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전체 글 475

설계

설계 設計 강영은 나는 내가 빈집일 때가 좋습니다. 침묵이 괴물처럼 들어앉아 어두운 방을 보여줄 때 고독한 영혼이 시간과 만나 기둥이 되는 집, 증거 없는 희망이 슬픔 과 만나 서까래가 되는 집. 우주의 법칙을 속삭이는 별빛과 그 별빛을 이해하는 창가 와 그 창가에 찾아든 귀뚜라미처럼 우리는 하나의 우주 속 에 들어 있는 벌레라고 우는 집. 희고 깨끗한 미농지를 바른 벽이 도면에 있어 닥나무 껍 질에 둘러싸인 물질의 영혼처럼 영혼의 물질처럼 나는 당신 안에 있고 당신은 내 안에 있어 충만한 집. 내가 알고 있는 숲은 결코 그런 집을 지은 적 없어 새장 같은 집을 그릴 때마다 영혼을 설계하는 목수처럼 종달새가 날아와 얼키설키 엮은 노래로 담장 쌓는 집. 수백 년 묵은 팽나무가 지탱하는 그 담장에 걸터앉아 ..

연출 및 연극 활동

□ 연출 및 연극 활동 1973년 5월 「오 머나먼 나라여」(스탠리바크 작) 스탭(경희대 문리대 연극반)           11월 「운명」 작/연출 (경희대 kusa)1974년 8월 「아! 4300 년」출연 (제1회 조국 순례 대행진, 부여 백마강변)           11월 「재치를 뽐내는 아가씨들」(몰리에르 작) 연출           12월  극단 에저또 동계워크숍 참가 1975년 11월 「겁장이」작/연출1976년 11월 「놀부전」(김기팔 작) 연출1977년 11월 「시집가는 날」(오영진 작) 연출            12월 「놀부전」(김기팔 작) 연출 1978년 2월  극단이어도 창단/ 대표            3월 「돼지들의 산책 (김용락 작) 연출(극단이어도 창단공연작)1979년 4월..

강준 소설집

장편소설 2014년 11월 24일 초판 2015년 2월 17일 2쇄 문학의식 조선 불교 중흥의 순교자 보우대사 지금 내가 없다면 앞으로 불볍(佛法)은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 장편소설 2017년 6월 9일 발행 문학나무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제8회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소설집 2019년 7월 1일 발행 문학나무 타자의 얼굴 오이디푸스의 독백 자서전 써주는 여자 틈입자 일그러진 만녈필 그늘진 사랑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느티나무 꽃 * 해설 특별한 평범함 이덕화(문학평론가) 장편소설 2021년 10월 23일 발행 황금알 중국인들의 제주 보동산 투기 실체와 음모를 추적하라 *한라일보 인터넷판에 (갈바람광시곡) 1년 연재 문화예술칼럼집 2022년 7월 18일 발행 황금알 오솔길에서의 명상 문화숲에 이는..

사라오름

사라오름 남길순 사라는 눈부신 소복. 사라는 여자 이름. 사라는 무덤. 사라 를 만나러 가자. 눈길. 눈:길. 눈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 는 길. 아무 곳도 보이지 않는 길. 눈이 부시게 하늘만이 트 여 있다. 푸르다 하늘. 흰옷 입은 여자. 사라. 까마귀를 부리 는 여자. 사라. 너에게로 가는 길. 먼저 간 발자국들. 까마귀 가 운다. 오라 오라. 앞서 나는 까마귀. 그를 따라서 간다. 까 마귀는 눈이 부셔 까악, 까악, 우는데. 누가 마귀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나. 까악, 마귀야 친구하자. 막막해서 까악. 억울해 서 까악. 친구는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사람. 봉우리에 까마 귀를 풀어놓은 사라. 온통 하얀 세상. 사라에게로 오르다 내 려오는 사람을 만났다. 죽다가 살아난 사람을 만났다. 혹시 사라를 아시..

