 걸었네

김신자 시인의 최신 시집(2024.05.18) 어머니는 걸었네                                          김신자 배운 게 하나 없어 놀 줄도 몰랐었지책 읽기 영화 보기 남의 나라 얘기지한 가지 소일거리는 천천하게 걷는 일 돈 한 푼 아끼려고 걷는가도 싶었고당신의 건강 위해 걷는 줄 알았는데집 밖을 나와 걸으면 오장이 시원타 했네 하기야 스트레스 풀 곳도 있어야지유모차 조심조심 단단히 움켜쥐고한 인생 풀어 놓으며 어머니는 걸었네

등대로 오다

등대로 오다                                      김윤숙 누구를 보냈는가무엇을 밝히던가 금채기 해녀들을 다 가둔 당신의 바다산지천 거슬러 와서 새별꽃을 피우네 사라별도 벼랑 위를 뛰어내린 파도에늦도록 꿈꾸었던 미완의 탈출마저 풍랑에 풍랑을 더해끝끝내 묶어놓아 갈퀴손 쟁기로 수평선을 걷어내도아무도 못 보내며 못 들어서는 섬이여 떠나라,당장 떠나라다시 불을 밝히네

송당 마불림제

2024 송당 마불림제 상차림(2024.08.16)  마불림제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의례이다.원래는 목축 신인 정수남을 위해 목축농가에서 말을 불리기 위한 기원제의로 행해졌으나, 현대에는 장마가 끝난 뒤 곰팡이가 핀 옷을 말리면서 오곡번성, 해물풍성, 사업번창, 가내 평안을 비는 내용으로 바뀌었다.음력 7월 보름 자정에는 테우리(말이나 소를 키우는 사람) 코사를 지냈는데, 말 농사가 쇠퇴하자 백중제로 바뀌었다.백중절은 불교와 도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제의로 죽은 자의 혼을 위로하는, 또는 바쁜 농사 일을 마치고 농기를 씻고 머슴들을 쉬게 했다는 여러 설이 있다.세월이 지나면서 마불림제도 날짜가 고정되지 않고 7월 보름 까까운 날을 마을 공동체에서 정하여 열린다.송당 마불림제는 송당리마을제의 일환으로 ..

제주극작가협회 창립하기 까지

제주극작가협회 창립하기 까지강용준(제주극작가협회 회장)  제주에 극작가가 많아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제주에 이주해 오거나 제주 출신 극작가가의 활동이 서울과 제주에서 두드러지면서 면면이 드러났다. 이렇게 많은 극작가를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 2023제주극작심포지엄이었다. 이 행사는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대표 배진섭)가 제주문화에술재단에서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공모한 2023문화예술연구 및 비평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2023년 6월 10일 ‘제주희곡-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란 주제로 제주문학관에서 이루어졌다. 이 사업의 취지는 워크샵을 통하여 제주 극작가의 작품을 한 단뎨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서 제주 연극의 향상 발전을 도모하는데 있었다. 그래서 제주 극작가의 기존 발표..

문학의 옹달샘 2024.07.26

바람의 길

바람의 길                   양창식 길을 쉽게 가려면물처럼 생각 없이 흘러야 하는데바람은 이외로 생각이 많다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풀 나무를 두고서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 상처 많은 역마살은나뭇가지마다 매듭을 묶어 놓지만운명선이 없는 바람은 발자국마다 지우며 간다 물길이 있다면 바람길도 있는 법맴돌지언정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 바람은나침반을 두지 않는다 설령 길을 잃더라도생각이 무거워질까 봐 물처럼쉽게 가라앉지도쉽게 넘치지도 않는다이외로 겁이 많은 바람은

해남과 제주, 그리고 김만일

해남과 제주, 그리고 김만일강준(극작가/소설가)  조선 시대 해남은 전라우도수군절도사영(전라우수영)이 자리했던 곳으로 지금도 문내면에는 영성 등 그 사적이 남아 있다. 전라우수영은 임진왜란 시기에는 8관 13포가 있었다. 나주목, 영광군, 함평현, 영암군, 해남현, 무안현, 진도군, 장도호부가 8관이며 목에는 목사, 군에는 군수, 현에는 현감, 부에는 부사가 관할 했다. 그리고 서해와 남해의 포구를 중심으로 임치진(무안군 해제면), 목포, 다경포(무안군 운남면), 법성포(무안군 해제면), 검모포(부안군 진서면), 군산포, 가리포(완도군 완도읍), 회령포(장흥군 회진면), 마도(강진군 마량면), 이진(해남군 북평면), 어란포(해남군 송지면), 금갑도(진도군 의신면), 남도포(진도군 입학면) 등 13포에 진..

제주 연극 환경과 공연의 완성도 제고를 위한 제언

2024년 6월22일 문화예술연구소함덕32에서 열린                                            2024제주연극연출비평심포지엄 발제자들과 함께  제주 연극 환경과 공연의 완성도 제고를 위한 제언 강용준(제주극작가협회 회장) 1. 전국연극제 제주 개최의 영향과 변화 가. 제10회 전국연극제 제주 연극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한 계기는 두 번의 전국연극제와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개최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제10회 전국연극제가 처음으로 제주에서 개최되었을 때, 연인원 2만 명이라는 최다 유료 관객이 극장을 찾아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전국 각 지역의 예선을 거쳐서 경연에 참가한 수준 높은 공연에 제주 관객은 열광했고, 제주에 연극 붐이 일어났다. 전국연극제의 제주..

남도 찾은 작가들 "나 스스로를 유배하고 싶었다"

입력2024.06.05. 오전 10:15 박준수 기자 박희정·채정·강준..해남 백련재서 집필화순 능주역, 조광조 유허지 등 일대 답사남도 땅 역사문화 숨결 호흡하며 작품구상낯선 곳에서 새로운 문학의 돌파구 모색▲화순 능주역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들. 왼쪽부터 강준 소설가, 박희정 시조시인, 채정 소설가, 박노식 시인                      ▲화순 능주 소재 조광조 유허지 애우당에서 문화해설사들과 함께한 작가들                       ▲조광조 선생 유허비를 살펴보는 작가들 녹음 짙은 초여름, 경전선 철길이 길게 뻗은 화순 능주역에 방문객 몇 명이 나타났습니다.하루 왕복 5차례 시속 60㎞ 느린 디젤기차가 지나는 이곳은 승객은 거의 없고, 간간이 관광객들이 찾아와 호기심 어린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