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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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

박희정의 최근 시조집 하얀두절(2020)              어떤 이별                                                  박희정 태연한 병원사람들과 불안한 가족 사이링거액 응시하는 눈빛과 미미한 숨소리뿐의사는 불가항력이라며 조심스레 전한다 청춘은 이랑에 묻고 마음은 자식 향하며돋보기로 읽는 새상, 틀니로 씹는 세상생명선, 그 너머까지 오물오물 하는 저녁 저혈당과 약봉지 그 후에 오는 공복까지어떤 이별을 서분서분 쓸어안고 추스르기엔저렇듯 그렁그렁한 내 엄마를 지울 수 없다  2024년 5월 해남 백련재 문학의집에서 박희정 시인을 만났다.

백년농사

백년농사                              차승호 막걸리 통 베고 누워꽃향기 쫓아다니다바람따귀 맞고 일어나니참깨밭이 덤불숲이다호밋날 썩어 자취없고자루에서 싹이 돋아 백년송이다난감한 일이로세참깨농사고 지랄이고작파해 버릴까?호박(琥珀)눈곱 털어내니우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두부 김치 냄새술 깨니 잠도 깨고꿈도 깨는구나관자놀이 누르며 바라보니깨꽃 두어 송이 지등(紙燈)처럼 빛난다환하다, 제법 머리 컸다고애비 말도 잘 듣지 않는딸들처럼 환하다생각해보니 나는 벌써참깨 농사를 다 지었다.  *2024년 5월 해남 백련재 문학의집에서 만난 차승호 시인에게 시집을 받았다.

2023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심사평

2023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심사평   먼저 바다 건너 제주까지 와서 열연을 펼쳐주신 참가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연극제는 한국 연극의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과 방향을 점치는 판이자, 공연예술의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제 41회 대한민국연극제도 우리의 수준과 발전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로 인해 풍성한 축제가 되었습니다.   연극의 사명은 “거울을 자연에 가까이 갖다 대는 일”입니다. 따라서 인간과 사회의 민낯을 반영하는 거울로서의 연극이 다루어야 하는 소재와 주제는 대단히 폭이 넓습니다. 제 4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출품된 총 15개 극단은 그 소재와 주제, 형식에 있어 대단히 다채로웠습니다.   참가작 총평 및 수상 이유>> 1. 진실을 원하지만, ..

설계

설계 設計 강영은 나는 내가 빈집일 때가 좋습니다. 침묵이 괴물처럼 들어앉아 어두운 방을 보여줄 때 고독한 영혼이 시간과 만나 기둥이 되는 집, 증거 없는 희망이 슬픔 과 만나 서까래가 되는 집. 우주의 법칙을 속삭이는 별빛과 그 별빛을 이해하는 창가 와 그 창가에 찾아든 귀뚜라미처럼 우리는 하나의 우주 속 에 들어 있는 벌레라고 우는 집. 희고 깨끗한 미농지를 바른 벽이 도면에 있어 닥나무 껍 질에 둘러싸인 물질의 영혼처럼 영혼의 물질처럼 나는 당신 안에 있고 당신은 내 안에 있어 충만한 집. 내가 알고 있는 숲은 결코 그런 집을 지은 적 없어 새장 같은 집을 그릴 때마다 영혼을 설계하는 목수처럼 종달새가 날아와 얼키설키 엮은 노래로 담장 쌓는 집. 수백 년 묵은 팽나무가 지탱하는 그 담장에 걸터앉아 ..

연출 및 연극 활동

□ 연출 및 연극 활동 1973년 5월 「오 머나먼 나라여」(스탠리바크 작) 스탭(경희대 문리대 연극반)           11월 「운명」 작/연출 (경희대 kusa)1974년 8월 「아! 4300 년」출연 (제1회 조국 순례 대행진, 부여 백마강변)           11월 「재치를 뽐내는 아가씨들」(몰리에르 작) 연출           12월  극단 에저또 동계워크숍 참가 1975년 11월 「겁장이」작/연출1976년 11월 「놀부전」(김기팔 작) 연출1977년 11월 「시집가는 날」(오영진 작) 연출            12월 「놀부전」(김기팔 작) 연출 1978년 2월  극단이어도 창단/ 대표            3월 「돼지들의 산책 (김용락 작) 연출(극단이어도 창단공연작)1979년 4월..

