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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제주극작심포지엄

강용준 2023. 6. 12. 09:53

6월 10일 제주문학관에서 열린 제주극작심포지엄 참석자들. 아랫줄 외쪽부터 마임이스트 강정균, 극작가 선욱현, 김정숙, 강용준, 김창화 국제극예술협회 부이사장, 안희철 한국극작가협회이사장, 배진섭 함덕21대표 , 뒷줄 왼쪽 세번째 유홍영 극단사다리 대표, 배우 김소여, 작곡가 오종협, 극작가 강제권, 성미연, 장정인, 서민우, 홍서해

 

'제주희곡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은 제주 극작가의 작품을 중앙의 극작가와 대담을 전개하면서 토론하였다. 다음은 제주의 소리(2023년 6월 11자) 에 실린 한형진 기자의 기사다. 

 

칼날처럼 뾰족한 따끔한 지적도 있었지만, 제주 안에선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지역 청년 극작가들을 위한 조언이 공유됐다.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가 주관한 ‘2023 제주 극작 심포지엄’이 10일 오후 1시 제주문학관에서 열렸다.
‘2023 제주 극작 심포지엄’은 젊은 제주 연극인과 타 지역 극작가들을 잇는 네트워킹 형태로 진행했다. 제주에서 극작을 포함해 연극 활동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자신의 최근작을 소개하고, 초청한 극작가들이 하나씩 소감과 조언을 남기는 방식이다.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하는 ‘2023 문화예술연구 및 비평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주 안에서 극작 예술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경우는 흔치 않다. 초청 극작가도 한국극작가협회 안희철 이사장, 국제극예술협회 김창화 부이사장, 극단 모시는 사람들 김정숙 대표, (재)춘천인형극제 선욱현 예술감독, 한국극작가협회 강제권 이사 등 저마다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예술인들로 꾸렸다.

가장 먼저 제주 1세대 극작가로 불리는 강용준 작가가 본인의 작품 ‘돗추렴’을 소개했고, 김창화 부이사장이 대담·토론자로 나섰다.
뒤를 이어 제주 가족극 전문극단 두근두근 시어터의 장정인 작가가 ‘검은 용 이야기’를 발표했다. 상대는 선욱현 예술감독이 맡았다. 제주 극단 연극공동체 다움의 서민우 작가는 ‘세 여자 이야기’를 발표했다. 상대는 김정숙 대표가 맡았다.

10년 전 제주로 이주한 성미연 극작가는 ‘이주(移住)’를 발표했다. 상대는 강제권 이사가 나섰다.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의 홍서해 작가는 ‘산은 밤이면 범고래가 된다’를 발표했다. 상대는 안희철 이사장이 나섰다.

강용준 작가는 ‘돗추렴’에 대해 “돗추렴은 필요한 사람끼리 돈을 염출해 공동으로 돼지를 잡는 제주 풍습을 말한다”면서 “폭력이 남긴 후유증으로 황폐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누어 가지는 대동 행위를 통해 화해와 상생의 희망을 그려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장정인 작가는 ‘검은 용 이야기’에 대해 “지금의 어린이들이 제주신화를 통해 배울 점은 없을까. 꼭 하나만 알려줄 수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다. 그것은 공동체 정신이 아닐까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찌됐든 우리는 함께 돕고 보살피며 살아내자는 것”이라며 “그들도 이 공동체의 일원이며 곧 이 섬의 주인이 될 사람들이니 어떤 방법으로든 잠깐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민우 작가는 ‘세 여자 이야기’에 대해 “신화 속 인물인 오늘이, 자청비, 가믄장아기가 현재 이곳에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신적인 능력도 있지만 인간적 결함도 가진 모습으로 살아가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좌충우돌 해결해 나간다”며 “이 작품은 이 시대 청년으로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고 소개했다.

성미연 작가는 ‘이주(移住)’에 대해 “꿈 같은 제주 생활을 그리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현실적인 이야기, 그들이 제주에서 어울리며 사는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한다”며 “텃세와 어울림, 제주 자연의 개발과 대립, 공존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설명했다.

홍서해 작가는 ‘산은 밤이면 범고래가 된다’에 대해 “만약 모두의 삶이 각자의 거대한 굴레 속에서 정해진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도록 부단히 움직여야 할까? 부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 할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나을까? 아니면 벗어날까? 커다란 질문을 던져놓고 인간의 작은 대답을 모아봤다”고 소개했다.

 

2023 제주 극작 심포지엄이 10일 열렸다. ⓒ제주의소리
2023 제주 극작 심포지엄에 참여한 초청 극작가들은 각자 경험과 기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때로는 “AI가 써도 이 작품보다 나을 것”이라며 직구를 던졌지만, 신진 극작가들이 한 단계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초청 극작가들의 주요 조언은 다음과 같다.

▲극작은 공연을 전제로 한 문학인 만큼 ‘극적 구성과 전개’에 중점을 둬야 함.
▲극작술의 근간은 갈등, 전개의 근간은 인과.
▲극작에 있어 주제의식은 ‘중심갈등의 제시와 해결.’
▲인물과 사건의 전개는 매우 경제적이어야 함.(안 보여줄 건 안보여주고, 요긴한 것을 고르고 골라 보여줘야 함.)
▲신화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인 만큼, 신화 속 인물을 소재 아이디어로만 쓰는 것은 편의주의적 자세로 보일 수 있음.
▲작가가 만(萬) 사람의 마음을 품고 쓰면 만(萬)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가능하면 최대한 가다듬고 오래 익혀서 발표하는 자세 필요.
▲희곡 자체만으로 완성도를 갖추는 단계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함.
▲직접적인 메시지의 대사를 드러나지 않게 숨기고 제한된 인물로 제한하고 상황 속에 녹여낸다면 더 효과적.
▲직접적이고 친절한 설명의 대사들이 오히려 독자나 관객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적극성을 배제하는 효과 불러옴.

특히, 극작과 연출이 분리돼야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주 안에서 발표되는 희곡 작품들 관리하는 가칭, ‘제주 희곡뱅크’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극작가협회 제주지부 창설, 지역 안에서 극작 분야 신춘문예 추진 등 극작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