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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제주문학관

소설가 오성찬 특별전에 붙여

강용준 2022. 5. 3. 14:36

 오성찬 선생은 현길언, 현기영 작가와 더불어 제주를 대표하는 1세대 소설가다.

그는 누구보다도 제주를 사랑하는 작가였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예술, 인물 등을 현장 취재와 증언을 통해 기록했고, 그러한 기록을 열일곱 권의 문고판 책으로 남겼다.

 그는 또한 4·3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 수십 편의 문학작품을 발표했다.

현기영 작가가 창작과비평순이삼촌(1978)을 발표하면서 4·3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었지만,

오성찬 선생은 이미 1971하얀 달빛을 발표했고, 학살 피해자들의 증언채록집인 한라의 통곡소리(1989)를 발표하면서 4·3문학의 담론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오성찬 작가는 1940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났다.

그는 제주신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 1969년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별을 따려는 사람들이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오직 제주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써내려갔다. 그 결과물로 그는 10권의 장편소설 등 30여권의 작품집을 남겼다.

 오성찬 작가는 제주지역의 문화예술운동에도 앞장섰다.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제주예총 회장을 지내면서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에도 기여한 바가 컸다. 그는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넓었다.

 필자가 19921월 삼성미술재단에서 공모한 도의문화저작상(삼성문학상)에 당선되었을 때 서울 중앙일보사 홀에서 시상식이 있었다. 난 시상식 자리에 나타난 오성찬 선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이 사람아, 이 상은 내가 선배야.’

 나중에야 오성찬 선생이 1984년에 같은 상을 받았음을 알았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제주의 후배가 같은 상을 받는 게 얼마나 기뻤으면 일부러 서울에서 하는 시상식까지 오셔서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냈을까. 그 감동은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돌아가시기 일 년 전 그러니까 2011년 자택으로 방문했을 때, 오 선생님은 수술을 받다가 뇌신경이 손상돼 시력을 잃으신 상태였고, 최근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불치병으로 투병하고 계셨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을 기억하면서 열심히 쓰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가신지 금년이 10년 째 되는 해이다.

내가 어쩌다가 제주문학관 관장의 자리를 맡게 되고, 4·3기획전으로 사월의 기억, 사월의 말이란 제목으로 소설가 오성찬 특별전을 마련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오성찬 작가의 문학을 재조명하면서, 많은 문학애호가들이 그의 제주사랑 이야기를 다시 읽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