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영화꽃 향기

설국열차

강용준 2013. 8. 3. 20:15

 

설국열차 포토 보기

 

새로운 빙하기, 그리고 설국 17년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 <설국열차>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감상평

 

개봉되기 전부터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가 됐던 영화였지만 선입견 없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부러 사전 홍보 내용도 보지 않고 감상한 영화가 ‘설국열차’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인지 시나리오 자체가 만화적인 SF공상과학 영화로 흥미진진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SW-71이라는 기체를 뿌려 지구에 빙하기가 오고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나 2014년 7월 1일이라는 구체적 시간 명시가 비현실적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상 인간의 문제들을 단편적이면서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열차는 폐쇄된 또 하나의 생태계이며 순종과 복종을 강요하는 1인 지배체제의 조그만 왕국이다.

빈익빈 부익부로 계층화되어 있는 사회 계층의 문제는 열차의 앞에 타고 있는 1%의 상위 계층과 그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먹는 꼬리 칸의 서민들의 갈등으로 시작된다.

영원히 멈추지 않는 기차의 엔진을 차지하기 위해 생사간의 치열한 전쟁을 겪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커티스가 이 열차의 주인인 맨 앞 칸의 윌포드를 만났을 때 이 영화는 시장과 전장이라는 양날의 칼을 쥔 미국의 패권주의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상은 전쟁으로 인하여 형평을 이룬다 라든지,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온존하게 돌아간다는 대사가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의 논리다.

지구 상에 전쟁이 멈춘다면 미국 경제도 멈춘다는 말처럼 군수 산업의 어마마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미국은 이 영화가 은유하고 있는 것처럼 적당한 갈등 조성과 억압은 체제의 유지를 위해선 필수 조건이라 말하고 있는 듯하다.

때론 교조적인 사회주의의 병폐를 풍자하기도 하고 부가 소수에 편중 되어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미래가 없다는 뜻일까?

그래서 1년을 주기로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를 세우고 문을 부숴 세상으로 나간다. 요나라는 한국인 여자와 티나라는 흑인 소년이 새로운 인류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희망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긴박하게 전개 되었고, 복선에 의한 반전이 거듭되면서 관객들을 일 분도 스크린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전개 상 다소 어설픈 장면도 있지만 정치의 생리와 세상의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 감독의 노력이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세계를 겨냥하여 진화하는 한국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으로 평가하고 싶다.

'영화꽃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개츠비  (0) 2013.05.25
파파로티  (0) 2013.04.29
광해- 왕이 된 남자  (0) 2012.09.19
영화 은교  (0) 2012.05.07
화차  (0) 201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