강용준(강준) 희곡집

1990년 2월 20일 원방각 캐터필러 운명교향악 잠수의 땅 바람과 먼지 방울소리 신화시대 아프락사스의 새 야생초의 꿈 원형 장개로끔갑주양 발문 유민영 연극평론가 해설 김흥우 작가 도의문화저작상 당선작품 1993년 5월31일 삼성미술문화재단 좀녜(강용준) 제21회(1991년) 바다의 뿌리(정순열) 제22회(1992년) 고통이 없이 어찌 아름다움이 피어나리(박정기) 제23회(1993년) 1996년 6월 30일 평민사 우리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안개주의보 폭풍의 바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좀녜 오돌또기 발문 강용준과 바다 유민영 발문 소박하고 진실한 작품세계 윤대성 * 제4회 대산재단 창작지원 작품집 * 제16회 한국희곡문학상 수상 2007년 8월15일 지성의 샘 섬처녀 앵두 천지대왕 꽃을 든 남자 파도에 ..

편의점의 달

편의점의 달 유정남 편의점에 달이 뜬다 밤의 뚜껑을 따고 나온 번데기들이 간이테이블에 앉어 별을 마신다 컵라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면 굳은 혀들이 깨어나 풀어놓는 매콤한 언어들 풀어진 넥타이 하나 보름달로 행운의 즉석복권을 긁는다 구름으로 채워진 함량 미달의 과자 봉지들은 팽팽히 헛바람으로 부풀어 있다 차갑게 식은 유리병들의 마개를 따거나 삼각형을 베어 먹으면 동그라미가 될 거라 했지만 조각난 아이들은 달빛 우유나 몇 갑의 담배를 훔쳐 달아 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찍힌 바코드를 지울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는 천직이 되었다 김밥들은 자정을 기다려 어제라는 유통기한을 지우고 폐기된 하루를 위장에 채워 주곤 했다 어느 날 사막으로 걸어간 아버지는 불 꺼진 도시의 별을 지키려는 편의점이 되었지 가시뿐인 손목..

서정이여, 흥하라

서정이여, 흥하라 류 흔 생생히 기억하는데 소백산 아래 영주동부초등학교 오 학년 겨울방학 때 나는 서정주 씨의 시를 읽고 나도 서정주의 시인이 돼야겠다, 마당으로 뛰쳐나가 폭설 맞으며 결심했었다 서정에 꼴려서 화사한 꽃뱀인 줄 모르고 혹 했었다 내 애비는 종이 아니었지만 내 애비는 종보다 못한 철도원이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기적(汽笛)이고 중앙선 비둘기호가 물어 온 구구단이 틀리는 즉시 입술이 터졌다 손톱이 붉은 에미의 자화상이 바로 나였으니 휴천동(休川洞) 집 뜰에는 망할 봉숭아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지고 지고 육군 오장(伍長) 마쓰이 오데이가 지고 아득히 파도 소리에 지고 나는 누군가에게 져버린 국화꽃 한 송이를 놓는다 어려서 죽은 내 누이에게도 주지 못한 꽃을 바쳤다 숭고이 죽은 시인을 위해 ..

뱀파이어의 봄

뱀파이어의 봄 우남정 우중충한 참나무 숲이 순간, 일렁인다 검은 망토를 들추는 바람 보굿이 꿈틀거린다 짓무른 땅에서 누군가 주검을 밀고 깨어난다 까칠하던 나뭇가지가 반지레해졌다 화살나무 허리춤에 푸른 촉이 장전되었다 물오른 꽃봉오리들이 치마를 뒤집어 쓰고 숨죽이고 있다 봄은 뱀파이어처럼 온다 저 산벚나무 피가 낭자하다 Let me in* 불면으로 누렇게 튼 산수유 입술에서 노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나의 사랑은 늙지 않아요 꽃나무 아래 나의 목덜미가 창백하다 *뱀파이어 영화 제목 * 2024년 3월 해남 토문재에서 우남정 시인을 만나 시집을 받았다..

