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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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서 남은 샘

사라져서 남은 샘 강 준 등장인물 농부 호종단 멀티 맨(황제, 시종) 멀티 녀(수신, 주민) 제1장 중국 황제 궁전. 전통적인 중국의 음악이 들리면서 황제와 호종단이 등장한다. 그들은 무대를 돌며 무엇인가 찾는다. 황제는 손을 눈썹 위로 들어 하늘을 살피고, 호종단은 손을 눈썹 위로 들었으나 관객들을 샅샅이 살피며 때로 장난과 익살을 부리기도 한다. 황제 : (알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 참 이상하네. 호종단 : 거 참 요상하게 생겼네. 황제 : (왔다갔다 하면서) 거 참 이상하네. 호종단 : 거참 볼수록 요상하네. 황제 : (호종단의 궁둥이를 걷어차며) 요놈도 이상한 놈이네. 호종단 : 아이고 황제 폐하. 뭐가 잘못 돼서 이상하단 말씀만 하십니까요? 황제 : (멀리 하늘을 가리키며) 저기 보..

김종현 사진전 -기억속의 제주

축하의 글 해갈 될 수 없는 갈증 같은 그리움 강준(극작가/소설가)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예술가는 성전(聖殿)의 성화를 지키는 전사”라고 했다. 인간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정복되어 모든 일상이 제약을 받고 인간관계가 단절되어도 예술가는 성전의 성화를 지켜야 한다. 성화(聖火)는 캄캄한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며, 간난과 고통의 세상에 온기이며, 인간 구원의 방향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다. 문인은 활자로, 화가는 색채로, 사진가는 영상으로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성화를 지킨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니다. 좋은 사진들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사진가의 의도에 의해 치밀하게 설계되고 연출된다. 내가 아는 김현종은 그런 사진가다. 그와의 인연은 내가 극단을 만들어 연극..

전영택 문학상

소설가 전영택은 1919년 창조 동인으로 1920년대 대표적인 작가이다. 대표작으로 당대 하층민들의 삶을 극명하게 조명한 이란 작품이 있고 한국문인협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지낸 분이다. 작가에게 상이란 걷고 있는 길에 대한 격려이자 자기 확인이다.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강준 작가, 한국문인협회 제6회 전영택문학상 수상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승인 2020.08.31 17:47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이광복)가 선정하는 전영택문학상 올해 수상자로 제주 출신 강준 작가가 포함됐다. 한국문인협회는 31일 제6회 전영택문학상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전영택문학상은 협회가 창작 활동에 전념하는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포상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강준 작가..

문학의 옹달샘 2020.10.08

2020자청비

서울 대학로에 제주어로 그릴 불멸의 '자청비' 말모이연극제에 재경제주연극인 '괸당들'과 극단 세이레 참가 괸당들은 제주 강준 작가 희곡 바탕 현대적 관점 '자청비2020' 세이레는 2012년 고나마루향토연극제 대상작 '자청비' 무대에 한라일보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0.08. 00:00:00 극단 괸당들의 '자청비2020'. 제주 연극인들이 한글날이 있는 10월에 제주어와 제주신화가 만난 무대를 서울 대학로에 펼쳐놓는다. 제2회 말모이연극제 제주 참가작으로 공연되는 극단 괸당들의 '자청비2020'과 극단 세이레의 '자청비'다. 극단 괸당들은 재경제주연극인 모임을 기반으로 2019년 프로젝트 극단으로 꾸려졌다. 지난해 첫 말모이연극제에서는 '눈오는 봄날'로 제주어의..

활로를 모색하는 제주의 연극, 연극인

제주 연극의 모태 자연 천혜의 휴양과 관광의 도시 제주, 설문대할망, 자청비 등 일만팔천 신의 고장인 제주에는 예로부터 많은 전설과 신화, 전통 연희들이 전승되면서 연극적인 싹이 움터 왔다. 즉 제주 연극의 모태는 제주의 전통 연희다. 제주의 전통 연희는 주로 굿의 형태로 민중들에게 다가섰는데, 이는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을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제주의 굿은 언어 위주의 신화인 ‘본풀이’를 굿본으로 하여, 춤 위주의 ‘맞이굿’, 연출 위주의 ‘놀이 굿’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본풀이’는 근본을 풀다의 의미로 신의 내력담을 말하는 것이다. 본풀이는 시대를 거쳐 오면서 당대 제주인의 가치관, 제주 사회의 내재적인 규율과 법칙 가치체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신화를 향유하는 신앙민의 집단 미의식이 발..

<랭보, 바람구두를 벗다> 서평 기사

욕망과 역사 직시하는 강준의 시선 제주의 소리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승인 2020.08.21 17:39 신작 희곡집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 발간 출처=알라딘. 연극인, 희곡 작가, 이제는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강준(본명 강용준)이 새 희곡집을 펴냈다. 제주 역사 위에서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청어)이다. 강준은 이 책에서 ▲내 인생에 백태클 ▲돗추렴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 ▲게스트하우스 꿈 등 희곡 4편과 창작뮤지컬 를 실었다. 저자는 해녀, 4.3, 만덕 등 제주를 잘 나타내는 소재를 다루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다루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것은 지저분하면서 처절하고 때로는 애틋한 우리의 민낯이다. 에서 주인공 ..

