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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벤치

뱀파이어의 봄

강용준 2024. 3. 12. 17:41

우남정 시인의 두번째 시집(2022)

뱀파이어의 봄

 

                                                우남정

 

우중충한 참나무 숲이 순간, 일렁인다

검은 망토를 들추는 바람

보굿이 꿈틀거린다

짓무른 땅에서 누군가 주검을 밀고 깨어난다

 

까칠하던 나뭇가지가 반지레해졌다 화살나무 허리춤에

푸른 촉이 장전되었다 물오른 꽃봉오리들이 치마를 뒤집어

쓰고 숨죽이고 있다

 

봄은 뱀파이어처럼 온다

저 산벚나무 피가 낭자하다

 

Let me in*

불면으로 누렇게 튼 산수유 입술에서

노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나의 사랑은 늙지 않아요

꽃나무 아래 나의 목덜미가 창백하다

 

*뱀파이어 영화 제목

 

* 2024년 3월 해남 토문재에서 우남정 시인을 만나 시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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