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문화숲에 이는 바람 69

제주도립극단 창단 왜 미루는가

2022년 6월 21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열린 학술토론회 주제발제문 제주연극의 도약을 위한 방안 모색 강용준(극작가,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1. 제주연극의 현실과 과제 제주도 현대 연극은 70년의 역사를 가졌다. 1950년 6·25 전쟁에 대비한 제1훈련소가 모슬포에 마련되면서 많은 피난민들이 제주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중앙 연극인들에 의한 연극 붐이 도내 학교를 중심으로 연극 활동이 전개되었다. 1992년 전국연극제가 제주에서 개최되면서 그 여파로 많은 신생 극단들이 창단되었고 연극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2000년대에는 IMF 사태 여파로 극단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다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 극단들이 생겨났는데 2022년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단체는 아동극, 대학 극..

“2억 지원하니 2억 벌어와라” 참담했던 제주공립극단의 기억

“2억 지원하니 2억 벌어와라” 참담했던 제주공립극단의 기억 기자명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입력 2022.06.22 02:29 수정 2022.06.22 09:02 2023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유치 기념 토론회...“내년을 제주연극 발전 기회로” 21일 열린 ‘2023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유치기념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공립극단에 매년 2억을 지원할테니, 2억을 벌어올 수 있겠느냐.”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당시 제주도지사의 반문. 마이크 앞에 선 원로 연극인은 예술을 그저 경제 활동의 도구로 취급한 지도자의 참담한 예술관을 꼬집으며, 내년 제주에서 열릴 전국 연극 행사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대회'를 마중물 삼아 도립극..

문학, 그 아름다운 여행에서 만난 풍경들

문학, 그 아름다운 여행에서 만난 풍경들 강용준 □ 청춘 시절의 꿈 나는 고등학교 시절 이과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막연하게 한의사, 건축사가 되고자 했으나 수학은 늘 나에게 골칫거리였다. 그러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나서 영화감독 되기를 꿈꾸었다. 첫 번째 대학 진학을 실패한 이후 난 과감하게 문과로 바꿨고 재수를 하며 국문과를 선택했다. 당시 경희대 국문과에는 황순원 소설가, 조병화 시인, 신봉승 극작가, 서정범 수필가 등 기라성 같은 문인 교수들이 있어서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당시는 삼선개헌반대, 유신철폐 등 시위가 한창이던 시절이었는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대학 연극이 한창 붐을 이루고 있었다. 극의 내용이 반정부, 군사독재를 풍자하는 마당극, 탈춤이 활발했으나 주류는 정통극이었다. ..

시대의 파수꾼처럼 늘 깨어 있기를

나의 인생 나의 문학 시대의 파수꾼처럼 늘 깨어 있기를 강준(극작가/ 소설가) 어느 시인이 인생은 태양에서 나와 태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라 했다. 영생불멸의 시간 속에서 영혼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란 거죽을 쓰고 잠시 머물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육신을 벗어나서 다시 다른 우주로 떠난다는 말이다. 문학개론 시간에 들었던 이 말은 내 인생의 나침판이 되었다. 인생은 아름다운 여행이다. 찰나의 순간을 바람처럼 살다가 떠나는 것이기에 아쉽지만 아름답다. 나는 여행에서 만난 문학이라는 섬에 정착하여 인간의 삶을 궁구하고 있다. 부모가 사업에 바빠서 내 유년 시절은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일본의 신식교육을 받은 이야기꾼이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내게 애기를 많이 해주었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고전소설..

김종현 사진전 -기억속의 제주

축하의 글 해갈 될 수 없는 갈증 같은 그리움 강준(극작가/소설가)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예술가는 성전(聖殿)의 성화를 지키는 전사”라고 했다. 인간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정복되어 모든 일상이 제약을 받고 인간관계가 단절되어도 예술가는 성전의 성화를 지켜야 한다. 성화(聖火)는 캄캄한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며, 간난과 고통의 세상에 온기이며, 인간 구원의 방향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다. 문인은 활자로, 화가는 색채로, 사진가는 영상으로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성화를 지킨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니다. 좋은 사진들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사진가의 의도에 의해 치밀하게 설계되고 연출된다. 내가 아는 김현종은 그런 사진가다. 그와의 인연은 내가 극단을 만들어 연극..

암울한 시대와 몽매한 인간들에 대한 비애

암울한 시대와 몽매한 인간들에 대한 비애 강준(극작가/소설가) 내가 처음 연극에 뛰어들었던 1970년대 말의 연극 환경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고 어려웠다. 그저 연극이 좋아서 열정 하나로 서로 주머니를 털어 무대를 세우던 시절이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두운 진창길을 해쳐나온 것 같다 억울한 것은 군부 독재의 암울한 시대를 만났다는 것과 몽매한 인간들을 만나 수모를 당했던 일이다. 당시는 예술 행위 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 했었고 문화예술을 모르는 공무원과 공안기관이 연극 공연을 장악했던 시절이였으니, 더구나 지방에서의 그들의 횡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극장도 많아지고 정부에서 보조금도 주지만 당시엔 보조금은 고사하고 일제 강점기처럼 연극 공연을 관에서 장악하려고 대본 검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