강준 소설집

장편소설 2014년 11월 24일 초판 2015년 2월 17일 2쇄 문학의식 조선 불교 중흥의 순교자 보우대사 지금 내가 없다면 앞으로 불볍(佛法)은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 장편소설 2017년 6월 9일 발행 문학나무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제8회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소설집 2019년 7월 1일 발행 문학나무 타자의 얼굴 오이디푸스의 독백 자서전 써주는 여자 틈입자 일그러진 만녈필 그늘진 사랑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느티나무 꽃 * 해설 특별한 평범함 이덕화(문학평론가) 장편소설 2021년 10월 23일 발행 황금알 중국인들의 제주 보동산 투기 실체와 음모를 추적하라 *한라일보 인터넷판에 (갈바람광시곡) 1년 연재 문화예술칼럼집 2022년 7월 18일 발행 황금알 오솔길에서의 명상 문화숲에 이는..

사라오름

사라오름 남길순 사라는 눈부신 소복. 사라는 여자 이름. 사라는 무덤. 사라 를 만나러 가자. 눈길. 눈:길. 눈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 는 길. 아무 곳도 보이지 않는 길. 눈이 부시게 하늘만이 트 여 있다. 푸르다 하늘. 흰옷 입은 여자. 사라. 까마귀를 부리 는 여자. 사라. 너에게로 가는 길. 먼저 간 발자국들. 까마귀 가 운다. 오라 오라. 앞서 나는 까마귀. 그를 따라서 간다. 까 마귀는 눈이 부셔 까악, 까악, 우는데. 누가 마귀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나. 까악, 마귀야 친구하자. 막막해서 까악. 억울해 서 까악. 친구는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사람. 봉우리에 까마 귀를 풀어놓은 사라. 온통 하얀 세상. 사라에게로 오르다 내 려오는 사람을 만났다. 죽다가 살아난 사람을 만났다. 혹시 사라를 아시..

강용준(강준) 희곡집

1990년 2월 20일 원방각 캐터필러운명교향악잠수의 땅바람과 먼지방울소리신화시대아프락사스의 새야생초의 꿈원형장개로끔갑주양발문 유민영 연극평론가해설 김흥우 작가도의문화저작상 당선작품좀녜 외1993년 5월31일삼성미술문화재단좀녜(강용준) 제21회(1991년)바다의 뿌리(정순열) 제22회(1992년)고통이 없이 어찌 아름다움이 피어나리(박정기)        제23회(1993년)1996년 6월 30일평민사 우리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안개주의보폭풍의 바다그후로도 오랫동안좀녜오돌또기발문 강용준과 바다  유민영발문 소박하고 진실한 작품세계 윤대성* 제4회  대산재단 창작지원 작품집* 제16회 한국희곡문학상 수상2007년 8월15일지성의 샘섬처녀 앵두천지대왕꽃을 든 남자파도에 길을 묻다바이칼호로의 여행천년 왕국, ..

편의점의 달

편의점의 달 유정남 편의점에 달이 뜬다 밤의 뚜껑을 따고 나온 번데기들이 간이테이블에 앉어 별을 마신다 컵라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면 굳은 혀들이 깨어나 풀어놓는 매콤한 언어들 풀어진 넥타이 하나 보름달로 행운의 즉석복권을 긁는다 구름으로 채워진 함량 미달의 과자 봉지들은 팽팽히 헛바람으로 부풀어 있다 차갑게 식은 유리병들의 마개를 따거나 삼각형을 베어 먹으면 동그라미가 될 거라 했지만 조각난 아이들은 달빛 우유나 몇 갑의 담배를 훔쳐 달아 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찍힌 바코드를 지울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는 천직이 되었다 김밥들은 자정을 기다려 어제라는 유통기한을 지우고 폐기된 하루를 위장에 채워 주곤 했다 어느 날 사막으로 걸어간 아버지는 불 꺼진 도시의 별을 지키려는 편의점이 되었지 가시뿐인 손목..

서정이여, 흥하라

서정이여, 흥하라 류 흔 생생히 기억하는데 소백산 아래 영주동부초등학교 오 학년 겨울방학 때 나는 서정주 씨의 시를 읽고 나도 서정주의 시인이 돼야겠다, 마당으로 뛰쳐나가 폭설 맞으며 결심했었다 서정에 꼴려서 화사한 꽃뱀인 줄 모르고 혹 했었다 내 애비는 종이 아니었지만 내 애비는 종보다 못한 철도원이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기적(汽笛)이고 중앙선 비둘기호가 물어 온 구구단이 틀리는 즉시 입술이 터졌다 손톱이 붉은 에미의 자화상이 바로 나였으니 휴천동(休川洞) 집 뜰에는 망할 봉숭아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지고 지고 육군 오장(伍長) 마쓰이 오데이가 지고 아득히 파도 소리에 지고 나는 누군가에게 져버린 국화꽃 한 송이를 놓는다 어려서 죽은 내 누이에게도 주지 못한 꽃을 바쳤다 숭고이 죽은 시인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