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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대왕

강용준 2010. 9. 6. 14:00

제주어창작극

천지대왕

강 용 준

 


등장인물


천지왕

총멩부인

대별

소별

명진국 할망

수멩이

코러스 : 10여명. 악공 및 단역을 겸함.


무대


천상과 지상을 구분하여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설치함.





















제 1 막

제 1 장


장엄하면서도 신비스런 음악과 함께 막이 열린다.

영상이 스크린에 비춰지면 해설이 이어진다


해설 : 태초에 세상에 혼돈이 있었다. 하늘과 물과 땅이 한데 뒤엉켜 맞붙고 암흑에 싸여 한 덩어리였다.

      이 혼돈 천지에 개벽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으로 열리고 을축년 을축월 을축일 을축시에 땅의 머리가 축방으로 열려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갔다. 금은 점점 갈라져 땅에서 산이 솟아오르고 물은 아래로 모여 바다가 되었다.

      하늘에서 청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흑이슬이 솟아나 음양상통으로 생명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다. 맨 먼저 별이 생기고 땅에서는 온갖 나무와 새, 짐승들이 생기고 바다엔 물고기들이 뛰놀았으며, 흙에서 사람이 태어났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리고 비로소 인간세상도 열렸다.

      하늘나라 옥황상제인 천지대왕이 해와 달을 보내자 천지개벽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인간세상은 질서가 없이 혼돈이 계속되었다.  


영상 사라진다.

탈을 쓴 나무와 동물들, 귀신과 사람들이 뒤엉켜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1.합창 : 하늘이 열렸네


캄캄한 어둠 뒤죽박죽 엉킨 세상

빛이 생기고 하늘이 열렸네

따스한 기운은 나무와 짐승을 만들고

흙에서 움튼 생명 인간이 태어났네


캄캄한 어둠 뒤죽박죽 엉킨 세상

물이 갈라져 땅이 열렸네

물은 낮은 데로 흘러 바다가 되고

세상은 광명천지 개벽이 되었네


하늘과 땅이 열리고 개벽이 되었네.


합창이 끝나면, 호리전트에 해가 두 개 뜬다. 동식물들과 사람들 하늘을 보며 ‘아이

더워’ ‘ 젠장할 놈의 날씨하고는’ 등 투덜대며 옷을 벗는 등 핵핵거리며 더위에 지

친 모습을 표현한다.

잠시 후, 해가 사라지고 달이 두 개 뜬다.

이번엔 추워서 덜덜거리며 옷을 껴입고 투덜대며 우스꽝스런 동작을 연출한다.

명진국 할망이 들어온다.


명진국 : 아 시상을 맹그컬랑 졸바로 맹글주. 이거 무신 거라? 낮엔 해가 두 개난 과랑과랑 더웡 죽어지곡, 밤엔 달이 두 개난 실리왕 죽어지켜. 경 안 허냐?

일 동 : 맞수다.

명진국 : 게걸랑 우리 하늘 옥황 천지대왕님을 불러당 발리우게.

일 동 : 경헙주.

명진국 : 아멩 옥황 일이 바쁜 천지대왕이주만 만백성이 소원하는 일인디 안왕은 못 배길거난, 우리 정성 다 허영 청하여 보게.

일 동 : 청하여 봅주.

명진국 : 게믄 나가 소리 허크메 치성들 드려이?

일 동 : 치성을 드려얍주.

명진국 : 치성을 드리는디, 부정 탄 사람이시믄 옥황이 노허영 안 오난 강 코콜리 씨성 오라.

일 동 : 코콜리 씨스레 글라.


사람들 퇴장했다가, 제상을 준비하고 명진국에게 옷을 입히고 악기를 두드린다.

나머지 사람들은 막대기를 들고 땅을 치며 장단을 맞춘다.

무악이 그치면 명진국 할망 요령을 흔들어 주변을 정숙하게 한다.


명진국 : (상에 분향하고 사배를 드린 후, 일어서서 창을 한다)천지혼합으로 제이르자. 천지혼합으로 제일릅긴 천지혼합시절, 하늘과 땅이 곱이 어서 늬귀 쑥허여 올 때 천지가 일무꿍 뒈옵데다. 천지가 일무꿍 뒈어 올 때 개벽시 도업이 뒈옵데다. 개벽시 도업으로 제이르자.


다시 무악이 이어진다.


명진국 : 개벽시 시절 천개는 자회고 지벽에는 축회하야 인개 인회 도업하야 하늘 머리 욜리고, 땅의 머리 욜려 올 때 상갑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 땅 새 떡징찌 나옵데다. 상경개문 도업 제일릅긴 요 하늘엔 하늘로 청이슬 땅으론 흑이슬 중앙 황이슬 나려 합수 될 때 천지인황 도업으로 제이르자


무악 이어지며 앞무대 어두워지고, 하늘 옥황이 밝아진다.


천지왕 : 일관, 어디 있느냐?

일 관 : (나서며)예, 일관 대령이오.

천지왕 : 너 해몽도 할 줄 아느냐?

일 관 : 그럼입쇼. 본시 별자리로 점을 치는 것이 전공이옵니다.

천지왕 : 그럼 됐다. 내가 어젯밤 해와 달을 먹는 꿈을 꾸었는데 꿈풀이나 해다오.

일 관 : 분명 해와 달을 잡수셨단 말입니까?

천지왕 : 그렇다니까.

일 관 : 잠깐 기다리십시오.(알아듣지 못할 코믹한 내용의 주문을 왼다. 그리고 잠시 후) 태몽이옵니다.

천지왕 : 태몽?

일 관 : 그러하옵니다. 해와 달을 잡수셨다는 건 성질이 다른 쌍둥이를 생산하실 괘이옵니다.

천지왕 : 쌍둥이? 이놈아, 누구 약 올려? 임을 봐야 뽕을 따지. 부인도 없는데 어찌 애를 생산한단 말이냐?

일 관 : 인간세상을 창조하셨는데 이젠 이승과 저승을 관리할 자식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지왕 : 듣고 보니 그렇구나. 더 늙기 전에 후사를 둬야지. 헌데 어디 마땅한 배필을 찾을 수 있겠느냐?

일 관 : (혼자 소리로) 에그 늙은 것이나 젊은 것이나 그저 색이라면.

천지왕 : 아니 이놈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일 관 : 가만 계시옵소서, 점을 치는 중이옵니다. (다시 알아듣지 못할 주문을 왼 후) 나왔습니다.

천지왕 : 그래 어떤 여인이냐? 자태는 고우냐?

일 관 : 자태가 문젭니까? 건강한 후사를 출산하려면 방뎅이 큰 여자가 제일입죠.

천지왕 : 그래도 이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낫지 않겠느냐?

일 관 : (관객을 살핀다) 그럼, 저기 저 여인네는 어떻습니까?

천지왕 : (살펴보다 실망한 듯) 오늘은 물이 영 안 좋구나.

일 관 : 그럼 저 여인네는 어떻습니까?

천지왕 : 그냥 점괘 나온 여인으로 하자.

일 관 : 진작 그럴 것이지. 인간 세상에 탐라라는 자그만 섬이 있는데 거기 살고 있는 총멩이라는 여인에게서 나는 총기가 하늘을 뚫을 듯합니다.


멀리서 무악소리 들린다.


천지왕 : 헌데 이거 무슨 소리냐?

사자1 : 이승에서 천지왕을 애타게 초청하고 있사옵니다.

천지왕 : 그래? 아주 지극정성이로구나. 내가 천지를 만들고 여태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으니 순시도 하고 후사도 생산할 겸 내려가 보자. 용마를 대기시켜라.

일 동 : 예이.


2. 합창 : 후사를 생산하러 가세


가세 가세 후사를 생산하러 가세

인간세상 다스릴 후사를 생산하러 가세

쌍둥일 나면 한 놈은 이승법을 만들고

쌍둥일 나면 한 놈은 저승법을 만들어

이승과 저승의 질서를 잡으세.

이승과 저승의 질서를 잡으세

가세 가세 후사를 생산하러 가세


합창 끝나면 다시 명진국의 초감제가 이어진다.


명진국 : 동성계문 도업하니 요 하늘엔 해가 저 나며 벨이 저 나옵데가, 벨이 저 나옵데다. 갑을동방 동산새별 견우성이 뜨고, 경신서방 서산새별 직녀성이 뜨고, 병정남방 노인성, 임재북방 태금성, 해자북방 북두칠원성군, 월광 일광을 도업허난, 삼십삼천 서른시 하늘 도업입네다.


무악 이어지는 가운데, 이윽고 천지왕이 용마가 끄는 수레를 타고 사자들을 데리고

내려온다.


천지왕 : 어찌 나를 불렀느냐.

명진국 : 오십데강 지체높은 하늘 옥황 황천강 건너 구름타고 오십데강

천지왕 : 너희들 청하는 소리가 하도 지극정성이라 감읍하여 왔노라. 헌데 어찌 불렀느냐?

명진국 : 세상을 만들어시민 우리 인간을 제일로 두곡 살 수 있게 허여살 거 아니우꽈?

천지왕 : 그래 뭣이 불만이냐?

명진국 : 하늘을 봅서 해가 둘이난 낮인 지져왕 살 수가 읏곡, 밤인 달이 두 개난 어디 실리왕 살아지쿠강

일 동 : 살아도 못 살쿠다.

천지왕 : 난 인간 세상을 사랑해서 해도 둘 달도 둘 내려 보냈는데 그게 잘못되었다면 당장 시정하마. 여봐라, 천근 활과 백근 살을 가져 오너라.

사자1 : 분부 거행이오.(나간다)

명진국 : 경허곡 이왕 내려 와시난 저 노릇덜 봅서. 이거 귀눈이 왁왁 정체가 어선 어디 살아지쿠가?


 나무들과 동물들, 귀신이 등장하여 말을 한다.


귀 신 : 수멩아! 수멩아!

코러스 : 수멩아, 수멩아.

수 멩 : (찾으며) 누구냐? 건방지게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놈이 누구냐? (나무 앞에 가서) 네가 날 불렀냐?

나무1 : 아니요? 저기 검은 옷 입은 사람. 안 보이시오?

귀 신 : 수멩아! 나다.

코러스 : 수멩아. 나다.

수 멩 : 나라니? 도대체 나가 누구냐?

귀 신 : 나다, 니 애비다. 바다에 던져 버린 네 애비다.

코러스 : 바다에 던져버린 네 애비다.

수 멩 : 죽은 귀신이 말을 하다니, 왜 아직도 여기 계시오? 저승에나 가시오.

귀 신 : 그러지 말고, 제삿밥이라도 먹게 해 주라.

코러스 : 제삿밥이라도 먹게 해주라.

수 멩 : 약속이 틀리지 않소? 저리 가시오. 난 못하오. (나간다)

코러스 : 약속이 틀리다, 난 못해.