제주 연극 발전의 새로운 동력...제주극작가협회 공식 창립

제주 연극 발전의 새로운 동력...제주극작가협회 공식 창립 기자명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입력 2024.02.19 15:04 20일 창립총회, 초대 회장 강용준...재경 제주 연극인 포함 11명으로 출범 제주극작가협회 창립을 기념하며 발간한 첫 번째 작품집 표지. 제주 연극계 발전을 위해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제주극작가협회’를 결성한다. 제주극작가협회는 20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린다. 제주극작가협회 창립 회원은 강용준, 강재림, 강제권, 장정인, 성미연, 송정혜, 신혜은, 최고은, 최성연, 전혁준, 홍서해 등 모두 11명이다. 제주에서 극단이 아닌 연극 관련 단체는 제주연극협회 다음으로 제주극작가협회가 두 번째다. 제주극작가협회는 원로 극작가 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제주극작가협회 창립

제주극작가협회 연간집 창간호 2024년 2월 20일 창립총회를 열고 제주극작가협회의 창립을 선언합니다. 제주극작가협회의 창립을 선언하며 2023년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제주에서 열리면서 제주의 관객과 연극인들은 참으로 대한민국 연극의 정수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가졌으며 지역 연극 간 간극이 크다는 것도 알았다. 그 기간 결국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좋은 희곡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귀결을 얻었고, 그러기에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와 인연을 맺고 있는 극작가들이 정기적인 모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2023년에 중앙의 극작가들과 함께 제주극작심포지엄을 가졌고, 그 이후 다시 회합을 가지고 제주극작가협회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제주에서도 연극 공연은 자주 올라가지만 극작 수준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

문학의 옹달샘 2024.02.17

고삐

고삐 김영순 세상에 함부로 놓아선 안 되는 게 있다 아버지는 그것을 가족에 대한 예의라 하셨다 서늘한 고삐의 행간 일기장에 고여 있다 말이 보는 세상이 네가 보는 세상이다 너무 꽉 잡지도 말고 느슨하게도 말고 언제든 잡아챌 수 있게 손안에 쥐고 있어라 사람이 만만해 뵈면 제 등에 태우지 않는다 몇 걸음 걷다가 내동댕이치더라도 고삐는 절대 놓지 마라 방향타가 될 터이니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작가의 산실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왜 조용한 집을 놔두고, 낮선 곳에서 글을 쓰는가?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작가마다 취향과 습관이 다 다르다. 어떤 작가는 자기 집 안방에서 글을 쓰는 서재로 갈 때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외출복 차림으로 간다고 했다. 나는 집을 떠나야 글이 된다. 노마드 처럼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색다른 정보를 얻고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 즐거움이 내겐 자극이 된다. 이것이 집을 떠나는 이유다, 사슬처럼 얽힌 인간관계와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일들에 얽매어서는 작품에 집중할 수도 없다. 십여 년을 전국에 있는 문학 레지던시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인제의 만해마을과 증평의 21세기 문학관은 각자 나름의 운치와 특장을 지닌 창작실이었다. 세 ..

사위질빵

사위질빵 홍성운 정류장 담벼락에 무덕진 풀을 보고 아내를 툭 치며 이름을 물었더니 글쎄요 들풀이겠죠 시큰둥한 대답이다 아니 우리 장모님 지금 백 세 아닌가 맞는데요 뜬금없이 나이는 왜 물어요 이 풀이 사위질빵인데 사위 사랑은 장모님 아냐 뭔 소리요 마디마디 그냥 끊기는데요 그게 힘쓰지 말라는 깊은 뜻 아니겠소 이 화상 낮술을 했나 마당쇠가 웃겠소 짖궂게 농담하다 장모님을 뵙는다 한 세기 건너온 몸이 사위질빵 같지만 미소를 놓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신다

눈물로 돌을 만든다

이재훈 2023년 11월30일 발간 시집 눈물로 돌을 만든다 이재훈 태양은 사막을 만들고 구름은 비를 만들고 눈물은 사람을 만든다. 시를 쓰는 사람. 눈물의 사제여. 돌은 복수를 모르고 변신을 모른다. 온몸을 섭리에 맡긴다. 평생 구르는 노동과 몸을 벼리는 일만 안다. 땅의 온갖 죄를 돌에게 담당시켰다. 던지고 차고 묻고 깼다. 썩지 않은 형벌을 가졌다. 침묵을 지키는 몸. 공중에서도 바닷속에서도 땅속에서도 몸을 부딪칠 수 있는 용기. 사람 이전부터 지구 이전부터 우주를 떠돌았을 천형의 몸.

