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시를 읽는 벤치

사위질빵

강용준 2023. 12. 27. 10:23

우연히 잡지를 들추다가 홍성운 특집을 마주했다. 거기 실린 한 편

 

             사위질빵

 

                                           홍성운

 

정류장 담벼락에 무덕진 풀을 보고

아내를 툭 치며 이름을 물었더니

글쎄요 들풀이겠죠

시큰둥한 대답이다

 

아니 우리 장모님 지금 백 세 아닌가

맞는데요 뜬금없이 나이는 왜 물어요

이 풀이 사위질빵인데

사위 사랑은 장모님 아냐

 

뭔 소리요 마디마디 그냥 끊기는데요

그게 힘쓰지 말라는 깊은 뜻 아니겠소

이 화상 낮술을 했나

마당쇠가 웃겠소

 

짖궂게 농담하다 장모님을 뵙는다

한 세기 건너온 몸이 사위질빵 같지만

미소를 놓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신다

'시를 읽는 벤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삐  (1) 2024.01.09
애월에서  (0) 2024.01.01
눈물로 돌을 만든다  (0) 2023.12.20
부의  (0) 2023.12.15
명옥헌  (0) 20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