귀신 따라 나가자, 곰이 사슴을 잡으러 하고 사슴은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닌다. 그러다 곰이 나무에 부딪혀 쓰러진다.


곰 : 누구야? 어떤 자식이 내 앞을 막아섰어?

나무1 : 야 임마, 너 눈깔 없어? 어디다 박치기야?

곰 : 이 자식이 뵈는 게 없나? 한 주먹도 안 되는 것이, 너 죽고 싶어?  비켜 임마.

나무1 : 건방진 소리 마라. 내가 걸어 다닐 수 있다면 넌 벌써 모가지가 부러졌을 거다.

곰 : 뭐야? 이 자식이 웬 시비야?

나무1 : 날 좀 괴롭혔어? 너 변태지? 그 추한 몸은 왜 자꾸 나에게 비비대며  추근덕 거리며 난리야?

곰 : 임마 등이 가려워 좀 비볐는데 그게 어때서?

나무1 : 그것만이야? 너 자꾸 네 등에 타오르잖아?

곰 : 임마 새순이 연하고 부드럽고 맛있어서 먹어주면 고맙다고 생각해야지.

 나 누군지 몰라서 그래? 확 뽑아 던져 버린다.

나무1 : 얼씨구. 너 양아치지? 정말 웃기는 놈이네.

곰 : 이 자식이 (나무1을 안아서 내팽개친다) 맛 좀 봐라.

나무1 : 이거 놔, 아이구 나 죽네. 아이구 저 녀석이 어른도 몰라보고. 아이구 나무 죽네.

천지왕 : 좋은 세상 만들어놓았더니 이거 엉망이로구만. 귀신을 부르면 사람이 대답하고 사람을 부르면 귀신이 대답하고, 나무와 동물들이 인간의 말을 한다?

명진국 : 이거 어디 정신 혀뜩허연 살아지쿠가?

천지왕 : 인간이 만물을 거느릴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했구만.

명진국 : 나무나 새, 짐승들이 말을 하는 게 문제 우다.

천지왕 :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여봐라, 가서 송진가루를 가져 오너라, 인간을 제외한 모든 물상들의 입을 막으리라.

사자1 : 대왕폐하, 움직이는 생명들의 입을 막아버리면 그들은 자기의 생각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 더욱 광포해 져 혼란만 부추길 겁니다.

사자2 : 그러하옵니다.

천지왕 : 그렇다면 좋은 수가 있다. 새들에게는 새들의 말을 나무에는 나무의 말을 짐승들에겐 짐승들의 말을 따로 주리라.

사자3 : 송진가루 대령하였습니다.

천지왕 : 좋다. 그걸  인간을 제외한 살아있는 모든 미물들에게 뿌려라.


사자들이 다니며 송진 가루를 뿌리자 나무는 말을 못하고, 다른 짐승들은 울음소리만을 내며 날뛴다. 사자들 거대한 활을 실은 수레를 끌고 온다.


천지왕 : 됐다. 이제야 소란이 좀 덜 할 것 같구나.

명진국 : 하늘옥황 천지왕님 고맙습니다.

사자1 : 해가 떠오릅니다.

천지왕 : 그래? 내 활솜씨를 자랑해야 하겠구나.

사자2 : 뒤따라 오는 해를 맞추셔야 합니다.

천지왕 : (수레에 오르며)알았다. 정확히 동해바다에 떨어뜨릴 것이니 잘 보아라.

       

천지왕, 활시위를 당기어 놓자 해 하나가 없어진다. 사람들 악기와 막대를 두둘기며 좋아라한다.


천지왕 : 이왕 쏘는 김에 달도 올려 보내라


해가 서편으로 빨리 기울자 날이 어두워지며 두 개의 달이 떠오른다.


사자1 : 준비하시고 쏘세요.


천지왕, 나중 올라오는 달을 맞추어 떨어뜨린다.

사람들 좋아라하며 다시 악기와 막대기를 두둘기며 춤을 춘다.

이때, 귀신이 수멩을 좇아다니며 때를 쓴다.


귀 신 : 수멩아! 나 배고프다, 밥 주라.

수 멩 : 무사 조름에 조차 다니멍 귀찮게 굴엄수가? 제게 저승에나 갑서게.

귀 신 : 오늘 나 제삿날인데 너미 하는 거 아니가?

수 멩 : 이건 계약 위반이우다. 경헌 거 안 하기로 허연 생전에 배터지게 먹였지 않우꽈? 난 모르쿠다.(퇴장한다)

천지왕 : 여봐, 거기. 귓 것.

귀 신 : 나 말이우꽈?

천지왕 : 그려, 너 죽은 놈이 왜 인간을 쫓아다니며 괴롭혀? 이리 와.

귀 신 : 누겐디 죽은 사람 오라 가라 햄수과?

사자1 : (머리를 쥐어박으며) 임마, 무릎 꿇어. 어디 옥황상제 안전에서 함부로 대꾸야?

귀 신 : 옥황상제? 아이고 잘못했수다.

천지왕: 야 거기 저울 가져와 봐.

사자2 : (전자저울을 꺼내 놓는다) 여기 대령했습니다. 폐하.

천지왕 : 안색을 보니 잘 먹고 죽은 놈이구나. 저울에 올라서라.

귀 신 : (저울에 올라선다. 저울눈이 움직이지 않는다)

천지왕 : 이거 고장 난 거 아냐? 왜 안 움직여?

사자1 : 대왕폐하. 저울이 고장 난 게 아니라 죽은 귀신은 무게가 없습니다.

천지왕 : 그렇구나. 그렇다면 저놈 입에도 송진을 칠해라. 귀신은 귀신의 말을 주겠노라.

사자3: 분부 거행이오.(송진가루를 귀신의 입에 바른다)

천지왕 : 잘들어라. 앞으로 귀신은 인간과 구별하기 위해 형체를 없앤다. 그리고 이승은 살아 있는 것들의 세상으로, 죽은 것들은 하늘에 올려 저승에 살게 하리라. 대신 귀신들은 제삿날과 명절날 이승으로 내려와 대접을 받도록 휴가를 주어라. (귀신에게)보아하니 오늘이 네 제삿날이구나. 어서 집으로 가서 대접을 받아라.

사자1 :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귀신에게) 자, 어서 가자.


귀신, 말을 못하고 손짓 발짓을 하며 울면서 나간다.


천지왕 : 헌데, 총멩이라는 처녀는 어디 있느냐?

명진국 : 총멩인 무사 찾암수가?

사자2 : 어허 어찌 천기를 알려고 하시오?

명진국 : 말 안해도 알주기. 안고라도 눈치로 척 알아지켜. 오늘은 오월오일 단오날 만물에 양기가 흘러넘치는 날. 천지대왕님도 춘흥을 못 이겨 바짓가랭이가 불룩 튀어나와신게. 총멩이는 좋으켜.

천지왕 : (겸연쩍어 돌아서며 큰 기침을 한다)

사자2 : 이 할망이 어느 안전에서 불경스러운 망발이냐? 날벼락 맞기 전에 썩 총멩이 있는 곳을 아뢰지 못할까?

명진국 : (그제야 정신을 차려서, 입을 손으로 때리며)에고 요놈의 주둥이. 주책맞은 주둥이, 죄송합니다. 저기 갯그시 가보민 만나질거우다. (악공에게)자 천지대왕 나가신다 길을 쳐라.


음악에 맞춰 사람들 막대기를 두둘기며 춤을 추며 천지왕 일행을 안내한다.



제2장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바닷물을 마셔 가글을 하고 내밷으며 신음을 한다.

천지왕 화려한 수레를 타고 사신1과 함께 바닷가에 도착한다.


천지왕 : 아니 저 사람들이 뭐 하고 있느냐?

사자1 : (어느 노인에게 다가가서)왜 그러십니까?

노 인 : (말을 잘 하지 못한다) 마 시키지 마(말 시키지 마). 이빠이(이빨) 아파서,

사자1 : 아 해 보세요. 이빨이 어떤 데요?

노 인 : (입을 벌려 보여 준다) 아.

사자1 : (입안을 살펴보며)이런! 어금니가 하나도 없구, 입안이 부었구만. 어쩌다 이 지경이 되셨오?

노 인 : (손을 내 저으며)수멩이. 수멩이


물을 길러 온 총멩이가 물단지에 물을 채우고 있다.

아까부터 유심히 눈독을 들이던 천지왕 다가가 말을 건넨다.


천지왕 : 말 좀 물읍시다.

총 멩 : (천지왕을 쳐다보고 얼굴을 붉히며 돌아선다)어마떵허리. 누게꽈?

천지왕 : 어찌 놀라시오. 나 나쁜 사람 아니니 그리 경계 마시오.

총 멩 : 인칙부터 나 서늉 똘라지게 뵈렴선게…, 용건이 무신 거꽈?

천지왕 : 저 사람들 왜 저렇게 된 지 아시오?

총 멩 : 수멩이란 사름 때문이우다. 수멩이란 사람은 저프게 부재라 사름들이 그 집 쌀을 빌려당 먹엄수게. 경헌디, 쌀에 모살을 섞엉 양을 속이고, 줄때는 족은 되로 주고 받을 때는 큰 되로 받앙 부재 된 사름이우다.

천지왕 : 그래서 사람들이 돌을 씹어서 이빨이 부러졌단 말이군.

총 멩 : 예. 입안이 헤싸젼 밥도 못 먹언 저영 짠물에 입안을 헹구암수게. 경해도 그건 양반 마씸. 머을이 뱃쏘곱에 득안 시름시름 소들단 죽은 사람도 하우다.

천지왕 : 그런 고얀 놈이 있나?


이때 귀신의 우는 소리가 들린다.


천지왕 :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누가 옥퉁소를 불고 있느냐?

사신1 : 옥퉁소가 아니옵고, 귀신의 울음소리 같사옵니다.

천지왕 : 저 귓것은 저승으로 올라가지 않고 왜 바다에서 우는 거야? 가서 데려 와라.

사신1 : 예.(나간다)

천지왕 : 헌데, 그대는 어이하여 나를 보고 낯을 붉히는가?

총 멩 : 양? 나를 모른댄 말이우꽈?

천지왕 : 난 처음 보는데?

총 멩 : 무사 언치냑 밤이 촞아완 날 꼭 누르뜨지 않읍디가?

천지왕 : 네가 처자를 품었단 말이오?

총 멩 : 분멩허우다.  나가 두 눈 뽕그랗게 떤 서방님의 서늉을 졸바로 봐십주기.

천지왕 : 하 이거 이승에 내려와서 처음 받는 대우가 강간범이구만?

총 멩 : 매시께라 이상한 사름이여? 아멩 꿈쏘곱이주만 처녀 몸 망쳐놓곡 이제왕 번찍 시치미 떼엄수꽈?

천지왕 : 꿈속이라? 처자의 이름이 뭐요?

총 멩 : 총멩이우다.

천지왕 : 총멩이? 일관이 일러준 배필이 바로 처자였구료.

