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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옹달샘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

강용준 2023. 7. 16. 09:53

욕망과 인간성 사이 어딘가...제주 작가 강준, 새 소설집 발간

 

 

/ 사진=알라딘

제주 극작가 겸 소설가 강준은 최근 새 소설집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문학나무)를 발간했다.

이 책은 강준이 최근 3년 간 각종 문학지에 발표했던 소설을 묶었다. 단편 7개와 2~3장 분량의 짧은 소설 2편을 실었다.

 

소개 자료에 따르면, 짧은 소설(명품가방 피렌쪼, 모모는 어디로 갔을까)은 각각 사물과 고양이 입장에서 인간의 행태를 바라본 작품이다.

단편 ‘산불감시원’은 조직 사회에서의 갑질 문화의 폐해를 꼬집었다. ‘야수와의 산책’은 문학에 대한 작가의 집념과 욕망의 상관관계를 고찰한다.

‘우영팟’은 땅의 의미와 가족 해체의 문제를 다룬다. 표제작인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은 강림처사를 소재 삼아 죽음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그렸다.

‘카페 카이로스의 시간’은 문학청년이던 주인공이 욕망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팬덤에 함몰돼 가는 과정을 담았다. ‘후각의 기억’은 인생 전환기 길목마다 마주치는 두 인물 간의 끈질긴 악연을 추적한 보고서다. ‘후안’은 베트남 출신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통해 폭력의 실체를 드러낸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군상들의 솔직한 감정, 그것들이 충돌하며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마찰음을 숨김 없이 다룬다. 때로는 이기심에서 나타나는 폭력들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그는 “작가는 시대의 파수꾼이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을 대신해 어둠 속에 숨어있는 병폐를 찾아내고, 아름다운 인간관계의 전형을 기록하는 게 사명”이라며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는 추하고 더러운 것을 분별하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인간의 욕망, 이기심, 폭력, 그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강준은 “책을 묶는 것은 끝이 없는 문학 여정에 이정표 하나를 세우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일”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황충상 소설가(동리문학원장)는 “그의 소설의 희곡성은 입체적인 사실과 환상이 그것인데, 지문 문장과 대화의 흐름이 희곡 무대의 장면을 연출하는 맛이 있다”면서 “제주 본향을 대표하는 그의 소설은 향토 뿌리근성에서 비롯된다. 문학의 시작과 끝을 열어가는 강준 작가정신은 자연하면서도 강하다”고 호평했다.

강준 작가.

강준(본명 강용준)은 장편소설, 소설집, 희곡집, 칼럼집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극단 이어도 대표, 제주연극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다. 뿐만 아니라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제주문학관 명예관장으로 활동 중이다. 

삼성문학상(도의문화저작상), 한국희곡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전영택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215쪽, 문학나무, 1만5000원

                                                       제주의 소리 (2023.7.18.자)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