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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나무

따뜻한 세상을 그리는 극작가 송정혜

강용준 2020. 12. 28. 14:48

그 동안 열정을 가진 많은 예술인들을 만나면서도 젊은 예술가를 소개한 지 꽤 오래 됐다.

 

극작가 송정혜는 이미 무대를 통해 등단한 작가이다.

그와는 2019년 극단이어도에서 올린 연극 공연을 보러 갔다가 만났는데

여느 도내 신진 극작가와들과는 달리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좋아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 7월 한국극작가협회가 제주에서 마련한 좌담회에서 만났고

제주의 극작가와 지망생들이 정기적으로 희곡워크숍을 하기로 의기 투합하여

8월부터 한달에 한번 회합을 가지면서 자주 대화를 하고 있다.

 

그는 제주로 이주해 와서 살고 있는데 연극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희곡만 쓰는 게 아니라 연출 실력도 기획능력도 뛰어난 재능꾼이다.

앞으로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 기대된다.

 

다음은 내가 보낸 질문지에 회신한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연극을 하게 된 동기는?

특별히 연극을 해야겠다라고 다짐한 순간은 없습니다.

그러나 왜 연극을 하게 됐을까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순간들은 있습니다.

어린시절 내내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계신 날들이 많았습니다. 입원실에 올라가 있을 나이가 안 되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병원 로비와 대학로가 제 놀이터였습니다. 파랑새 소극장에서 봤던 톰소여의 모험, 콩쥐팥쥐 등 국내외 많은 연극들이 제 안에 차곡차곡 쌓여 결국엔 오늘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 희곡을 쓰는가?

저는 양가적 상황, 양가적 감정이 생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생겨난 갈등과 이해와 미움과 용서 등 인간사의 여러 부분들이 무늬를 이루며 이야기가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그러한 면면에 가장 맞닿아 있는 장르가 희곡이기 때문에, 희곡을 쓰는 작업부터가 제겐 타인에 대한 이해와 화해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희곡을 좋아하고 쓰고 있습니다.

 

자신이 영향을 받은 국내외 작가는?

작가에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작품에 영향을 받아왔던 것 같습니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만으로도 시달린 과제가 몇 번인지 모르지만,

여전히 소포클레스의 3부작 공연엔 고민없이 달려가게 됩니다. 어떤 것의 뿌리가 된 부분들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 이강백 작가의 파수꾼, 장진 작가의 서툰 사람들, 샘셰퍼드의 매장된 아이 등을 긴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었습니다. 당대의 사회상을 기민하게 포착하고, 은유하는 작품, 또 말의 맛을 살린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쓸 것인가?

아무도 다치지 않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펜을 늘 날카로운 속성이 있어 예민하면 예민한 대로, 둔하면 둔한대로 글로, 말로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부담이 있습니다. 쓰고자하는 어떤 소재들이나, 주제들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에 무엇을 지향하겠다라는 말 속에 갇히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무심하고, 거친 글들 보단 다정하고 위안이 되는 그런 작품을 써나가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남기고 싶은 말.

꾸준히, 오래, 진득히 이런 말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살아왔습니다.

몇십년을 작품활동을 해오신 선생님의 인터뷰 요청에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있을까 고민한 시간이 길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이야깃거리에 설레고, 신나하시는 강용준 선생님을 보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것도 단단히 다짐할 수는 없지만 다만 오래, 즐겁게 쓰겠습니다.

 

 

#송정혜의 이력

 

 

 

서울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9 몽골익스프레스 작/연출

2019 원위치 연출

2020 보통은 망하니까 작

2020 탐나는 샘이나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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