총 멩 : 배필마씀?

천지왕 : 암, 내가 바로 천지왕, 당신의 남편이오.

총 멩 : 양? 천지왕 마씸? (무릅 꿇고 머리를 숙이며) 어마떵허리. 지체 높으신 어르신이 어떵 나고찌 미약한 비바리를 간택헙디가게? 가심이 탕탕 거렴수다.

천지왕 : (두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일어나시오. 당신은 이승법을 통치할 후사를 생산할 귀한 몸이니 함부로 마시오.

총 멩 : (일어선다) 경해삽주. 지꺼진 심으로 소임을 다허쿠다.

천지왕 : 고맙소. 부디 건강하고 영리한 후사를 부탁하오.

총 멩 : 좋은 씨앗을 뿌려 주시민 열 달을 조신하곡 지성으로 질루왕 인간에 모범이 될 옥동자를 생산허겠십니다.

천지왕 : 고맙소.


사신1, 귀신과 함께 등장한다.


사신1 : 폐하, 귀신을 대령했나이다.

천지왕 : 아니 넌 어제 집으로 보낸 귀신이 아니냐?

귀 신 : (끄덕이며 손짓 발짓으로 표현한다)

천지왕 : 뭐라 그러는 거냐?

사신1 : 귀신에겐 말을 못하게 했으니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천지왕 : 통역이 안 따라 왔느냐?

사신1 : 통역도 오늘이 제삿날이라 출장을 나갔습니다.

총 멩 : 귀신과 말허는 것쯤은 나도 헐 수 싰수다.

천지왕 : 그래? 그럼 뭐라는지 알아보거라.


귀신 손짓 발짓을 하며 못 알아들을 방언을 하고, 그 말을 총멩이 한 구절씩 통역

한다. 두 사람의 모습이 코믹스럽다.


총 멩 : 응 경허연. 알았수다. 이 귀신은 수멩이 아방인디 나이 예순이 되난 수멩이가 밥을 한 끼 밖에 안주더랜마씸.

귀 신 : (역시 알아듣질 못하는 방언을 한다)

총 멩 : 인칙꺼정 먹을 만큼 먹어시난 조경 먹으랜허연 경허였답니다.

천지왕 : 저런 괘씸한 놈.

총 멩 : 사정 사정을 허난 수멩이가 경허민 죽을 때꺼정 세 끼를 잘 멕여 주크매 죽은 다음엔 제사 명절 먹으러 오지 말랜헙니다. 그래서 허락했지요.

천지왕 : 죽은 귀신에게 제사 명절도 안 지낸단 말이야?

총 멩 : 경허연 숨그차지난 장사도 안치르곡 시신을 바당에 데껴 부렀덴 마씀.

천지왕 : 저런 불효막심한 놈.

총 멩 : 멩질이라 집으로 찾아가난, 문전 박대허연 물 한 적도 못 얻어먹는 신세가 을큰허연 운다고 헙니다.

천지왕 : 내가 아들을 혼 내 줄테니 눈물을 거두시오.

귀 신 : (벌을 주지 말라는 동작과 말을 한다)

총 멩 : 경해도 내 아들인디 어떵 경해 집니까. 정 다실도록 혼만 내곡 다치게는 말아달랜 헙니다.

천지왕 : 애비의 심정은 알지만 그런 나쁜 놈을 가만 두었다간 이 세상 법이 엉망이 된다. 부모를 구박하는 놈은 저승에 가서도 그 죄를 면치 못하리라. 당장 기동타격대를 출동시켜 잡아 와.

사신1 : 예, 분부 거행 하겠습니다. (나가며 귀신에게) 가자.

천지왕 : 귀신과도 통하다니 역시 당신은 이름 그대로 총명하군.

총 멩 : 날 웃지우는 소리 고맙수다.

천지왕 : 자 이젠 이승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서 우리의 소임을 다할 차례요. 둘만의 대사를 치룹시다.

총 멩 : 하이고 부치럽수다.

천지왕 : 매사에는 때가 있는 법, 일관이 일러 준 때가 되었소. 이제 세상은 우리를 위해 노래하고 축복할 거요.


신비로운 음악이 울리며 선녀들이 내려와 축하의 춤을 춘다


3. 듀엣 : 오늘은 좋은 날 천하를 품는 날

 

(총멩) 당신은 인간을 사랑하사 천지를 만들고

(천지)그대는 세상을 다스릴 후사를 만들고

(총멩) 오늘은 좋은 날 천하를 품는 날

      기름진 땅에 좋은 씨 골라 뿌리소서

(천지) 오늘은 좋은 날 천하를 품는 날

       인간세상 완성하러 그대를 찾아왔네

(함께) 우리의 사랑은 이 세상 법이 되고

       천년만년 인간세상 밝힐 빛이 되네

      오늘은 좋은 날 천하를 품는 날


천지왕과 총멩 선녀들에 휩싸여 함께 춤을 추며 기쁨을 나눈다.

운우지정을 나누는 춤을 추다 절정에 이르면 암전된다.



제 3 장

 

무대 밝아지면 으리으리한 수멩이네 집 앞마당.

사람들 합창한다


4. 합창 : 수멩이는 천벌 받을 놈


수멩이는 나쁜 놈, 천벌 받을 놈

죽은 곡식 빌려줘 여믄 곡식 받아 부자 된 놈

수멩이는 나쁜 놈, 천벌 받을 놈

빌려준 금전에 터무니없는 고리로 부자 된 놈

나쁜 놈은 천벌 받아 싸지

수멩이는 천벌 받을 놈.


수멩이 개 가면을 쓴 무리들과 함께 등장한다. 사람들이 그 위압에 엎드려 눈치를

본다.


수 멩 : 누게가 날 거느렴시? 이 축시들아. 너네들은 쌀 꾸어 가고, 돈 빌려 가멍도 나신디 손꾸락질 햄지?

일 동 : 절대 아니우다.

수 멩 : 아니긴 무사 아니라 이 뚜럼들아! 너네들이 아멩 들러키어 보라, 눈터럭 하나 깜짝하나. 경허곡 기한이 넘어신디도 빌려간 돈 못 갚은 놈들 이리 나와.


사람들 눈치를 보며 나가지 않는다.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짖는다.


수 멩 : 제게 안나와? 조름 캐민 다 나와이. (꾀를 낸다) 좋다, 몬여 나오는 사름신딘 빚을 면제해 주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사람이 나온다.


수 멩 : (호탕한 웃음을 흘리고 나서)그래, 너네들신딘 약속대로 빛을 면제해 준다. 대신 너네들은 이루후제부터 우리 집에서 일 허라.

주민1 : 양? 게민 우린 종이 되란 말이우꽈?

수 멩 : 야 임마, 이런 숭년에 세 끼 밥만 먹어져도 어디 십디강 허라.

주민2 : 난 마우다(들어가려하자 개가 달려들어 위협한다. 도로 나가며)알았저게.

수 멩 : 이놈들아 사름이민 똑 같은 사름인 줄 알암샤? 돈이 이서야 사름 행세헌다. 돈이민 비바리 부랄도 살 수 이신 걸 몰람서? 자 이놈들 심어 강 돋 통시 거름내우라.

주민들 : (개탈을 쓴 자들에게 끌려간다)하이고 살려 줍서.


이 때, 천지왕의 사자들이 들어온다.


사자1 : 수멩이가 누구냐?

수 멩 : 어허 이 버르장머리! 감히 누겐디 어른 이름을 함부로 불럼신고?

사자1 : 우린 옥황에서 온 사자들이다. 너를 데려오라는 명을 받았으니 어서 가자.

수 멩 : 하 이거 요즘 살기가 곱곱허여 가난 베라벨 사기꾼 들이 다 싯젠 헨게. 옥황상제를 사칭하는 놈들도 다 싯구나. 네 이놈들 난 옥황이고 천황이고 다 필요 엇다.

사자1 : 천지왕의 명령을 어찌 거부하려 드시오. 어서 갑시다.

수 멩 : 난 필요 엇덴 허난. 에이 귀찮다. 여봐라, 뭣들 허느냐, 사나운 개들을 풀엉 저것들을 내쫓아불라.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다가선다. 그 서슬에 사자들 뒷걸음 친다.


사자1 : 하늘의 명을 거역하면 천벌을 받을 것이오.

수 멩 : 천벌이든 땅벌이든 마음대로 해봐. 시상에 나가 겁나는 건 나도 엇다. 자 혼저 몰아내. 워리 독그 물어 칙칙.

사자1 : 작전상 후퇴. 


사나운 개들 달려든다. 사자들 하늘로 날아 올라간다.


수 멩 : 그만그만. 이땅 꽝이영 괴기영 하영 주크메 들어강 쉬라. 어이 착허다.

 

개들 킁킁 소리내며 아양을 떨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하늘 옥황이 밝아진다.


천지왕 : (돌아온 사자들 보고 화를 낸다) 아니, 그놈 하나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다니. 이래서야 천지간 명이 서겠느냐?

사자1 : 사나운 가축들이 미친 듯이 덤벼드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수 멩 : (하늘에 대고)이 시상에 날 이길 자 누게고? 이시민 나와 보라. 하늘 옥황 좋아 허네. 느가 옥황이민 난 옥황하르방이다.

천지왕 : 아니 저 녀석 머리에 충이 들었나? 옥황의 권위를 아예 무시하고 있구만.

사자1 : 말로는 안 되는 놈이니 본 때를 보이셔야 합니다.

천지왕 : 그래, 1단계 개미떼를 출동시켜라.

사자1 : 예 분부 거행이요.

수 멩 : 날 심어 갈 놈이 누게고? (호탕하게 웃는다) 이 시상은 나가 상제여. 돈 하영 신 놈이 최고란 말이주.

천지왕 : 저 놈이 기고만장해서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계집1 : (몸이 간지어운 듯 몸을 배배꼬며 집 안에서 나오며)하이고 주인님. 하하하아이고 간지러워?

수 멩 : 저년 저거 두려시냐?

계집1 : 그게 아니고 양. 개엄지가 몸에 들어왕 하간디로 돌아댕기는디. 하하하.

수 멩 : 게민 확 옷 벗엉 털라.

계집1 : 그게 문제가 아니라 큰일 나수다. 정제영 쳇방이영 몬 개엄지 천지우다.

수 멩 : 개엄지 만썩 헌것에 가심 금착헐 일 읏다. 개염지는 내에 약헌다. 내를 피왕 죽거들랑 버리지 말곡 쓸어모앙 볶으라. 그거 먹으민 야개기영 꽝 아픈디 그만이여.

계집1 : 알아수다(웃옷을 벗어 개미를 잡는다)

천지왕 : 안되겠다. 2단계 습기와 용달버섯 출동시키라.

계집2 : (뛰어나오며)아이고 주인님 큰일나수다.

수 멩 : 이번엔 또 무신 것고?