문학의 옹달샘 2020.08.22

<강준 희곡집> 랭보, 바람 구두를 벗다

***작가의 말 동시대 인간들에 대한 변명 200년에 걸친 십자군 원정은 그리스도교의 성지를 탈환한다는 명분의 전쟁이었지만 이슬람을 비롯한 동방 문명에 대한 질투와 선망이 동기였다. 그들은 향료, 보석을 비롯한 동방의 문물을 약탈해 가면서 한센병(나병)과 흑사병(페스트)도 서구로 가져갔다. 그 결과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시작한 페스트는 6천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규모의 사상자는 없지만, 21세기 전 세계를 원정하며 인간 생활을 통제하고 있다. 이 시대 이후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페스트 이후 『데카메론』, 『페스트』 같은 작품들이 나왔듯이,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세계적 명작들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연예술이 위..

문학의 옹달샘 2020.06.27

자서전 써주는 여자

자서전 써주는 여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전 너무 억울합니다. 저는 장충삼 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미결수입니다만 결코 살인자가 아닙니다. 장 회장님을 죽인 것은 편향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서 때로는 악마의 발톱을 드러내어 장애물을 제거한 야만적인 사람들입니다. 장충삼 회장님은 시대의 폭풍 속에서 길을 잃었고 그를 옥조인 광포한 세력들에 의해 자멸의 길을 택한 것입니다. 제가 장충삼 회장님을 만나게 된 건 운명이란 말 말고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습니다. 작년 가을 유난히 바람이 거세게 창문을 뒤흔들어 밤잠까지 설치게 만든 날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바람이 인연의 전조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밤 내내 요란을 떨던 바람은 잔흔들만 이리저리 흩어놓은 채 사라지고 따스한 가을 햇살이 잔잔히 퍼지고 ..

게스트하우스 꿈

게스트하우스 꿈 등장인물 한풍운 : 찰스 리. 영화배우 이윤주 : 형사 모친 : 풍운의 어머니 망부 : 망령 짱 : 게스트하우스 꿈 주인 무대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휴게실. 테이블 위엔 꽃병이 놓여 있고 주변에 소파 또는 의자 몇 개. 무대 뒤편 중앙에 커튼이 달린 커다란 유리창. 왼쪽은 남자 룸. 그 앞은 현관으로 가는 통로. 오른쪽은 여자 룸. 그 앞은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 무대에 잔잔하게 안개가 스며들고, 장중한 구음과 함께 하나둘씩 하늘에서 내려오는 영혼들. 문을 열며 나타나는 풍운. 그는 텁수룩한 수염과 산발을 하고 허름한 복장이다. 풍운은 그들을 붙잡으러 쫓아다니지만, 영혼들은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며 한스 런 구음을 내뱉는다. 풍 운 : (공중에 매달린 영혼들을 보며) 오시오. 잠들지 못..

암울한 시대와 몽매한 인간들에 대한 비애

암울한 시대와 몽매한 인간들에 대한 비애 강준(극작가/소설가) 내가 처음 연극에 뛰어들었던 1970년대 말의 연극 환경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고 어려웠다. 그저 연극이 좋아서 열정 하나로 서로 주머니를 털어 무대를 세우던 시절이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두운 진창길을 해쳐나온 것 같다 억울한 것은 군부 독재의 암울한 시대를 만났다는 것과 몽매한 인간들을 만나 수모를 당했던 일이다. 당시는 예술 행위 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 했었고 문화예술을 모르는 공무원과 공안기관이 연극 공연을 장악했던 시절이였으니, 더구나 지방에서의 그들의 횡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극장도 많아지고 정부에서 보조금도 주지만 당시엔 보조금은 고사하고 일제 강점기처럼 연극 공연을 관에서 장악하려고 대본 검열이..

잘못 쓰이는 제주 지명 새별오름과 화북

잘못 쓰이는 제주 지명 새별오름과 화북 제주 지명은 일제 강점 시대를 거치면서 아름다운 우리 지명이 한자어로 바뀌어 많이 변했다. 이는 한글을 말살하려는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제주라는 뜻은 물 건너(濟) 마을(州)이란 뜻이다. 한자어로 바뀐 제주지명 중에 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름이 애월이다. 애월(涯月)은 ‘물가의 달’이라는 뜻이다. 고려 시대에 애월현으로, 조선 시대에는 제주목을 중심으로 좌면과 우면으로 나누면서 서면(西面) 또는 우면(右面)에 속했다. 18세기 중반 이후 신우면으로, 1914년에 제주군 신우면이라 했다. 1936년 에야 애월면으로 바꾸었다 이 애월읍 관할 지역에 들불 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이 있는데 이 새별오름을 옛 사람들은 새벨오름, 새빌오름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 오름 ..

해방이후의 제주문학사(산문)

제주도문학사 해방이후의 제주문학(산문) 강용준(극작가/소설가) 1. 해방과 1950년대의 문학 가. 이 시대의 한국 사회 흐름 1) 해방 후 혼란 1910년 한일합병으로 대한제국을 통치하던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천황이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36년 만에 대한민국은 일본의 압제 하에서 해방을 맞이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국과 소련은 각기 한반도를 38도 선을 경계로 이북은 사회주의 정권인 소련이 이남은 미국이 주둔하여 신탁통치를 감행함으로써 해방된 한국을 양분시켜 놓았다. 해방이 되자 해외에서 많은 독립지사들이 돌아오고 일본에 유학했던 젊은이들이 귀국하게 됨에 따라 하나의 통일된 조국을 원했던 이들은 신탁통치의 부당함을 외치며 시위를 계속했고, 김구 같은 민족주의자들은 북한을 오가..

문학의 옹달샘 2019.06.13