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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

제주문학관 활용법

강용준 2022. 12. 27. 10:49

제주문학관 웹진 창간호 표지

제주문학관 웹진 문학인 제주 창간호(2022년 12월)에서 옮김

 

여는 글

 

제주문학관 활용법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강용준(극작가/소설가)

 

늘 푸른 소나무로 둘러싸인 문학관의 뜨락에 이름 모를 꽃들이 피고 지는 사이, 한천 터진 내는 몇 번이나 웅웅거리며 바다로 달려갔을까? 계절을 느낄 짬도 없이 1년이란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갔으나, 제주문학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보람을 느낀다.

명예관장에 위촉되고 상근하면서 학예사들과 머리를 맞대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문학관의 운영을 논의했다. 모든 게 처음이어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행사 일정이 늦어지기도 했고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

제주문학 진흥의 플랫폼, 창의적인 문학 아고라를 운영 방향으로 정하고 연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이제 문학과 독자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로 웹진 문학 in 제주를 창간한다. 여기에 제주 문학의 진흥을 도모하며 이용자들의 의견도 담을 것이다.

 

여러분이 제주도민이거나 장기간 제주에 머무를 계획이라면, 그리고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작가가 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제주문학관을 활용하기를 권한다.

명상을 즐기려면 북 카페 안락한 의자에 앉아 시원한 통 유리창 너머 사시사철 푸른 나무와 뜨락에 핀 풀꽃, 견고하게 둘러진 돌담을 바라보며 자신과 대화하라. 세사의 시름을 풀어내고 위로받기 좋아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

책꽂이에는 제주 출신 문인들의 당당하면서도 부끄러운 첫 작품집이 진열되어 있고, 각종 우수도서와 신간들이 꽂혀 있어서 자유롭게 꺼내어 읽을 수도 있다.

성담처럼 촘촘하게 둘러싸인 야외정원은 프로필 사진, 공연 화보, 웨딩 포토 존으로도 안성맞춤인 곳이어서 추억을 담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가끔 이곳에서 열리는 북 토크, 시낭송회, 전시회를 만난다면 예술과 어우러진 계절의 정취를 맛볼 수도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일 년에 세 번 새로운 내용으로 전시가 열리는데, 20232월 말까지 제주어문학, 숲을 이루다란 주제로 제주어로 쓴 작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제주어의 문학적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제주문학이 어떻게 형성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려면 2층 상설전시장을 찾으면 된다. 전문해설사가 상시 근무하면서 원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전시 내용을 설명해 준다.

3층 문학 살롱은 독서와 창작의 공간이다. 문학책들이 장르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책들을 꺼내어 독서할 수 있다. 더운 여름철이나 주말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두어 시간 함께 독서를 하는 부모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이탈리안 식탁이나 인터넷 콘셋트가 설치된 책상에 앉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창작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문학에 대한 토론이나 모임은 세미나실을 이용하면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오붓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주문학관은 문학작품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DVD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직은 홍보가 덜 되어선지 시청각 실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데, 비치된 메뉴판을 보고 사무실에 요구하면 명작 문학 영화들을 모니터로 감상할 수 있다.

등단한 작가나 예비 작가들이 창작 공간사용을 신청하여 선정되면 장기간 전용 공간을 이용하여 창작에 몰두할 수 있다. 2022년에는 2개월씩 전용 공간을 제공했으나 기간이 짧다는 사용자의 요청이 많아서 2023년에는 3개월씩 제공한다. 4개의 공간에 8명을 분기별로 모집한다. 2022년 이 창작실을 이용한 예비 작가 2명이 신인 작가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작가 탄생의 산실 역할도 하고 있다.

147석의 대강당은 동호인들의 공연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 연극,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아늑하면서도 아담한 공간에서 펼칠 수 있다.

 

문학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고 싶은 분들은 제주문학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활용하기 바란다. 제주문학관은 도민문학학교프로그램을 제주문학학교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주문학학교의 제주문학아카데미는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제주 문학의 정체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제주 문학의 배경이 되는 제주 문화의 형성과정을 알 수 있어 개설 공고를 하자마자 예정된 인원이 금방 채워질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2023년에도 다시 개설한다.

창작곳간은 문학에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 소설 등 장르별로 국내 최고의 강사진을 초빙하여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 강의가 이루어지는데, 작가의 꿈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찾는다. 이 과정에 참여한 분들이 실제로 등단하거나 장르를 바꿔 재 등단하는 문인들도 있으며, 문인들의 재교육 과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매년 10월 하순 개관기념일을 전후하여 제주문학난장이 열린다. 한국문학의 이슈나 제주문학의 가치를 활용한 문학 포럼과 인접 예술 장르와의 협업프로그램이나 체험 이벤트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여기에 참여하면 문인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제주문학관 소장 자료를 이용해 학술연구를 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은 사전 문학관과 협의를 하면 해당 자료들을 열람할 수도 있다.

그밖에 내외 유명 문인들의 초청 강연과 북 토크도 매달 1회씩 개최되므로 제주문학관 홈페이지를 자주 찾으면 관심 있는 프로그램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제주문학관은 창작지원, 연구와 향유, 교육과 체험, 홍보와 정보교류 등의 사업을 통해 도민들 곁으로 다가서려 한다.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제주문학관을 활용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