계집2 : 온 사방에 습기 천지우다. 사방에 물이 피난 용달버섯 돋아남수다.

수 멩 : 거 참 잘 되었고나. 경 안해도 요즘 입맛이 어선게. 초기대신 용달버섯 먹어보게. 그거 조근조근 따당 물에 코콜리 싯엉 밥상에 올리라. 된장에 찍엉 오도독오도독 씹엉 먹게.

천지왕 : 아니 그래도 저놈이. 다음 작전 실시.


커다란 솥들이 집안에서 나온다.


계집1 : 주인님 저거 봅서. 이거 무신 난리우꽈?

수 멩 : 솥들도 맨날 불만 삼아노난 더웡 정 햄시네.  검불리젠 나오람시난 제게 부체 아땅 부쳐주라.

천지왕 : 가축들을 미쳐 날 뛰게 하고 저놈 머리 위에 쇠철망을 씌우라.


개, 소, 말, 돼지 등 가축들의 울부짖는 소리.

미친 가축들이 쏟아져 나오며 무대를 휘젓자 혼비백산하는 주민들.

온갖 음향효과와 현란한 조명으로 혼란의 극치를 이룬다.

이윽고 수멩의 머리에 가시가 돋친 쇠철망이 씌어진다.

마당에 수멩과 계집들만 남고 모두 사라진다.


천지왕 : 하하하, 자업자득이지. 이제야 정신을 차릴테주.(사라진다)

수 멩 : 아이고 대맹이여. 아이고 누게가 내 대갈통에 못을 박아신고.

계집1 : 잘 콘다리여. 게메 너미 놉다라.

계집2 : 하늘 무서운 줄 모르민 저영해도 싸주.

수 멩 : 이년들아 무신 거엔 고람시니. 아이고 날 호꼼 살려도라. 대맹이가 뿌사지켜. 아이고. 혼저 이걸 배껴도라.

계집1 : 우리가 무신 심이 이성 그걸 배껴 안냅니까?

수 멩 : 도치 어디 이시니. 도치 아져 오라.

계집2 : 양.(들어가서 도끼를 가져온다)

계집1 : 도치로 무신 거 허젠 마씸?

수 멩 : 비발년이 입이 두 개난 말도 하구나. 나 말 고를 심도 어시난 시키는 대로만 허라.

계집2 : (도끼를 들고 오며)예. 여기 아져 오라수다.

수 멩 : 그걸로 나 대강일 내려 치라.

계집2 : (놀라서)양? 이걸로 내려 치민 대맹생이 뿌사정 죽음니다. 주인님.

수 멩 : 느 눈엔 이런 꼬락서니가 보기 좋으냐? 느라면 영 허영 하루라도 살아지커냐? 살아도 죽은 목숨이여. 차라리 뽀사불라.

계집1 : 경허난 천벌 받을 짓 말주. 이거 무신 노릇이우꽈?

수 멩 : 존다니마랑 혼저 죽든 살든 도치를 내리치라.

계집2 : 아멩 주인님 조끄띠서 구박받곡 욕 들으멍 살았주만 경해도 주인님은 상전인디 초마가라 그치록은 못허쿠다. 사름 잡는 일은 못헙니다.

수 멩 : 경허난 조준을 잘허영 쇠망만 그차내란 말이다. 누게 날 죽이랜 고람시냐?

계집1 : 이리 주라(도끼를 받아들고 내리 치려고 한다)

수 멩 : (막으며) 잠깐. 너 평소에 나신디 원한이 하영 싯지? 무사 나 대갈통 부서불젠?

계집1 : 아니우다. 나가 무사 경 헙니까?

수 멩 : 는 말다. (계집2에게) 느가 허라. 경해도 넌 누룽지도 아저당 주곡. 는 믿을 수 있저. (계집1에게)는 저펜드레 고짜 사라.

계집1 : (도끼를 넘겨주며 혼자 소리로) 쳇. 한 방에 보낼 수 이서신디.(나간다)

계집2 : (도끼를 거머쥐고) 주인님, 나가 호끔 실수허여도 용서 헙서양?

수 멩 : 실수? (매달리며) 무사 경 섬찌구랑 헌 말 고람시니? 날 호꼼 살려 도라. 이것만 뱃겨지민 늘 각시로 맞이 허켜.

계집2 : 고맙수다. 죽고 사는 건 하늘에 매끼곡 양 눈 꼭 감읍서.

수 멩 : 하늘은 나펜이 아닌디. 아이고 이 노릇을 어떵허코. (하늘을 향해) 잘못 해수다,  번만 봐 줍서 양. (머리를 내민다) 자 아프지 안허게 확 허라 .

계집2 : (도끼를 들고 내리치며) 자 내리 쳠수다.


계집은 수멩이 머리를 내리치지 못하고 옆 대들보를 찍는다.

그 바람에 놀란 수멩이 ‘아이고 나죽네’ 소리를 하며 움츠리는 순간 쇠철망이 벗겨

져 나간다.


수 멩 : 하이고 이거 어떵 헌 일이고. 아이고 이젠 살아지켜. 하이고 영 시원헌 걸. 생각해 보난 분허다. 날 골탕 멕인 놈 누게고? 이 놈 꼭 심어내고 말켜.

계집2 : 하이고, 아직도 정다실지 못했구나. 이 분시대가리 어신 양반 큰 일 났져.


화덕진군 해명이 들어온다.


해명이 : 잠깐 실례 하겠습니다.

수 멩 : 누게고? 보아하니 댕기당 빌어먹는 동냥바치로구나. 저리 가라. 가축들도 도망가불곡, 종년들도 다 도라나불언 나 먹을 것도 엇다.

해명이 : 전 옥황에서 온 화진덕군 해명이라하옵니다.

수 멩 : 해명이? 게민 무신 걸 해명할 거라? 하늘이 날 조들린 거 미안허덴 사과허래 와서?

해명이 : (한심하다는 생각으로 쳐다본다)

수 멩 : 무사 경 빤지롱히 뵈렴서? 나 양지에 검불이라도 붙언?

해명이 : 그게 아니고, 지금 이곳은 큰 환란이 닥칠 것이니 곡식과 옷을 가지고 이곳을 피하여 한 일 년만 밖으로 돌아다니며 세상 구경하십시오.

수 멩 : 무사 대궐같은 나 집 나뒁 동냥바치고찌 뒹글어 댕기랜 말이라? 난 말다.

해명이 : 재물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겁니다. 당장 여길 떠나지 않으면 7대에 걸쳐 마련한 재산이 한 순간에 사라질 겁니다.

수 멩 : (버럭 성을 내며) 누게가 나 재산을 빼앗아 간단 말이여? 잠을 안자멍이라도 지낄거난 택도 어신 소리 하지도 마라.

해명이 : 그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수 멩 : 심냥 허여. (승리감에 도취하여 웃는다) 감히 누게가 나를 건드려. 이 시상에 나를 이길 놈 누게라. 어디 나와 봐. 이시민 나와보랜 허난. 하하하.


이 광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던 천지왕 화가 잔뜩 났다.


천지왕 : 저거 잘못을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안되겠구나. 여봐라.  번개장군 어서 출동 하라.


번개장군이 기를 모아 손을 지상으로 가리키자 번쩍 번개가 친다.


천지왕 : 천둥벼락장군 출동하라


벼락장군 역시 무술 폼을 잡다가 기를 모으고 기합소리와 함께 두 팔로 지상을 가

리키자 천둥과 함께 벼락이 떨어진다. 수멩이의 집에 불이 붙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천지왕 : 강풍장군도 출동하여 하나도 남김없이 다 태워 없애라.


바람장군이 역시 무술 폼을 잡다가 기합을 넣으면 강한 바람소리와 함께 수멩이 집

이 화염에 휩싸인다.

장엄한 음악이 흐르면서 수멩이의 집이 불에 탄다. 수멩이는 ‘아이고 내 재산, 아이

고 내 재물’하면서 미쳐 날뛰다 불 속으로 들어간다.


천지왕 :  수멩이는 태워 모기, 파리, 깍다귀로 만들어라.


불타는 집에서 모기, 파리, 깍다귀 형상인 듯 종이들이 날아오른다.

사람들 등장하여 불구경하다 노래 부른다.


5. 합창 : 하늘이 정한 이치

선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네

하늘이 정한 이치

조상 부모 효도하고 노인 어른 공경하라

하늘이 정한 이치

탐욕은 화의 근본, 덕행은 복의 저축

하늘이 정한 이치

베풀면서 사는 세상 이승살이 편안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 후손들이 편안하네

   

막이 내린다.



 제 2 막

제 1 장


세월이 십수 년 지난 후.

마을에는 해를 상징하는 두개의 커다란 원형의 광채 나는 장식물이 걸려 있다.

대별이와 소별이가 장성했다. 그들은 두 편으로 나누어 각자의 무리들과 함께 힘겨

루기 동작을 하며 노래한다.


6. 합창 : 우리는 기다리네


여기는 인간마을 비정한 세상

모략, 사기, 폭력이 춤추는 무법천지

우리는 기다리네 강력한 지도자를

인간세계 구원할 영명한 지도자를


여기는 인간마을 위험한 세상

살인, 약탈, 강간이 판치는 무법천지

우리는 기다리네 강력한 지도자를

인간세계 구원할 영명한 지도자를

  

 노래 끝나면 패거리들을 상대로 소별이가 싸운다.

잠시 후, 명진국과 총멩부인, 대별이가 나타난다.

대별이 싸우는 사이에 들어가 소별이를 껴안고 말린다.


대 별 : 야 그만 두지 못해?

소 별 : 이거 놔. 저 놈들 패 죽일 거야.

명진국 : 이- 노옴들! 하라는 공부는 않고 어디서 싸움질이냐?


명진국의 고함소리에 패거리들 눈치보며 사라진다.


총 멩 : 소별아 이거 무신 자파리고? 경 헐 짓이 어성 싸움질이가?

소 별 : 저 자식들이 몬여 공쟁이를 걸잖아?

대 별 : 임마, 경해댄 허영 성 친구들을 패닥으민 되나?

소 별 : 조름에서 숭보는 놈들이 친구라?

대 별 : 무신 숭을 본단 말이고?

소 별 : 이런 숫붕탱이, 우리가 아방어신 호로자식이랜 말도 못 들언?

총 멩 : 그거야, 벵환으로 일찍 돌아가민 어실 수도 이신 거쥬, 그게 무슨 숭이고?

대 별 : 아니우다. 나도 경헌 소리 들을 때 마다 가심이 는착허연 용심이 납니다.

총 멩 : 무사. 느네들 다심애기들이가? 홀어멍이영 사는 게 부치로우민 집들 나가라.

소 별 : 좋수다. 난 나가쿠다. 나강 반드시 우리 아방을 찾아 오쿠다.(집으로 들어간다)

대 별 : (따라가며) 소별아.

명진국 : 한날 한시 배에서 털어진 자식인디 저치록도 뜰리카이?

