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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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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극작가협회 창립

제주극작가협회 연간집 창간호 2024년 2월 20일 창립총회를 열고 제주극작가협회의 창립을 선언합니다. 제주극작가협회의 창립을 선언하며 2023년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제주에서 열리면서 제주의 관객과 연극인들은 참으로 대한민국 연극의 정수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가졌으며 지역 연극 간 간극이 크다는 것도 알았다. 그 기간 결국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좋은 희곡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귀결을 얻었고, 그러기에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와 인연을 맺고 있는 극작가들이 정기적인 모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2023년에 중앙의 극작가들과 함께 제주극작심포지엄을 가졌고, 그 이후 다시 회합을 가지고 제주극작가협회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제주에서도 연극 공연은 자주 올라가지만 극작 수준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

문학의 옹달샘 2024.02.17

고삐

고삐 김영순 세상에 함부로 놓아선 안 되는 게 있다 아버지는 그것을 가족에 대한 예의라 하셨다 서늘한 고삐의 행간 일기장에 고여 있다 말이 보는 세상이 네가 보는 세상이다 너무 꽉 잡지도 말고 느슨하게도 말고 언제든 잡아챌 수 있게 손안에 쥐고 있어라 사람이 만만해 뵈면 제 등에 태우지 않는다 몇 걸음 걷다가 내동댕이치더라도 고삐는 절대 놓지 마라 방향타가 될 터이니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작가의 산실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왜 조용한 집을 놔두고, 낮선 곳에서 글을 쓰는가?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작가마다 취향과 습관이 다 다르다. 어떤 작가는 자기 집 안방에서 글을 쓰는 서재로 갈 때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외출복 차림으로 간다고 했다. 나는 집을 떠나야 글이 된다. 노마드 처럼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색다른 정보를 얻고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 즐거움이 내겐 자극이 된다. 이것이 집을 떠나는 이유다, 사슬처럼 얽힌 인간관계와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일들에 얽매어서는 작품에 집중할 수도 없다. 십여 년을 전국에 있는 문학 레지던시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인제의 만해마을과 증평의 21세기 문학관은 각자 나름의 운치와 특장을 지닌 창작실이었다. 세 ..

사위질빵

사위질빵 홍성운 정류장 담벼락에 무덕진 풀을 보고 아내를 툭 치며 이름을 물었더니 글쎄요 들풀이겠죠 시큰둥한 대답이다 아니 우리 장모님 지금 백 세 아닌가 맞는데요 뜬금없이 나이는 왜 물어요 이 풀이 사위질빵인데 사위 사랑은 장모님 아냐 뭔 소리요 마디마디 그냥 끊기는데요 그게 힘쓰지 말라는 깊은 뜻 아니겠소 이 화상 낮술을 했나 마당쇠가 웃겠소 짖궂게 농담하다 장모님을 뵙는다 한 세기 건너온 몸이 사위질빵 같지만 미소를 놓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신다

눈물로 돌을 만든다

이재훈 2023년 11월30일 발간 시집 눈물로 돌을 만든다 이재훈 태양은 사막을 만들고 구름은 비를 만들고 눈물은 사람을 만든다. 시를 쓰는 사람. 눈물의 사제여. 돌은 복수를 모르고 변신을 모른다. 온몸을 섭리에 맡긴다. 평생 구르는 노동과 몸을 벼리는 일만 안다. 땅의 온갖 죄를 돌에게 담당시켰다. 던지고 차고 묻고 깼다. 썩지 않은 형벌을 가졌다. 침묵을 지키는 몸. 공중에서도 바닷속에서도 땅속에서도 몸을 부딪칠 수 있는 용기. 사람 이전부터 지구 이전부터 우주를 떠돌았을 천형의 몸.

부의

조성국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부의 조성국 지나가는 말투로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더니 진짜로 나를 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 흰 비닐 상보 깔고 일회용 접시에다 마른안주와 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과 코다리찜과 홍어와 게맛살 낀 산적과 새 김치 도라지무침을 내오고 막 덥힌 육개장에 공깃밥 말아 먹이며 반주 한잔도 곁들어 주었다. 약소하게나마 밥값은 내가 냈다.

2023제주문학관 하반기 비망록

7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제주문학관 하반기 사업도 분주하게 진행되었다. 상반기 사업을 정리한 『문학인제주』 제2호가 제주문학관 홈페이지에 탑재되었다. 제주문학관을 이용한 사람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4일은 창작집필실 제3기 이용자들이 입주했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작가 혹은 예비 작가들이다. 문태준 시인이 지도하는 「시 창작곳간」 ‘새가 허공의 세계를 넓혀 가듯이’ 강좌가 8월 29일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3층 문학 살롱 데스크에는 「켈리로 만나는 제주문학」이라는 타이틀로 이용자들이 직접 글씨를 써 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제주 출신 현기영 작가가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를 발간하여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 토크가 열렸다. 사회는 김동윤 ..

제주문학관 2023.12.07

아웃사이더 본격적 연극무대를 겨누다

아웃사이더, 본격적 연극무대를 겨누다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변종수는 도깨비 같은 사람이다. 사전적으로 도깨비는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이나 심술궂은 짓을 많이 한다’고 돼 있는데, 연극적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는 연극적인 일은 모두 하는 팔방미인으로서의 도채비(도깨비)다. 그는 실제적으로 「극단 문화놀이터 도채비」 대표이기도 하다. 내가 변종수와 연극작품을 함께한 것은 1989년 「잠수의 땅」을 연출했을 때 배우로 참석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때 그는 젊었었고 사뭇 진지한,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연극인이었다. 그 후 그는 대학에 들어가 연극을 전공하고, 연극영화예술원, 배우학원, 문화센터,평생교육센터, 대학 등에서 연극 강사를 거치고 문화..

명옥헌

명옥헌 - 한 시인이 도착했을 때 나비 두 마리가 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여자는 눈이 멀었고 딸은 얼굴이 꽃같이 예쁘다고 했다. 석미화 하지를 훨씬 넘어서였다. 긴 눈썹 그림자를 두른 때문 일까 연못에는 꽃나무의 구불거림이 흘러넘쳤다 바람이 없으면 좋을까 꽃가지에서 빛을 뽑아내는 여자의 눈빛이 아물거렸다 낮달에서 부서지는 딸은 나비를 쫓으며 놀고 있었다 여자와 딸이 서로 간질이는지 간지럼나무는 물가로 들어눕고 있었다 물속으로 멀어지는 구름, 주름 접힌 꽃들, 실가지는 길을 자주 바꿨다, 붉은 꽃그늘이 깔리고, 여자와 딸은 싸온 도시락을 언 제쯤 먹을까, 바람이 불어오면 더 좋을까 물소리가 물소 리와 부딪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