부의

조성국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부의 조성국 지나가는 말투로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더니 진짜로 나를 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 흰 비닐 상보 깔고 일회용 접시에다 마른안주와 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과 코다리찜과 홍어와 게맛살 낀 산적과 새 김치 도라지무침을 내오고 막 덥힌 육개장에 공깃밥 말아 먹이며 반주 한잔도 곁들어 주었다. 약소하게나마 밥값은 내가 냈다.

2023제주문학관 하반기 비망록

7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제주문학관 하반기 사업도 분주하게 진행되었다. 상반기 사업을 정리한 『문학인제주』 제2호가 제주문학관 홈페이지에 탑재되었다. 제주문학관을 이용한 사람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4일은 창작집필실 제3기 이용자들이 입주했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작가 혹은 예비 작가들이다. 문태준 시인이 지도하는 「시 창작곳간」 ‘새가 허공의 세계를 넓혀 가듯이’ 강좌가 8월 29일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3층 문학 살롱 데스크에는 「켈리로 만나는 제주문학」이라는 타이틀로 이용자들이 직접 글씨를 써 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제주 출신 현기영 작가가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를 발간하여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 토크가 열렸다. 사회는 김동윤 ..

제주문학관 2023.12.07

아웃사이더 본격적 연극무대를 겨누다

아웃사이더, 본격적 연극무대를 겨누다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변종수는 도깨비 같은 사람이다. 사전적으로 도깨비는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이나 심술궂은 짓을 많이 한다’고 돼 있는데, 연극적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는 연극적인 일은 모두 하는 팔방미인으로서의 도채비(도깨비)다. 그는 실제적으로 「극단 문화놀이터 도채비」 대표이기도 하다. 내가 변종수와 연극작품을 함께한 것은 1989년 「잠수의 땅」을 연출했을 때 배우로 참석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때 그는 젊었었고 사뭇 진지한,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연극인이었다. 그 후 그는 대학에 들어가 연극을 전공하고, 연극영화예술원, 배우학원, 문화센터,평생교육센터, 대학 등에서 연극 강사를 거치고 문화..

명옥헌

명옥헌 - 한 시인이 도착했을 때 나비 두 마리가 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여자는 눈이 멀었고 딸은 얼굴이 꽃같이 예쁘다고 했다. 석미화 하지를 훨씬 넘어서였다. 긴 눈썹 그림자를 두른 때문 일까 연못에는 꽃나무의 구불거림이 흘러넘쳤다 바람이 없으면 좋을까 꽃가지에서 빛을 뽑아내는 여자의 눈빛이 아물거렸다 낮달에서 부서지는 딸은 나비를 쫓으며 놀고 있었다 여자와 딸이 서로 간질이는지 간지럼나무는 물가로 들어눕고 있었다 물속으로 멀어지는 구름, 주름 접힌 꽃들, 실가지는 길을 자주 바꿨다, 붉은 꽃그늘이 깔리고, 여자와 딸은 싸온 도시락을 언 제쯤 먹을까, 바람이 불어오면 더 좋을까 물소리가 물소 리와 부딪쳤다 --------

십일월

2023년 11월에 출간된 김이듬 시인 시집 십일월 김이듬 차라리 저수지에 몸을 던지겠어 마음이 지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씨앗의 기억으로 자란다면 나는 떠날 수 있기만을 꿈꾸었다 뿌리를 뻗어 이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잎을 통해 햇살을 열망했던 나무가 셀 수 없는 잎사귀들을 멀리 보낸다 추락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활엽수 같아서 손바닥만한 마음을 가졌구나 셀 수 없이 많은 알 수 없이 좀스러운 매년 나는 환희의 나무에 관하여 쓰려고 했으나 몇 번이나 실패했다 이제 내 마음은 낙엽 되어 바스러진다 말라비틀어진 채 나무에 붙어 있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이다 처음 날아본다 나무는 낙엽의 형식으로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갈 수 있다 환희와 슬픔이 섞인 모순적인 마음으로 낙엽은 나뭇잎의 본색이다 겉보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