총 멩 : 게매 양. 꼰다분한 대별이 성질 반만 닮아도 좋을 건디.

명진국 : 성질 값을 헌다 핸게 저 성제는 혼디 살 팔자가 아니여.

총 멩 : 무신 말씀이우꽈?

명진국 : 천지대왕이 무신 꿍꿍이로 저 하늘에 두개의 해를 아 노아신지 모르크냐?

총 멩 : 쌍둥이가 태어 날 걸 점지하신 거 아니우꽈?

명진국 : 아니여, 이건 심백시키는 거여. 언젠가는 저 둘 중의 하나는 어서 질 거여. 그걸 천지왕이 몰랑 정 해시크냐? 누게가 이 시상을 차지하는지 고방 뵈리젠 허는 거주.

총 멩 : 게민 대별이와 소별이가 싸운덴 말이우꽈?

명진국 : 기여. 지혜로운 대별이가 이기민 시상은 펜안 헐거고, 욕심 싸고 패라운 소별이가 이기민 시상은 조들 일이 할 거여.

총 멩 : 그걸 어떵헐 수 어시카양?

명진국 : 그게 사름들 마음대로 되는 거라? 시상이 정의롭고 바른 것이 항상 이겸시민 무사 영 험악허느니? 에그 저 녀석 또 도탐구나.  사나운 꼬락서니 보기 전에 가사키여.(나간다)


소별 자그만 상자를 들고 나온다. 대별 뒤따라 온다.


소 별 : 나 나가긴 가는디. 이거 들렁 가쿠다. 어머니가 경 애끼는 보물이민 값도 하영 나갈 거난. 이거 나 줍서.

총 멩 : 소별아 안된다. 그 상잔 놈들신딘 소용 어신 물건이여. 허주만 그게 어시민 나도 못 살고 느네 들도 못산다. 혼저 이리 내어 놓으라.

소 별 : 게민 우릴 맹근 아버지가 누겐지 제게 고릅서? 경 안 허민 바당에 강 데껴 불쿠다.

대 별 : 소별아 이 무신 자파리고?  혼저 내려 노으라.

총 멩 : 고르마. 고르마.  대별아 오늘이 무슨 날이고?

대 별 : 예, 정월 삼해일이우다.

총 멩 : 마침 첫돝날이구나. 기여. 이젠 느네들도 다 커시난 알아사주. 잘 들으라 느네 아방은 하늘 옥황 천지왕이여.

대.소별 : (놀라며) 양? 천지왕?

총 멩 : 기여 느네들은 천지왕의 피를 받으난 하나를 들으민 열을 알곡, 활도 잘 쏘암신예. 천지왕은 이 시상을 맹근 후에 지상에 내려오란 이루후제 이승을 다스릴 식을 나 몸을 빌언 맹글었져.

대 별 : 경허연 마을 높이 해를 둘이나 달아 노아수가?

총 멩 : 기여. 천지왕은 고름배기 쌍둥이가 태어날 것을 알고 이셨져. 경허연 큰 놈은 대별이엔 허곡 족은 아들은 소별이랜 이름꺼정 지어둰 올라 갔져.

소 별 : 게민 우린 아방을 만날 수 어수광?

총 멩 : 무사 어시느니? 그 상자 이리 아져 오라.


소별 상자를 가져가자  총멩부인에게 목에 건 열쇠로 상자를 연다.

자그만 유리병에 든 박씨 한 알, 그리고 부러진 향나무 참빛을 꺼낸다.


총 멩 : 보라. 정표로 줘뒁 간 박씨와 얼레빗 반쪽이여. 오늘이 마침 정월 첫돝날이난 이 박씨를 우영팥에 강 정성드령 심으라. 게민 그 박줄기가 하늘로 벋엉 아방신디 데려다 줄 거여.

대 별 : (받으며) 소별아. 이 박씨가 자랄 때꺼정 누게가 꺾어가지 안허게 잘 지켜사 된다이?

소 별 : 걱정 맙서. 그게 어시민 영영 아방을 만날 수 어실 건디. 물도 잘 주멍 키워 삽주.

총 멩 : 경헌디 이루후제 무신 일이 이서도 성제끼리 절대 싸우민 안된다이?

대 별 : 싸우멍 크는 거난 걱정 맙서.

총 멩 : 동생은 항상 성을 웃지우곡, 성은 동생을 아껴주곡.

소 별 : 성이랜 허영 무신 거든 몬저 해야 되는 법이 어디 이수가?

대 별 : 걱정 말라. 다 의논 족족 허주. 자 해가 지기 전에 박씨나 심게.


대별이와 소별이 박씨를 심고 물을 뿌린다. 잠시 후 땅에서 싹이 돋아나더니 금

새 줄기가 굵어지며 하늘로 항해 재빠르게 올라간다.


7. 듀엣 : 박씨를 심자.

         

         박씨를 심자 우리의 앞날을 밝혀줄

         박씨를 심자 보고픈 아버지 그리며

         새싹이 돋으면 거름 주고 물 주어

         우리의 꿈처럼 무럭무럭 자라라

         천상까지 뻗어갈 희망의 줄기

         아버지를 만날 희망의 줄기


대별과 소별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어두워진다.



제 2 장


무대 밝아지면 천지왕이 앉아 있고 옆에 사자들과 시녀들이 서 있다.


천지왕 : 이승에서 손님들이 왔다고?

사자1 : 그러하옵니다.

천지왕 : 혹시 죽은 영혼들이 길을 잘못 든 게 아니냐?

사자1 : 아닙니다. 분명 인간의 말을 하고 있었사옵니다.

천지왕 : 산 사람이 여길 어떻게 온단 말이냐? 달나라 별나라는 갈지 몰라도 이곳은 인간의 눈으론 볼 수도 없는 곳인데?

사자1 : 이승에서 뻗친 박 줄기를 타고와 천지왕 폐하를 꼭 만나야한다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총맹부인 자식들이라 합니다.

천지왕 : 박 줄기를 타고 온 총멩 부인 자식들? (그제야 생각 난 듯)오 그렇다면 귀한 손님이 분명하다. 어서 들라 하라.

사자1 : (밖을 향하여) 젊은이들을 여기로 모셔라.


사령들이 대별과 소별을 안내하여 들어온다.

천지왕 일어서서 그들을 맞이한다.

대별과 소별은 예를 갖추어 인사를 드린다.


천지왕 : 잘 왔다. 그래 너희들 이름이 뭐냐?

대 별 : 저는 대별이라 하옵고

소 별 : 저는 동생 소별이옵니다.

천지왕 : 틀림없구나. 헌데 너희들이 총멩부인의 자식이라는 걸 어찌 증명할 수 있겠느냐?

대 별 : (곱게 싼 향나무 빗 반쪽을 품에서 꺼내며 풀치며) 이게 저희 아버님이 어머님께 주고 가신 정표입니다.

천지왕 : (받으며) 그래? 어디 보자. (용상 뒤에 있는 보물함에서 나머지 반쪽 빗을 꺼내 맞추어보고) 그래 딱 맞구나. 내 자식이 틀림없구나.

      (대별, 소별에게 가서) 일어 나거라. 너희들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대 별 : (일어서서) 지들도 아버지가 저프게 보고 싶어수다. (포옹한다)

천지왕 : 그래, 네가 큰 놈이란 말이지? 총기가 흐르는 게 인간세상의 모든 지혜는 다 섭렵한 듯 하구나.

소 별 : 아버지, 여기 족은 아들도 이수다.

천지왕 : (포옹하며) 그려, 건장하니 어떤 싸움에도 능통할 것 같구나. (포옹을 풀고) 자 이제 혼잡한 세상은 너희들에게 달렸다. 옥황에 왔으니 나도 선물을 줘야지. 여봐라 즉시 대관식을 거행 할 것인 즉 나팔을 불어 세상에 알려라.

사신1 : 분부 거행이오.(나간다)


천지왕 : 너희들은 이제부터 왕이다.

대별, 소별 : (놀라며) 예 왕이라구요?

천지왕 : 그래 천지왕의 자식이 왕이 되는 게 뭐가 놀랄 일이냐? 무릎을 꿇고 기다려라.


나팔소리가 들린다.

사자들과 시녀들이 두 개의 왕관과 화려한 망토를 조심스레 받쳐들고 들어온다.

대별이와 소별이 무릎을 꿇고 기다린다.

천지왕 대별이와 소별이에게 왕관을 씌어준다. 시녀들은 망토를 걸쳐준다.


천지왕 : (대별의 어깨에 기다란 황금지팡이를 대고) 그대를 대별왕으로 임명하노라, (역시 같은 동작으로)그대를 소별왕으로 임명 하노라. 이제 너희들이 다스릴 곳은 이승과 저승이다. 누가 이승을 맡겠느냐?

대 별 : 형인 제가 이승을 맡는 게 옳지 안허우과?

소 별 : (일어서서) 나도 이승을 다스리고 싶수다.

천지왕 : 그래? 난 이승과 저승을 다스릴 두 사람이 필요해서 쌍둥이를 만들었는데 둘 다 이승을 차지하겠다니 이거 어쩐다지? 헌데 이승은 부족한 것이 많아 시끄럽고 머리 아픈 곳이고, 저승은 모든 게 풍족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소 별 : 난 원래가 조용한 것보단 시끄러운 곳을 좋아허난 이승이 나 성질에 딱 맞아 마씀.

대 별 : 지혜로운 자만이 질서를 회복하고 평화를 가져 올 수 있수다.

천지왕 : 세상일이란 수수께끼를 푸는 것과 같다. 내가 문제를 낼 터이니 먼저 맞추는 자한테 이승을 맡기겠노라.

대별․소별 : 좋수다.

천지왕 : 어떤 나무는 주야 평생 잎이 아니지고 어떤 나무는 잎이 지는가?

소 별 : 쏘곱이 여믄 낭은 주야 평생 이파리가 아니지고 쏘곱이 빈 낭은 이파리가 집니다.

대 별 : 게민 대낭은 어떵허연 잎이 안 점신고?

천지왕 : 대별왕이 이겼다.

소 별 : 겨우 한 문제 아졍 대사를 정할 순 어신 노릇이우다.

천지왕 : 좋다. 한 문제 더. 어떻게 해서 언덕의 풀은 성장이 나쁘고 낮은 쪽의 풀은 무성하게 자라느냐?

소 별 : 봄에 비가 하영 오란 언덕 위에 흙이 아래 쪽으로 무너 내리난 낮은 쪽의 풀이 더 잘 자람수게.

대 별 : 게민 무사 머리터럭은 잘 자라는디, 발등의 털은 안 자람신고?

천지왕 : 이번에도 대별왕이 이겼다.

소 별 : 이건 불공평 허우다. 세상 일이 좋은 머리만 아정 해결 됩니까? 좋은 지혜가 싰댄해도 실천이 어시민 무신 소용이우꽈.

