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오름
남길순
사라는 눈부신 소복. 사라는 여자 이름. 사라는 무덤. 사라
를 만나러 가자. 눈길. 눈:길. 눈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
는 길. 아무 곳도 보이지 않는 길. 눈이 부시게 하늘만이 트
여 있다. 푸르다 하늘. 흰옷 입은 여자. 사라. 까마귀를 부리
는 여자. 사라. 너에게로 가는 길. 먼저 간 발자국들. 까마귀
가 운다. 오라 오라. 앞서 나는 까마귀. 그를 따라서 간다. 까
마귀는 눈이 부셔 까악, 까악, 우는데. 누가 마귀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나. 까악, 마귀야 친구하자. 막막해서 까악. 억울해
서 까악. 친구는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사람. 봉우리에 까마
귀를 풀어놓은 사라. 온통 하얀 세상. 사라에게로 오르다 내
려오는 사람을 만났다. 죽다가 살아난 사람을 만났다. 혹시
사라를 아시나요. 하얀 사라. 하얀 바위. 하얀 나무. 사라가
있는 오름을 아시나요. 이정표가 눈에 묻혀 있다. 사라는 봉
긋 솟은 봉우리. 사라는 잊히지 않는 꿈. 사라를 부른다. 바
람이 나무에 얹혀 있던 눈을 날린다. 사라는 하얗고 둥근 방
이다.
* 2023년 11월 전남 순천에서 만난 시인이 잊지 않고 시집을 보내왔다.
제주와 관련된 시가 눈에 띄어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