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지영이란 작가를 읽은 적이 없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작품으로 일약 스타작가가 되었다는 것과
그가 쓴 ‘봉순이 언니’가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의 사생활과 관련된 루머 등이 내가 알고 있는 공지영의 전부다.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 갔다가 ‘도가니’란 책을 빌려왔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연재될 때 두어 번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쉽게 읽힐 줄 알았던 도가니는 따분한 문체 때문인지
한 번에 읽히지 않았다.
전반부의 느린 사건 진행에 비해 후반부에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풍부한 자료 수집과 치밀한 구성에 의해 호흡이 막힐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청각장애인인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학교 교장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만행.
작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가진 자들의 거짓말이라고 했다.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자신의 흠집을 가리기 위해 남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폭력을 작가는 고발하고 싶었던 거다.
유전무죄라는 사슬에 법과 사회 정의는 눈을 감아버린다는 걸 도가니라는 제목으로 말하고 싶었던 거다.
도둑놈은 죄가 없고 도둑놈을 고발한 사람은 각종 협박과 유무형의 폭력과 회유에 굴복하고 마는 오늘의 세태를 꼼꼼한 필체로 그려낸 작가의 저력.
왜 독자들이 공지영에게 열망하는가를 이 한권의 책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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