대 별 : 게걸랑 우리덜신디 매낍서. 우리냥으로 의논 족족 정허미 어떵허쿠가?

천지왕 :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사후에 인간들의 죄를 다스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꼭 이승이 낫다고는 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살아서도 저승가기를 소원하겠느냐?

대 별 : 산 사람이 저승가기를 소원하다니 무신 말이우꽈.

천지왕 : 왜 배고파서 죽겠다, 배불러서 죽겠다. 웃으워 죽겠다. 슬퍼 죽겠다. 콱 죽어불었으면 시원하겠다는 말을 못 들었단 말이냐?

대 별 : 아 그 말?

천지왕 : 저들은 이미 저승이 좋은 줄 알고 있지 않으냐? 저승이 정리 되면 이승의 민원을 즉시 처리해 줄 생각이다. 빨리 저승에 가고 싶은 사람은 죽겠다는 말을 자주하도록 홍보하여라. 그리고 제발 하늘에 대고 맹세하지 말라고 해라.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 거짓말이면 마른 하늘에 날 벼락 맞는다고?  당장 벼락장군을 내려 보내고 싶지만 그건 에너지 낭비라 참는다. 인간의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죽은 다음엔 어차피 심판을 받을 것이니까. 그 때 와서 살려달라고 사정하지 말고. 입 조심하란 말이다.

대별․소별 : 멩심허겠수다.

천지왕 : 어차피 이 일은 너희들끼리 결정을 못 한다. 그래서 꽃씨를 심은 은동이를 준비했다. (사자에게) 여봐라, 거기 있는 은동이를 가져 오너라.

사자1 : 예. (뒷편에 준비 된 은동이를 옮겨온다)

천지왕 : 이승의 운명은 너희들의 선택에 달렸다. 민심은 천심이다. 이 꽃은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커 갈 것이니,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하리라. 먼저 꽃을 피운 자가 이승을 차지한다. 자 하나씩 선택하여라.

대 별 : (소별에게) 니가 몬여 차지 허라. 남은 것을 나가 가지마.

소 별 : 성님이 몬녀 선택헙서.

대 별 : 성 대우를 해주난 고맙구나. (은동이를 하나 차지한다)

소 별 : (나머지 은동이를 보고) 아멩해도 그것이 나 적시 담은게. 성이 이걸 가져.

대 별 : 게건 경허라. (은동이를 넘겨 주고 나머지 하나를 차지한다)

천지왕 : 자 이제 운명은 결정되었다. 이승에 내려가서 꽃을 잘 가꾸어라. 일이 바쁘니 우리 밥이나 같이 먹고 이별하자. 여봐라. 풍악을 울리고 주연을 진설하라.

사신1 : 예. 분부 거행이요.


풍악과 함께 무희들의 춤이 이어진다.


8. 합창 : 꽃을 피우세

   

         꽃을 피우세 꽃을 피워

         인간만사 길흉화복 이 꽃에 달렸네

         꽃을 피우세 꽃을 피워

         한마음 한뜻 모아 수호자를 추대하세

         인간세상 이승의 미래

         천만 년 무궁세월 운명을 가름하네

         꽃을 피우세 꽃을 피워

         믿음과 사랑으로 꽃을 피우세.


무희들과 함께 춤을 추는 가운데 대별과 소별의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드러난다.

두 편의 무리가 나와 서로 다른 악기를 가지고 난타를 치면서 경쟁을 한다.( 비보이 댄스처럼 서로 경쟁을 해도 좋다.)

마지막에 대별과 소별이 서로 맞부딪치려는 순간 풍악이 끝나며 암전된다.



제 3 장


극중극


앞마당에서 사물을 치는 가운데 탈을 쓴 샌님 앞에서 각시가 유혹하는 춤을 춘다.

이윽고 각시가 한쪽 구석에 앉아 옷을 벗고 목욕을 한다.

샌님은 안 보는 척 하면서 슬그머니 훔쳐본다.

개똥은 똥개 탈을 쓰고 둘 사이에서 방해를 한다.


샌 님 : 쉬이. (사물소리 그친다) 얘 개똥아?

개 똥 : 예이.

샌 님 : 때는 춘삼월 녹양방초 우거지고 온갖 새 소리가 나의 발길을 붙잡으니 여기서 쉬어가면 어떻겠느냐?

개 똥 : 쉬면 썩기 십상이니 그냥 하산하는 것이 만수무강에 좋을 듯하옵니다.

샌 님 : 네 이놈. 아랫 것이 말이 많구나.

개 똥 : (좌우를 살피며) 샌님 눈에 고뿔이라도 든 겁니까요? 말이 많다니요? 소인 눈엔 말은커녕 똥개 한 마리도 안보입니다요.

샌 님 : (부채로 개똥의 머리를 내려치며) 이 놈아. 네가 개똥인데 개 눈에 똥밖에 더 보이겠느냐? 그럼 난 여기서 잠시 바람 좀 쐬고 갈테니 너 먼저 하여라.

개 똥 : 아이고 샌님. 고렇게는 못하겠습니다요.

샌 님 : 못하다니 그 무슨 소리냐?

개 똥 : 샌님 두고 혼자 내려가면 마나님께 맞아 죽습니다요.

샌 님 : 그럼. 저기 내려가서 송죽간에 나풀거리는 게 무슨 꽃인지 알아보고 오너라?

개 똥 : (보다가)꽃이라고요? 하이고, 큰 일 날 소리. 엄연히 마나님이 있는 분이 어찌 외간 여자를 탐 내십니까요?

샌 님 : 이놈아. 어찌 삼백예순날 같은 밥만 먹을 수 있겠느냐? 능력이 있으면 처첩을 여럿 거느릴 수도 있는 것이거늘. 아까 내 앞에서 엉둥이를 실룩이며 눈웃음치는 걸 보니 분명 마음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개 똥 : 하오나 저 여자의 남편은 소별왕의 집사인데 걸리면 국물도 없습니다요. 샌님은 목숨이 두 개십니까?

샌 님 : 아무리 유부녀라 할지라도 남녀의 정분은 하늘도 어찌 할 수 없는 일. 장부가 대사를 치르는데 그만한 위험쯤 감수하지 못하겠느냐? 너만 입 다물고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통정할 것이니 가서 잠시 담소나 하자 전해라.

개 똥 : 상전께서 시키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만 소인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해 주십시오.

샌 님 : 그려, 누가 오나 망이나 잘 봐.

개 똥 : 예. 에그 남자는 자고로 입부리, 발부리, 그리고 거시기 부리를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무사히 살아 돌아오십시오.(퇴장한다)

샌 님 : 자 재미있게 놀아 볼테니 때려라.


사물을 치자, 각시가 다가와 샌님을 유혹하다가 서로 교합하는 춤을 춘다.

이때에 머리에 작은 별이 달린 가면을 쓴 소별왕 패거리들이 철퇴를 들고 나타나

샌님을 구타한다.

각시는 달아난다.

샌님은 피를 흘리며 축 늘어져 죽는다.

개똥, 머리에 큰 별을 달고 등장한다.


개 똥 : 여러분은 불윤의 종말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개 패죽이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세상에는 법도가 필요합니다. 악한 자는 벌을 받고 착한 사름들이 대우를 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시다.

      이상은 대별왕 추대본부 제공이었습니다.


암전.



제 4 장


호리전트에는 두 개의 해가 떴다.

초상집 안에서 무악소리 들린다.

사람들 마당에서 삼삼오오 앉아서 술을 마신다.


마을1 : (음식을 먹다가)경헌디 소식 들어수가?

삼 촌 : 무신 거 말이라?

마을1 : 대별왕네 은동이 말입주?  벌써 줄기가 쑥 올라왔젠 허멍 양?

마을2 : 양? 소별왕네 것이 훨씬 크던디 마씀? 두 눈꼬냥으로 직접 봐신디 대가 올라오란 곧 고장이 열릴 거 닮읍디다.

삼 촌 : 게민 소별이가 우리 왕이 된덴 말이라? 거 경우어신 소린 허지도 말라.

마을2 : 경헌디 이상헌 건 메칠 전엔 제우 싹만 베롱해십주게. 소별왕이 조화를 부려신지 갑자기 경 됐댄 말이우다.

삼 촌 : 조화를 부리던 혼곱싸멍 놉드던 결과는 이미 정해 진 거여. 천지왕이 누게고? 시상 일을 손금 보듯 훤히 아는디 소별왕신디 맽기크냐? 절대 될 리도 엇주만 소별왕이 되민 시상이 아주 개판 될 거여. 어른도 몰라보곡 술만 먹으민 개가 따로 어시난 말이주.

마을1 : 맞수다. 소별왕 똥고망에 부텅 다니는 놈들 봅서. 툭 허믄 몰싹헌 사름들 공쟁이 걸엉 패 죽이난 이거 심 어신 몰맹헌 사름들 살아지쿠가?

삼 촌 : 강생인 강생이끼리 노는 법이주. 지 어멍신디도 흘레붙는 것이 개새끼들이여. 에이 추잡한 놈들, 자 혼잔 디리싸 불게.

마을3 : (옆에서 듣다가) 듣잰 허난 곧사 날 개새끼엔 고라서?

마을1 : 우리끼리 한 소리난, 상관 말앙 술이나 먹으심.

마을3 : 야 임마, 나가 누겐지 몰라?

삼 촌 : 임마? 허 어린 것이 말세로고? 땍끼놈 상가집에서 무신 행패고?

마을3 : 상가집이선 벌러야 좋댄 핸게 벌러보카?

마을2 : (알아채고 달래며)아이고 동생이구나게. 용심내지 마랑 한잔 허게. 이 사름 소별왕 집사 아니꽈게.

마을3 : 대별왕 좋아 허네. 아는 것만 하댄 허영 시상이 잘 돌아갈 것 같애? 인간들을 확 휘어잡을 심이 이서야주. 소별왕이야 말로 우리가 떠받들어 모셔야 할 왕이랜 말이여. 경헌디 개새끼라고?

삼 촌 : 경허난 똘랭이 아방을 심으로 모질아 불어서?  고라 보라. 누게가 우리 조캘 모상 죽여시니?

마을3 : 허어. 무사 나신디 따점시니? 난 모른다. 너네들이 아멩 들러켜도 소별왕이 이긴다. 경허난 너네들 줄 똑바로 사. 나중에 살려 도랜 말고. 흥 어디 두고 보자.(나간다)

삼 촌 : 어디 감서? 무사 양심이 고무꽘시냐? 도새기로 생겨야 할 놈이 인간의 탈을 썽 이시니. 쯪쯪

마을2 : 아예 상대를 맙서. 저것들 놉들 날도 얼매 안남아수다.


이때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아낙이 부인에게 쫓겨 나온다.

아낙의 얼굴은 퍼렇게 멍들었다.


부 인 : 이년아 여기가 어디엔 자와서? 부정 탄다. 제게 꺼지라.

아 낙 : 제발 마지막으로 가는 질 혼 번만 절 허게 허여줍서.

부 인 : 우리 서방 잡아 먹곡 무신 심토맥이로 와시니? 무사 우리 서방 저승질 동무허젠 와시냐?

아 낙 : 잘못해수다. 나 용서 빌래 오라수게.

부 인 : (머리채를 휘어잡고)느도 나 손에 맞아 죽어 볼티아? 이 나쁜 년아. 서방 싯곡 자식 키우는 년이 무사 놈 서방하고 놀아나 이 나쁜 년아? 남의 물건이 경 좋아냐? 제게 나 서방 살려 내 이년아.

아 낙 : 아가기여 나가 안 죽여수다게. 이거 놩 고릅서.

마을1 : (말리며) 똘랭이 어멍 영 허지 말라. 이 허운데기 놓으라. 영 허민 죽은 사름 저승으로 못 간다.

부 인 : (퍼질러 앉아 울부짖는다) 아이고 내 팔자야. 하이고 나 이젠 어떵 살코.

마을1 : 나가 이시네. 날 믿엉 살라. 자 사름들 보는 디서 영 마랑 혼저 들어 글라.

삼 촌 : 소리 안들리는 거 보난 굿 끝난 거 담다. 제게 들어 강 보라.

부 인 : (울면서 못 이기는 채 들어가다가) 이리 오라 우리 혼디 죽어 불게.

아 낙 : (피하며) 난 마우다. 나가 무사 죽읍니까?

부 인 : 나가 눈 떵 이신 한 펜안히 살아지느냐 보라. 이 화냥년아. (마을1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간다)아이고 억울해. 아이고.

삼 촌 : 느 이레 왕 어떵 된 일인지 고라보라.

아 낙 : 나가 무신 죄 이수가. 우리 동구리 글 가르쳐 준 똘랭이 아방이 너미 고마완 요 호루긴 바당에 간 구쟁기영 오분자기영 캐단 안내십주기.

삼 촌 : 경허연.

아 낙 : 헌디, 경마랑 나신디 몸을 빌려 도랜 허지 안헙니까?

마을2 : 말도. 이녁이 몬여 방댕일 실룩 대실테주.

아 낙 : 입은 토라져도 말은 바로 허랫다고 좋긴 나도 좋아십주.

삼 촌 : 아멩 허므로 서방광 자식이신 사름이 경 허믄 되여?

아 낙 : 게민 이신 거 번찍 알멍 도랜 허는디 안줘집니까?

마을2 : 하이고. 패적 안 나는 거 나신디도 호끔 빌려 줘.

아 낙 : (화내며)이 아주방이 날 촘말 화냥년으로 봠시냐?

마을2 : 일터가 경허댄 말이주.

삼 촌 : 경허단 서방신디 들켰구나?

마을2 : 서늉을 보난 잘도 모사부러신게 마씸.

아 낙 : 벌겅한 대낮에 벨도 하영 보입디다.

마을2 : 맞앙 싸주. 나고트민 야개길 데와 불었져.

삼 촌 : 가만. 동구리 아방이 소별왕 똘만이가 맞주이?

아 낙 : 예. 집에도 안들어오곡 똥구망에 붙엉 살암수게.

삼 촌 : 나쁜 놈들. 경헌 놈이 이승을 다스리켄 나서시니. 쯪쯪.

아 낙 : 경해도 우리 서방은 술만 안 먹으민 막 착헙니께.

마을2 : 에이고 경해도 지 서방이랜 펜백햄신게.


북과 징, 고동소리가 들린다.


삼 촌 : 이거 무신 소리고?

마을2 : 화반놀이 아니우꽈?

아 낙 : (당황하며)양? 아이고 어마떵허리. 우리 서방 오람구나.

  

소별왕 패거리들이 힘을 상징하는 갖가지 짐승의 탈을 쓰고 기를 들고 재주를 넘고

춤을 추며 들어온다. 꽃이 그려진 화반도 들었다.


아 낙 : (일행들을 보고) 아이고 걸리민 나 죽는다. (밖으로 도망친다)

소 별 :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소별왕을 믿으라. 나를 믿는 자 복을 받으리라. 슬픔과 고통을 받는 자, 화반에 복을 쌓으라. 내가 죄를 사하여 주리라. 천국에 가고 싶은 자. 화반에 복을 쌓으라. 소원이 있는 자 복채를 넣고 절을 하라. 그리하면 뜻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나 소별왕을 믿으라. 나를 믿는 자 복을 받으리라.


사람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화반에 넣고 절을 한다.


마을3 : (탈을 벗고 어른을 가리키며)바로 이 사름이우다. 이 사름이 개새끼랜 욕해 수다.

삼 촌 : 이거 무사라? 나 경헌 말 헌 적 엇다.

마을3 : 거짓말. 나 귀꼬냥 안 막아서.(관객에게) 여기 신 사름들 다 들어서. 개새끼엔 안 고라수가? (사이. 관객들 반응을 보고) 너네들 다 혼펜이구나. 에이 지옥불에나 떨어져 불라.

소 별 : 나가 누겐진 알암지?

삼 촌 : 예. 소벨왕인 줄 알암수다.

소 별 : (어른 이마에 얇은 디지탈카메라를 슬쩍 문지르고 화면을 보며)어디 문서를 닦아보자. 옌날 느가 헌 자파릴 보난 극락 가긴 다 틀려신 게.

삼 촌 : 나가 무신 짓을 했단 말이우까?

소 별 : 날 속이젠 말라. 여기 두린 때에 헌 일꺼정 다 나타났져. 정유년 살 삼월 초닷새엔 알녁집 정지에 강 누냉이 훔쳐 먹곡, 열 두 살 나던 해 섣달 이레엔 아방 주맹기 털엉 술 사 먹어신게. 열다섯 나던 해엔 소랭이 각시영 배때기 마췄곡.

삼 촌 : 그만 고릅서. 허어 아이덜 앞에서 모냥 빠지게. 어떵허난 두린 때 자파리헌 것만 고람수가? 좋은 일도 하영 해신디.

마을2 : 촘말 귀신이네.

소 별 : 나가 저승왕이 되민 넌 지글지글 타는 잉겅불 지옥에 빠뜨령 타지도 안허곡 내만 피식피식 나는 벌을 내리켜. 경해도 좋으냐?

삼 촌 : 아 떠블라 지저왕 살아집니까게. 안 됩주.

소 별 : 는 나가 저승왕이 되지 안허길 빌어사 헐테주이?

삼 촌 : 그러십주.

마을3 : 경허난 죄를 사하여 주는 값으로 복채를 하영 내랜 말이주.

삼 촌 : 알았져.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화반에 놓으며, 혼자 소리로) 날 강도 같은 놈들.

소 별 : (이번엔 마을2의 이마에 대 보고) 하 이놈은 더 요망진 놈이로구나. 벌써 저승사자가 심어갈 나쁜 자파릴 하영 허여신게? 문세 닦아보카?

마을2 : (놀라서) 아, 맙서게. 무사 날 구채주젠 햄수가. 난 소별왕님 펜 아니우까? (마을3에게)동상 맞지 안허여? 나가 대별왕네 정보를 다 고르쳐 주지 안해서게.

마을3 : 이 사람은 우리 펜이 맞수다.

삼 촌 : 여기 중이새끼가 이섯구나.

마을2 : 경허민 삼춘은 능구랭이입주.

소 별 : 자 고장이 제게 피도록 혼저 강 빌라. 나가 이승을 다스리도록 강 빌란 말이다. 심판의 날이 가차 왔져. 나신디 등 돌린 자 다 기억하여 보복하리라. 난 너희들신디 자유를 줄 것이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하라. 내가 너희를 즐거움과 쾌락의 세계로 인도하리라.

마을3 : 소별왕 만세.

일 동 : (눈치를 보다 따라서) 소별왕, 소별왕, 소별왕.

소 별 : (마을3에게) 가라. 만천하에 가서 알리라. 소별왕을 믿는 자 복을 받는다고. 제게들 가라.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마을3 : 예. 가자. 소별왕을 믿으시오. 소별왕을 믿는 자 복을 받으리라.


일행 소별왕을 연호하며 퇴장하는데, 안에서 굿을 마친 명진국 할망과 저승사자들

이 망자를 데리고 나온다.


명진국 : (망자에게) 자 이젠 이승이랑 걱정 마랑, 혼저 가라. 저승질도 잘 닦아 둬시메 푸더지지 마랑 가곡, 명질날, 제삿날이랑 잊어불지 마랑 꼭 오라이?

망 자 : 예. 할마님 속아수다. 나 옥황에 가민 천지왕신디 할마님 안부 꼭 전허쿠다.

명진국 : 기여. 기여.

소 별 : 이제사 감서? 저승 가는 질에 안됐주만 이녁도 극락 가긴 틀려신게. 지은 죄가 너미 하.

망 자 : (돌아다 보며)이거 누게고? 오 이런 베락 맞을 놈. 날 죽여 놓고 느 앞질은 펜안헐 줄 아느냐 이놈아.

소 별 : 이놈. 망자주제에 어느 안전에 대고 이놈 저놈이냐. 너고뜬 귓것 상대할 시간 엇다. 혼저 가던 길이나 가라.

명진국 : 기여. 이승에서의 일은 몬딱 잊어불엉 가라.

망 자 : 할마님. 칭원하우다. 저놈 보난 칭원허연 못 가쿠다.

명진국 : 북망산천에 묻힌 사름들 칭원안 헌 사름 엇다. 느가 자꾸 영허민 자손이 안된다. 자손덜 생각허영 허천 뵈리지 말앙 굳짱 가라.

망 자 : 게민 우리 똘랭이 생각허영 그냥 가쿠다.  잘 이십서 양.

명진국 : 잘 허염져. 경해사 헌다. 저승에 강 죄를 묻건 그냥 고분고분허라. 아멩 저승 심판관이주만 눈물 콧물은 이시난 아니엔 마랑 잘못 했젠만 빌라.

망 자 : 예. (가면서)저승사자님 저놈도 혼디 심어 그릅서. 저거 촘말 나쁜 놈이우다. (저승사자들 따라서 나간다)

소 별 : 나가 저승을 다스리민 저것들 나 밥인디 누게가 날 심어 가. 임마. 유부녀 간통허당 맞아 죽은 주제에 무신 말이 많아. 나 다시 안 만나게 되길 빌어. 나가 저승 맡으민 극락에 이서도 불러들일 거니까. 알아서? 으흐흐흐.

명진국 : 소별아.

소 별 : 명진국 할머니. 무사 마씸?

명진국 : 느가 어떵허연 시상에 나오란신디 알주이?

소 별 : 예. 어멍신디 들어수다. 할마님이 중매했댄 허멍 양. 고맙수다.

명진국 : 경헌디 나 부탁 들어줄티야?

소 별 :  할마님이 부탁허민 들어드려삽주. 무신 거꽈?

명진국 : 이승을 성신디 양보허라.

소 별 : 그거 말이꽈 보말이우꽈.

명진국 : 아멩해도 성이 이승을 차지해야 헌다.

소 별 : 경헌 법이 어디 이수가? 이건 시합이라 마씸. 난 양보 못허쿠다.

명진국 : 이미 은동이를 선택헐 때부터 판가름은 낫저. 그걸 모를 천지왕이가?

소 별 : (버럭 화를 내며)게민 뭐라? 나가 아멩 들러켜도 소용 엇댄 말이우꽈?

명진국 : 고장은 대별이가 몬여 베르쌀 거여. 느가 진다. 경허난 천지왕의 마음을 알앙 느가 몬여 양보허켄 허라.

소 별 : 경헐 순 어수다. 할마니 나 호꼼 도와줍서. 나가 이승을 차지하게 되민 할마님신디 신직을 주엉 죽지 않게 허곡 이승과 저승을 마음대로 구경 다니게 허쿠다.

명진국 : 난 말다. 인칙까지도 볼거 못볼거 다 보멍 징징허게 살았져. 경헌디 이승에서 얼마나 또 살말가? 난 말다. 저승이 좋은다. 경 마랑 나영 혼디 저승으로 가게.

소 별 : 나 꿈은 이승에 이수다. 대별인 너미 몰싹허연 이승의 혼란을 정리헐 수가 어서 마씸. 질서를 졸바로 심젠 허민 강력한 심이 이서야 헙니다. 

명진국 : 느 행실이 법이 될 건디 경허도 좋으냐? 몰맹한 사름 공쟁이 걸엉 두들리곡, 놈의 약점 심엉 협박허곡, 도적질에 사기청 놈의 재산 빼앗곡. 마음에 안들댄 사름 패 죽이곡. 유부녀 간통에..

소 별 : (큰 소리로) 그만 헙서. (사이) 어차피 시상은 힘센 놈, 이신 놈이 맹글어 갑니다. 권력 심은 놈이 역사를 맹그는 거고, 심이 곧 진리우다. 시상은 아무 일 어서도 재미 어성 못살아 마씸. 트드멍 싸우멍이라도 벌러지지 안허영 잘 돌아 갈거매 걱정 맙써. 난 무신 수를 썽이라도 이승을 차지 헐 거우다. 그땐 할망도 펜안하지 못헐 거난 혼저 저승으로 갑서. 알아수과?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나간다) 으흐흐흐.

명진국 : 분시때기 어신 나쁜 놈. 저영 헌 놈이 이기믄 이 시상 어떵 되코. 생각만 해도 썸지구랑허다. 어디 보자 (갖고 있던 젓가락을 땅위에 던져 점괘를 보고 나서) 하이고 이게 무신 일이우꽈. 옥황상제님 안 됩니다. 정말 영 허영은 안 됩니다. 이거 큰 일 났저. 이거 큰일이여.


허둥지둥 퇴장하는데 암전.



제 5 장


무대 위에는 꽃이 막 피기 시작한 은동이가 스포트를 받으며 놓여 있다.

조명이 희미하게 밝아지면서 소별이 패거리들이 다른 은동일 들고 숨어든다.

파수병이 불침번을 서서 은동이를 지키고 있다.


파수병 : 누구냐? (창을 들이대며) 정지! 정지 하라.


패거리들, 파수꾼을 단칼에 벤다.


소 별 : 자 시체 처리하고 제게 임무완수 하라.


패거리 중 한명이 파수병을 어깨에 메고 나가고, 다른 한 명이 은동이를 바꿔 치기

한다.


패거리 : 작전 완료했습니다.

소 별 : 제게 철수하자.


소별이 일행이 나가는데 대별이 들어온다.


대 별 : 무슨 소리지? 파수병, 무신 일 시냐? (가까이가 확인하고) 아니 이게 누게고? 소별이 네가 이 밤중에 웬 일이냐?

소 별 : 대사를 앞두고 잠이 와야지.

대 별 : 그건 나도 혼가지여. 헌디 저 친구 내 은동인 무사 들엉 이시니? (알아 차리고) 소별이 너?


소별, 칼로 대별일 찌른다.


대 별 : (고통을 참으며 기어드는 목소리로) 소별이…. 너가…? 너가 나를?

소 별 : 원래 이게 나 거였져. 맽긴 걸 찾아 감시난 아무 소리 말라.

대 별 : …소용어신 일. 천지왕이 다 보암져.

소 별 : 게민 죽어주어사 허큰 게. (다시 칼로 찌른다) 죽은 사름신디 이승을 맽기진 않을 테주.

대 별 : (기어드는 목소리로) 너신디 양보허젠 했져. 예숙제끼기 헐 때부터. 그때 나가 우겨시민 이런 시합도 어섯주.

소 별 : 거짓말. 게민 그때 양보허켄 무사 안고라서?.

대 별 : 천지왕의 뜻이여. 느신디 기회를 주려고… (숨이 넘어 간다)

소 별 : (화를 내며) 무사 이제 왕 그 말이라? 칼 맞은 다음에 무신 소용이고. (자신이 들고온 은동이의 꽃대를 당기자 쑥 딸려 나온다.) 보라. 이건 가짜여. 이걸 맹글언 꽂으난 나가 이긴댄 소문이 금방 나드라. 자기신디 호끔이라도 이익됨직 허민 줏대어시 이래착저래착 허곡 심 센 펜이 줄 서젠 허는 게 사름들 마음이여. 나가 못난 줄 알멍서도 사름들이 날 따르는 걸 너미 을큰해 하지 말라. 선은 쓰고 악은 돌코롬헌 걸 알멍서도 사름들은 당장에 편한 걸 초진다. 이제 모든 게 끝났저. 사기 치든 간계든 시합에선 이겨야 하는 게 이승의 법이 될 거여. 난 나방식대로 이승을 다스릴 거난 저승에 강 편안히 쉬라. 볕 좋은 디 강 묻으크메 저승질이나 잘 찾아 가라. 자 엎고 가자.


일행 퇴장하면 무대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진다.

명진국이 총멩을 찾아 온다.

하늘에는 해가 하나 없어졌다.


명진국 : 총멩아, 총멩아.(은동이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고)하이고 이거 어떵허코.

총 멩 : (나오며)할머님, 아적 일찍부텀 무신 일이우꽈?

명진국 : 큰일 났져. 대별이 어디 시냐?

총 멩 : 방에서 잠실 거우다.

명진국 : 아니여, 아니여. 저기 보라 해 하나가 어서져시네.

총 멩 : (하늘을 보고) 촘말이우다 양. 이게 무신 숭신고 마씸?

명진국 : (은동이를 가리키며)저거 보라. 소별이가 벌써 바꿔아정 천지왕신디 올라 갔져.

총 멩 : 양? 그거 무신 말이우꽈? (집안으로 들어간다)

명진국 : (탄식하며 하늘을 보고) 하이고 어떵허젠 소별일 선택헙디가? 소별이신디 이승을 맽경 그 혼란을 어떵허젠 햄수가. 뒤죽박죽 되도 모른 척 허켄 말이우꽈? 심 어신 사름들 어떵 살랜 이런 조화 부려수과? 고라봅서. 천지대왕님. 이승을 아예 똘라내블젠 햄수가? 너미 햄수다.

총 멩 : (나오며) 어수다게. 이거 어떵 헌 일이우꽈?

명진국 : 천지왕의 조화를 어쩌란 말이고? 대별인 죽었져.

총 멩 : (놀라며)양? 죽어 마씸?

명진국 : 신직을 받은 몸이난 인간의 육신만 벗어난 거주. 저승에 강 영원한 생명으로 환생 헐 거난 걱정 말라.

총 멩 : (털석 주저 앉으며)아이고 이 노릇을 어떵허코. 아이고 천지대왕님.

명진국 : 능력이 부족한 자가 간계를 썽 이승을 차지했으니 불행은 여기서 시작될 거여. 사름은 선과 악을 혼디 품엉 댕기주만 항상 악이 앞에 나설 것이다. 경허연 협잡과 사기, 도둑과 강도, 간통과 배신으로 싸움과 살인이 그치지 않을 거다. 교활하고 사나운 짐승들이 사람의 탈을 썽 놉드곡, 사이비들이 진짜인치룩 판을 치는 시상이 될 거여. 모든 것은 싸움을 해야 얻어 지곡 옳은 것이 반드시 승리하지 못하는 시상이 된댄 말이주.

총 멩 : 할머니, 나가 죄인이우다. 자식 잘못 맹근 죄 어떵험니까?

멩진국 : 느 잘못 읏다. 백성들이 경 선택헌 거 누겔 탓허고 후회허민 뭘 허느니? 촘으멍 살아사주. 기원이 하늘드레 통허지 안허는 거 보난 이젠 나 멩도 다 된 거 담다. 손금이 밀어지도록 하늘드레 빌라. 경허영 느가 이승과 저승을 화해시키라. 칭원하게 죽은 사름 원혼 풀어주곡, 영혼 올려보낼 땐 저승질도 닦아주곡. 이루후젠 이승 사름들 위행 할 일이 하영 생길 거여. 경헐 때마다 정성으로 치성 드리민 옥황에서 신령들이 내려 올 거난 거기다 부탁허민 다 들어 줄 거여.

총 멩 : 예. 할마님, 나가 해삽주.

명진국 : 기여. 게민 우리 대별왕이영 소별왕의 화해를 위허영 굿판이나 벌려 보카?

총 멩 : 좋읍주. 이승에 좋은 일이 하영 생기도록 빌어 봅주.

명진국 : (은동이를 보다가 가르키며) 총멩부인아 저기 보라.

총 멩 : (다가가 보다 놀래며) 어마떵허리. 어느 새 꽃대가 올라 오라수다.

명진국 : 기여. 천지왕의 깊은 뜻을 이젠 호끔 알아지크냐?

총 멩 : 예. 천지왕이 우릴 버린 건 아니어수다. 혼란한 이승에도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는 증거아니우꽈?

명진국 : 기여. 시련과 고난을 사랑으로 이겨 가랜 뜻이주. 저게 절망과 암흑 속에서도 이승을 지탱시켜줄 유일한 끈이다. 자, 무악을 힘껏 치라. 화해와 상생의 굿판을 벌려 보게.

 

무악이 울리고, 명진국과 총멩부인이 춤을 추는 가운데 하늘에서 대별이와 소별이

가 내려와 함께 춤을 춘다.

사람들 모여들어 기원을 하고 한데 어울려 춤을 추며 노래한다.


9. 합창 :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 고달픈 세상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살아 갈 걱정에

         편할 날 없는 세상

         괴롭고 힘들어도 사랑은 만병의 묘약

         언제나 태양은 떠오르듯

         내일이 있고 꿈이 있어 희망에 살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은 좋은 세상

         괴롭고 힘들어도 사랑이 희망이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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